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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발 없는' 4.1 부동산대책, 2030세대만 희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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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약발 없는' 4.1 부동산대책, 2030세대만 희생양?

[정책쟁점 일문일답]<34>박근혜표 부동산정책 효과는?

1. 4·1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지 3개월이 지났습니다. 시장 상황은 어떤가요?
⇨ 정부의 공식 부동산 통계기관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0.43% 올랐고, 5월에는 0.2% 올랐습니다. 그러나 6월에는 오히려 0.38% 떨어져 4·1부동산 대책의 약효가 2개월 이상 지속되지 못했습니다.

2. 강북과 강남 상황은 어떻습니까?
⇨ 한강 이북 14개 자치구의 아파트 가격은 4월과 5월 각각 0.15%, 0.1% 올랐으나 6월에는 0.28% 떨어졌습니다. 한강 이남 11개 자치구의 아파트 가격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4월과 5월 각각 0.67%, 0.28% 올랐으나 6월에는 0.47% 떨어졌습니다.

3. 부촌인 강남 4개구와 경기도는 어떻습니까?
⇨ 강남 4개구의 아파트 가격은 4월과 5월 각각 0.77%, 0.32% 올랐으나 역시 6월에는 0.5% 떨어졌습니다. 경기도 아파트 가격은 4월, 5월, 6월에 각각 0.36%, 0.31%, 0.04% 올랐습니다. 경기도민들이 서울시민들보다는 4·1부동산 대책에 더 차분하게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4. 4·1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기 직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무산되었습니다. 용산구가 그 타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요. 용산구 상황은 어떻습니까?
⇨ 용산구 아파트 가격은 4월, 5월, 6월에 각각 0.85%, 0.41%, 0.42% 내렸습니다. 예상보다는 타격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5. 4·1부동산 대책의 약효가 오래 지속되지 못한 원인은 어디에 있나요?
⇨ 그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부동산 가격 추가 하락에 대한 기대, 둘째는 요동치는 국제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 셋째는 6월 말 취득세 감면 종료가 가져올 절벽효과에 대한 불안감이 그것입니다.

6.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4·1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들을 유혹해 빚을 내서 집을 사도록 유도했습니다. 정부의 이런 대책,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지난 십수 년간 쭉 그랬지만 정부가 또 다시 헛발질을 한 것입니다. 4·1부동산 대책으로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들에게 충분한 시세차익을 보장하지 못할 것이었다면 이들을 유혹해 빚을 내서 집을 사도록 유도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7. 4·1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정부는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들을 어떤 방식으로 유혹했나요?
⇨ 부채 상환능력이 매우 취약한 이들에게 DTI 규제를 전부 풀어 주고 취득세도 면제했습니다. 하책(下策) 중의 최하책입니다. 여기에서 DTI(Debt To Income)는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말합니다. 부동산 대세 하락기에 취득세를 면제하여 부채 상환능력이 취약한 이들의 주택 매수를 유도하는 것도 달콤한 '악마의 유혹'이었습니다.

8. 4·1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주택담보대출은 어느 정도 늘었나요?
⇨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463조2000억 원으로, 전월에 비해 2조6000억 원 증가했습니다. 이중 2조 원은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액인데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2조 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말을 제외하고는 17개월만에 처음입니다.

9. 매매시장에서든 전세시장에서든 정부가 빚을 내서 집을 사게 하고 전세를 얻게 하는 정책은 나쁜 정책 아닌가요?
⇨ 사실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부자든 빈자든 자신의 소득과 재산만으로 집을 사게 하고 전세를 얻게 하는 정책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반대로 빚을 내서 집을 사고 전세를 얻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사회는 투기가 많은 사회이고, 또 투기꾼들 때문에 희생되는 사람도 많은 사회입니다. 이런 사회에서는 투기꾼들과 금융족들만 큰 이익을 얻게 되지요.

10. 북유럽 선진국들에 비해 우리나라 금융족들이 유난히도 많은 이익을 얻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 UN이 발표한 각국의 국민계정 자료를 토대로 OECD 29개 회원국들의 금융산업 비중을 산출해 보면 그 중위값은 4.64%(2008)입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금융산업 비중은 6.35%로 29개국 중에서 6번째에 해당합니다. 여기에서 우리나라 금융산업 비중이 크다는 것은 전 산업 부가가치 중에서 금융업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각국의 금융산업 비중이 각각 2.41%, 3.36%, 3.38%로 매우 낮은 쪽에 속한다는 겁니다.
▲ ⓒ프레시안

11. 어떤 산업의 부가가치가 많다는 것은 좋은 것 아닌가요?
⇨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 부가가치가 어떤 성격의 것이냐에 따라 경제에 큰 이익이 될 수도 있고 큰 손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의료시스템이 국민들로부터 과중한 의료비를 부담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 내에서 의료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큽니다. 그러나 이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은 거의 없습니다. 이런 시스템 자체가 미국경제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죽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건설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동산 급등기 때 건설업 비중이 매우 크게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경제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죽이는 길이었습니다. 특정 산업의 작은 이익을 위해 국민 대다수가 너무 많은 희생을 치렀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금융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는 것, 그만큼 국민 대다수가 이들의 이익을 위해 많은 희생을 치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12.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각국의 금융산업 비중이 낮은 원인이 무엇인가요?
⇨ 2000년대 초 <월간중앙>이 북유럽 금융인들을 만나 인터뷰한 기사를 냈습니다. 이 기사를 보면 북유럽 각국의 금융산업 비중이 낮은 원인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북유럽 금융인들은 '기본적으로 금융업이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다른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금융업 종사자들이 돈벌이에 눈이 멀어 제조업과 여타 서민경제에 과도한 부담을 주게 되면 종국에는 금융업도 발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금융족들에게는 이런 인식이 매우 부족합니다.

13.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들의 평균 연령이 40세이므로 부채 상환능력이 취약하지 않다고 항변하지 않았나요?
⇨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통계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한 겁니다. 최근 20대, 30대가 주택 매수를 기피하다 보니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들의 평균 연령이 늦추어진 것 뿐입니다. 그리고 과거 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들의 평균 연령은 35세 내외였습니다. 또 35~40세 연령대의 부채 상환능력이 엄청나게 높은 것도 아닙니다. 이 연령대는 30~45세의 중간에 해당하는데, 30~45세 연령대는 초중고 자녀들 사교육비로 등골이 휘는 사람들입니다.

14. 4·1부동산 대책은 연착륙 유도 정책이었습니다. 정부가 더 현명했더라면 어떤 다른 정책을 썼을까요?
⇨ 4·1부동산 대책의 목표가 금리 이상의 부동산 시세 차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었다면,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들을 유혹해 빚을 내서 집을 사도록 유도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제가 4·1부동산 대책을 주도하는 위치에 있었다면 이런 최하책을 쓰지는 않았을 겁니다. 연착륙을 유도하더라도 전계층을 상대로 했을 것입니다. 부채 상환능력이 가장 취약한 계층을 연착륙 정책의 희생양으로 삼는 정부가 동서고금을 통틀어 몇이나 되겠습니까?

15. 연착륙 정책이 어떤 계층이든 그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아무도 시장에 참여하려 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 금리가 2~3%이고 물가상승률이 2~3%이며, 주택가격이 과도하게 높은 상태가 아니라면 주택가격 상승률은 0~2%에 그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이 때 주택 소유자들은 주택의 실질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손해를 봅니다. 그러나 그들이 전체적으로 반드시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닙니다. 세입자들과 달리 임대료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주택 소유자들은 세입자들과 달리 임대료만큼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는 겁니다. 정부는 이 정도 목표를 세우고 전계층을 상대로 연착륙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겁니다.

16. 전계층을 상대로 한다면 그 대상에 다주택자들도 포함됩니까?
⇨ 연착륙정책을 추진할 때는 다주택자들을 정책대상에서 배제해서는 안됩니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들과 같이 부채 상환능력이 취약한 계층을 연착륙 정책의 희생양으로 삼는 것보다는 다주택자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 더 낫다는 겁니다.

17. 정부가 연착륙 정책의 희생양을 찾는다고 하면 아무도 이 정책에 협조하지 않을것 같은데요.
⇨ 물론 정부가 희생양을 찾는다는 식의 발표를 하거나 의중을 드러내면 안됩니다. 그러나 유능한 정책전문가라면 현재의 시장이 대세 하락기에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고, 또 연착륙 정책이 시장 참여자들에게 충분한 이익을 보장하는 정책이 아니라 손실을 최소화하는 정책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18.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들을 연착륙 정책의 희생양으로 삼은 사람들은 이들에게 충분한 이익을 보장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요?
⇨ 그들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외계인의 생각에 가깝지요. 그들의 의도대로 20,30대들 중 30%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고 이들이 충분한 이익을 얻었다 가정합시다. 그리고 20,30대들 중 70%의 내집 마련이 더 어려워졌다 합시다. 전세계적으로 이런 엉터리 정책을 쓰는 나라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19. 부동산 연착륙 정책을 써야 할 시기에는 다주택자들을 지나치게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 정확한 지적입니다. 2000년대 초중반 부동산 활황기 때 부동산 투기에 열중하던 다주택자들은 경제를 망치는 사람들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대세 하락기에 시장에 참여하는 다주택자들은 연착륙정책의 버팀목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배제해서는 안됩니다. 비슷한 예로 15년 전 외환위기 때 기업들 주식을 사 주는 사람들은 애국자였습니다. 반면 2006년, 2007년 전세계 증시가 대세를 마감하고 있을 때 국민연금 주식보유 비중 확대를 외치며 주식에 매달리던 사람들은 애국자가 아니라 경제를 망치는 사람들에 가까웠습니다. 자산시장 과열기 때 투기에 열중하는 사람은 그가 부자든 빈자든 경제를 망치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반면 자산시장 급냉기 때 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사람은 그가 부자든 빈자든 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겁니다.

▲ 분당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20. 일각에서는 부동산 투기 재발을 우려하기도 합니다.
⇨ 투기 재발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시야를 좀 더 넓혀야 합니다. 지금 중국의 각종 경제지표에서 균열의 징후가 자주 나타나고 있습니다. 만에 하나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으로 갈 경우 우리나라 부동산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겁니다. 또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이미 2010년을 기점으로 대세하락기, 혹은 가격안정기로 접어들었습니다. 따라서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1~2년 안에 투기가 재발되거나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또 투기재발, 가격급등이 우려되는 경우 정부가 DTI, LTV 규제강화로 얼마든지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향후 투기가 재발하거나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21. 일각에서는 다주택자들이 임대료 폭등을 주도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 1980년대에 마르크스주의자들이 그와 같은 관념론자들을 일컬어 "너, 주사파냐?"라고 조롱하곤 했습니다. 북한의 주체사상이 상당히 관념론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다주택자들이 임대료 폭등을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은 지나친 관념론입니다. 이와 같은 관념론은 단 하나의 반례에도 힘없이 무너집니다. 2010년 이후 전세가가 폭등한 원인이 다주택자들의 탐욕에 있다면, 2000년대 중반 전세가가 잠잠한 원인은 당시 다주택자들이 유난히도 선량했기 때문인가요? 그 누구든 말도 안되는 주장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22. 매매시장이든 전세시장이든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매도 희망자가 아니라 매수희망자 아닌가요?
⇨ 맞습니다. 매매시장이든 전세시장이든 집을 찾는 사람들이 부동산 중개업체들을 자주 들락거리면 가격은 오릅니다. 그래서 동서고금의 자산 전문가들이 '거래량이 가격에 선행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매도 희망자는 항상 수동적입니다. 매수희망자들이 시장에 적극 참여하여 거래량이 늘고 가격이 오르면 매도 희망자들은 매물을 거둬 들입니다. 그래서 매물 부족과 매수 열기가 겹쳐 시장은 더 달아오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시장의 열기를 처음 주도한 것은 매수희망자였다는 사실입니다. 대세 하락기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수 희망자들이 시장을 기피하기 때문에 시장이 죽는 겁니다. 매도 희망자들은 매수 희망자들의 눈치를 보며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자산시장의 생리입니다.

23. 내 집 마련을 계획하고 있는 20대, 30대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 4·1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직후 제가 언론사에 기고한 칼럼에서 서술한 내용을 그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4·1 부동산) 대책으로 분명히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들어갈 겁니다. 그러나 그걸 예상하고 지나치게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대책 이후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충분히 확인하고 매수해도 늦지 않습니다. 여유를 가지고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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