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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정치 공작 의혹 보도, MBC는 삭제 YTN은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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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정치 공작 의혹 보도, MBC는 삭제 YTN은 중단

시사매거진 2580 국정원 보도 불방…"광우병 보도 때보다 상황 심각"

MBC '시사매거진 2580'(이하 2580)의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방송 분량이 통째로 삭제돼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밤 방송된 2580에서는 총 3건의 보도가 나갈 예정이었다. 그중 하나가 "국정원에서 무슨 일이?"라는 제목의 꼭지였다. 그러나 실제로 방송된 2580에서에는 이 보도가 빠지고 나머지 2개만 나갔다. 결과적으로 '파행 방송'이 된 것이다.

최근 방송사의 '보도국-기자' 간 갈등이 늘고 있다. 2580 사례뿐만이 아니다. YTN이 단독 보도한 '국정원 직원의 트위터 댓글 공작 의혹 보도'가 갑자기 중단된 일도 있었다. KBS, MBC 등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관련 보도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반적인 방송 통제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부분이다.

지난 10일부터 '미디어 피폭지' 국토 순례에 나선 노종면 YTN 해직 기자는 지난 22일 "(주말에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도, KBS와 마찬가지로 국정원을 한 줄도 보도하지 않은 채 NLL 띄우는 데 열을 올렸다. SBS는 NLL을 한 꼭지만 다뤘지만 국정원 보도는 쏙 뺐다. 약속이나 한 듯 방송에서 국정원이 사라지고 있다"며 "국정원 보도를 축소하고 있는 2013년의 언론 현실은 광우병 보도가 축소되던 2008년 상황보다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 시사매거진 2580 홈페이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다룬 시사매거진 2580 보도 불방…"부장이 막았다"

2580 차장 이하 취재기자·카메라기자 일동은 24일 성명을 내고 "불방, 파행의 책임은 전적으로 시사제작2부장 심원택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성명에 따르면 기사 초안은 지난 21일 새벽에 송고됐다. 기사는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내용을 충실히 전달한 뒤, 수사 결과에 대한 국정원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반론, 각 쟁점별 여야의 주장을 담고 있었다.

2580 제작진은 "심원택 부장이 데스크를 불러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전·현직 국정원 직원과 민주당이 결탁한 더러운 정치 공작이다. 기자의 시각과 기자의 멘트로 이 부분을 명확히 지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또한 "(심 부장이) 그러면서 '검찰 수사도 믿을 수 없다. 편향된 검찰이 정치적 의도로 편파 수사를 했으니 그 점을 기자의 시각으로 지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기사를 내줄 수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민주당의 정치 공작'의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제작진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했다는 주장이다.

제작진은, 이에 데스크가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에서 기자가 주관적으로 멘트하는 것은 위험하다. 기사에 이미 여야의 인터뷰로 양측 주장이 균형 있게 담겨 있다"고 항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심 부장이 이 같은 의견을 무시하고 '경찰의 수사 은폐와 조작' 부분, '원세훈 원장의 간부회의 발언' 부분을 통째로 삭제해 13분짜리 기사를 6분짜리로 만든 뒤 "이대로 제작하라"고 요구했다는 게 제작진의 주장이다. 제작진은 "시사제작국장 등이 중재에 나섰지만 심 부장은 중재까지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은 "불방의 책임은 심원택 부장에게 있다"고 규정한 뒤 "이 와중에 심 부장은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 취재기자에게 '편향적인 기자가 쓴 기사는 믿을 수 없다'는 모욕적 발언을 했는가 하면, '지난해 파업에 참여한 기자들은 이런 아이템을 할 자격이 없다. 배후가 누구인지 안다'는 막말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2580 제작진은 "기자들은 심원택 부장과 함께 일할 수 없다. 이미 심원택 부장과 차장 이하 기자들 사이에 불신은 극에 달했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부장을 교체하든지, 아니면 데스크와 기자들 전원을 교체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또한 "20년 가까운 역사를 이어온 대한민국 간판 시사프로그램이 최소한의 상식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비상식과 독선으로 회사의 지휘 계통을 무시한 심원택 부장을 반드시 교체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심 부장은 지난해 8월 2580의 안철수 교수 관련 아이템 기획을 일방적으로 중단시킨 전력이 있다. <MBC> 노조에 따르면 당시 심 부장은 "친북 종북 좌파라서 아이템을 맡기지 못 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영화 <유신의 추억>을 다루는 보도에서 인혁당 사건 피해자 유족의 인터뷰를 빼 기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YTN 단독 보도 중단 사건도…잇따른 '파행 방송', 우연일까?

이와 관련, 최근 방송사의 '정권 눈치 보기'가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YTN의 단독 보도 방송 중단 사태가 단적인 예다. YTN은 지난 20일 "국정원 SNS 조직적 정치 개입"이라는 단독 보도를 했다. 지난해 9~12월 사이에 삭제된 트위터 계정 가운데 국정원 직원의 것으로 보이는 의심 계정 10개를 복원했고, 박원순 서울시장, 반값 등록금, 무상 보육 등을 비판하는 트윗을 무더기로 찾아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른바 '윗선'의 지시로 당일 오전 10시 이후 이 보도가 중단됐다. YTN 공정방송추진위원회가 방송 중단 이유에 대해 질문하자, 보도국 측에서는 "임종렬 편집부국장이 자체 판단해서 '리포트 내용이 좀 어렵고 애매하니 그만 내도록 하라'고 피디들에게 지시했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해 임장혁 YTN 공정방송추진위원장은 "보도국이 국정원과 의심되는 관계가 있는 것으로 짐작이 된다. 국정원이 예전부터 보도에 관여했다는 정황도 포착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도 "논란이 있었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진지한 논의 끝에 보도국 회의에서 '단독'을 붙여 방송을 결정한 리포트다. 그런데 편집부국장이 그 리포트를 못 믿겠다며 독단적으로 방송 중단을 결정하고 지시하는 일이 YTN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인가"라며 "(보도국의 설명은) 믿기지도 않고 납득도 안 간다. 보도국의 입장이 액면 그대로 사실이라면 보도국장과 편집부국장은 모두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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