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 사망 사고 관련 성명을 발표했다.
"위험업무의 외주화에 따른 실태를 파악하고 하청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신속하게 마련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한다"라는 내용이다.
최 위원장은 16일 성명에서 지난 11일 충청남도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채 발견된 김 씨와 유족에게 애도를 표했다.
이어 그는 노동 현장에서 최근 잇따른 주요 사고를 꿰는 열쇠 말로 '사내하청'과 '청년'을 꼽았다.
최 위원장은 "이번 사고도 원청인 태안화력발전소 안에서 발생했으며 컨베이어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에 따라 유해·위험기계로 분류되고 있음에도, 입사한 지 3개월도 되지 않은 사회초년생 하청노동자가 홀로 새벽 시간에 점검업무를 수행하다 참변을 당했다"라고 지적했다.
태안화력발전소는 공기업인 한국서부발전이 소유하되, 운영은 민간 하청업체가 담당한다. 올해 24세인 김 씨는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에 지난 9월 입사한 계약직 노동자였다.
최 위원장은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안전사고와 중대 재해를 예방하고 책임져야 할 사용자의 의무까지도 하청업체로 외주시키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하청, 파견,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불안정 고용에 더해 안전과 생명 위협이란 벼랑 끝에서 위험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최 위원장은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비슷한 사고 사례를 열거했다. 지난 2016년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김모 군, 같은 해 경주 지진 직후 선로 정비 도중 열차에 치여 사망한 하청노동자 2명, 지난 8월 대전물류센터에서 일하다 감전으로 목숨을 잃은 23세 대학생, 매년 에어컨이나 통신 케이블을 설치·수리하다 추락사하는 대기업 하청노동자 등이다.
이 가운데 구의역 사고는 이번 사고와 특히 닮은 점이 많다. 사고 직후 추모 열기가 고조된 점도 비슷하다. 그러나 구조적 변화는 없었고, 2년만에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 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와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이 지난 15일 저녁 7시 광화문 광장에서 마련한 촛불 추모제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당시 참가자들은 2016년 구의역 사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쓴 글을 상기시켰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구의역은 지상의 세월호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새누리당 정권은 공기업과 공공기관마저 효율성과 수익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도록 몰아갔다. 공공성과 조화돼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을 듣지 않았다. 최소한 안전과 관련한 업무만큼은 직접고용 정규직이 맡아야 한다는 야당의 요구도 외면했다"라고 비판했었다. 이런 비판이 고스란히 청와대로 돌아오게 됐다.
최 위원장은 "원청 사업주는 하청노동자의 안전보건 문제에 관해 더 이상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유해·위험 상시적 업무의 사내하도급 전면 금지, 원청의 책임 강화 등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논의가 조속히 재개돼 입법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