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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세가 유죄면 삼성·새누리당·대통령도 유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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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세가 유죄면 삼성·새누리당·대통령도 유죄다

[기자의 눈] '미네르바' 기소했던 수원지검장, 정대세마저?

'미스터 국가보안법'(황교안)이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후 희한한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프로 축구 구단 수원삼성에서 뛰고 있는 정대세 선수가 국가보안법 수사를 받게 됐다. 수원지방검찰청(김수남 지검장)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정대세 선수 사건을 공안부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회장 변희재)가 지난 14일 "정대세가 해외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북한은 조국', '나는 김정일을 존경한다'고 하는 등 북한을 고무·찬양했다"며 국가보안법 제7조 고무찬양죄를 적용해 고발한 데서 시작됐다. 통상 수사 배당 여부를 언론에 밝히는 것은 주목도가 높은 사건일 경우다. 즉, 이번 건의 경우 검찰이 수사 의지를 내보였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최소한 각하, 혹은 기소 여부가 결론 날 때까지 정대세 선수는 검찰청 문턱을 수차례 넘나들어야 할 수도 있는 처지에 놓였다.

물론 국제축구연맹(FIFA)과 한국축구협회,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가 인정해 한국 프로 축구 리그에서 합법적으로 뛰고 있는 정 선수가 기소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러나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김수남 수원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지내던 시절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수사를 지휘해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결국 '미네르바' 박대성 씨를 구속 기소했고, 그후 검사장으로 승진한 케이스다. 박 씨는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아냈고 그를 기소한 조항이 위헌 판정을 받았지만, 그런 것은 검찰의 인사 기록 카드에 기록되지 않는 모양이다.

▲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엘리스파크에서 열린 2010남아공월드컵 북한과 브라질의 경기가 시작되기에 앞서 정대세 선수가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남부지검장 시절 김 지검장은 MBC 파업 사건을 수사하며 MBC 노조 집행부에 무더기 구속영장을 두 차례나 신청했다가 모두 기각돼 망신을 당한 적도 있다. 유달리 정치적 행보를 보여 참여연대가 지난 4월 선정해 발표한 '검찰권 오남용 수사에 책임 있는 검사' 41명 명단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법무부 기조실장 시절 그는 말 많고 탈 많던 공안통 출신 김경한 전 법무부 장관을 지근거리에서 모시기도 했다.

그런 그가 칼을 빼들었다. 설마설마했던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김수남 지검장이 누구인가. 1983년 제정돼 25년 동안 사용된 적이 없는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을 찾아내 박대성 씨를 기소한 집요한 인물이다. '미스터 국가보안법' 황교안 장관 임명을 숱한 논란 속에서 강행한 박근혜 대통령이 이끄는 이 정부에서는 어떤 일이 생길지, 도통 가늠할 수가 없다. 최근 정치권의 '종북 몰이', 사회적 '공안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살아 있다.

정대세가 문제면 축구협회·삼성·새누리당·대통령도 문제다

정대세 선수는 한국 국적을 갖고 있지만 어릴 때부터 조총련계로 불리는 조선학교를 다녔다. J리그 선수로 뛰다가 북한 국가 대표팀에 발탁돼 남아공월드컵에 출전했다. FIFA가 "북한 국가 대표팀에서 뛰고 싶다"는 정대세의 의견과 함께, 정 선수가 처한 상황의 특수성을 받아들인 결과였다.

정대세 선수의 삶은 이미 알려질 만큼 알려져 이 이상 덧붙일 게 없다. 정 선수 본인이 SBS '힐링 캠프'에 출연해 진솔한 얘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가장 유명한 장면은 남아공월드컵 당시 브라질전을 앞두고 북한의 국가가 울려 퍼질 때 뜨거운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다. 이 장면은 전 세계가 그의 삶에 주목하게 한 계기가 됐다. 그는 경기 후 "자이니치(재일, 在日)로서 이곳에 왔다는 사실에 마음이 뜨거워졌다"고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렇다. 그는 스스로 자신을 남한도, 북한도 아닌 '자이니치'로 규정한다.

정 선수는 원더걸스를 좋아하고 주식 투자도 해봤다. 그리고 김정일을 좋아하고 인공기를 가슴에 달고 월드컵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자이니치 스포츠 평론가 신무광 씨가 "'너(정대세)의 아이덴티티는 일본인가, 조선인가, 한국인가"라고 물었을 때 정대세는 분명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나의 아이덴티티는 자이니치. 자이니치라고 하는 나라가 나의 조국이며, 나는 자이니치를 위해 플레이한다. 하지만 그런 나라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지도에도 없다." 나의 조국은 자이니치라는 말은 묘한 울림을 갖는다. 그는 한국의 디아스포라다.

'경계인'을 자처한 송두율 교수에게 '너는 어느 편이냐'고 집요하게 물었던 적이 있다. 똑같은 일이 생기려고 한다. 국가보안법이 정대세 선수에게 묻고 있다. 너는 어느 편이냐고. 한국 국적을 갖고 김정일을 좋아한다고 말을 하면 안 된다고. 그것이 설령 외국 매체와 한 인터뷰일지언정, 그 '생각'은 금지돼야 한다고.

정대세 선수가 대한민국 검찰로부터 기소를 당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해외 토픽감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자이니치의 법적 지위, 그리고 자이니치로서 입에 담지 말아야 할 금지어가 규정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해서 벌어지는 재판도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을 것이다.

그에게 혐의가 있다면 정 선수를 선수로 등록한 한국축구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 정 선수 입국을 승인한 법무부, 그리고 정 선수에게 연봉을 지급하고 있는 삼성까지 모두 책임을 물어야 한다. 여기에 재외국민투표권을 허용함으로써 지난해 총선과 대선 때 정대세 선수에게 투표권을 준 새누리당, 그리고 그 새누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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