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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이어 나경원, '선거제도 개혁' 최대 복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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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이어 나경원, '선거제도 개혁' 최대 복병

1년 내내 개헌-선거제도 '돌려막기' 훼방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 논쟁이 달아올랐다. 여야 대선후보들이 모두 입을 모았던 '지방선거-개헌 동시 투표' 약속을 자유한국당이 깬 탓이다. 이유는 "지방선거에 불리하다"(홍준표 전 대표)는 것.

약속을 뒤집은 한국당은 사과 한마디 없었다. 반(反) 개헌 세력으로 몰리자 김성태 원내대표는 "권력구조 개편, 선거구제 개편, 권력기관 개편, 개헌투표일에서 합의가 이뤄져야만 개헌이 성사된다"고 했다.

이 중 선거제도 개편은 야3당을 견인하기 위한 '당근'이었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줄다리기가 하염없자 바른미래당, 평화당, 정의당 등 3당이 지난 4월 중재안을 냈다. 민주당은 권력구조를 양보하고,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수용하라는 내용이었다. 이 제안에 김성태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선거구제 개편과 국민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선 문을 활짝 열겠다고 분명히 한다"고 화답했다.

김 원내대표의 교란 전술은 효과를 봤다. 야3당도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 논란 속에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지방선거-개헌 동시추진을 포기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절호의 기회'라던 개헌은 그렇게 무산됐다.

하지만 지방선거 뒤에도 개헌을 무산시킨 주범이라는 비판이 한국당을 따라다녔다. 그러자 김 원내대표는 9월 5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연동형 비례제 등 선거구제 개편과 내각제에 기반을 둔 분권형 개헌 동시 추진을 제안했다.

이에 대한 반응은 시큰둥했다. 선거제도 개혁도 어려운 마당에 한 번 실패한 개헌까지 묶어서 처리하려면 둘 다 무산된다는 우려가 강했다. 정의당과 평화당은 "연내 선거제도 개혁이 먼저"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가 뜬금없이 내놓은 '개헌 재추진' 제안은 별다른 반향 없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현실성 없는 개헌론을 대체해 정치개혁 논의의 중심축이 선거제도 개혁으로 빠르게 집중됐다. 민주, 평화, 정의 3당 대표가 9월 남북정상회담 수행 차 방북한 자리에서 개헌과 선거제도 분리 추진, 의원정수 확대, 연동형 비례대표제 중심의 개혁에 합의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10월 1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로선 개헌 문제를 다시 제기하는 게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선거법만이라도 따로 분리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반대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심상정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국회 정개특위까지 가동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전망이 밝아지는가 했다. 심 위원장은 "2020년 총선 선거구 획정 시한을 고려해 내년 2월까지는 선거제도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며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김성태 원내대표는 "비대화된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은 그냥 둔 채 선거구제 개편을 통해 다당제를 고착화하는 건 자칫 밥그릇 나눠먹기에 불과할 수 있다"(11월 1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며 딴죽을 걸었다.

이해찬 대표의 연동형 비례제 입장 번복 논란으로 민주당이 궁지에 몰리자 김성태 원내대표는 또 다시 태도를 바꿔 "야3당이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촉구한 데 대해 한국당도 원칙적으로 공감의 뜻을 표한다"고 다시 한 발을 걸쳤다.

종잡을 수 없는 한국당의 줄타기는 계속됐다. 지난 6일 예산안 처리와 함께 선거제도 개혁을 여야 합의문에 담는 방안이 성사 직전까지 갔으나, 김 원내대표는 도농복합선거구제를 막판 협상장에 들고 나와 판을 깼다. 민주당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안을 요구해 선거제도 갈등에 기름을 부은 것이다.

이렇듯 올 한해 내내 정치권 중심 논쟁으로 진행 중인 선거제도 개편 문제에 한국당이 보인 태도는 그때그때 달랐다. 개헌을 저지해야 할 때는 선거제도 개편을 끼워 넣고, 선거제도 개편이 시급한 화두가 되자 '개헌 패키지'로 돌려막는 전술을 구사한 셈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관한 입장도 필요할 땐 찬성, 불리할 땐 반대였다.

민주당이 내년 2월 임시국회 처리를 목표로 한 선거제도 개편 로드맵을 제시하며 야3당과 접점을 모색한 12일, 이젠 한국당 신임 나경원 원내대표가 새로운 복병으로 등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선거제도는 권력구조와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다시 빗장을 거는 한편, 김성태 전 원내대표가 그나마 원칙적 공감을 표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라고 일축했다.

야당 대표 두 명이 동시 단식농성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전개되고 민주당과 야3당의 골이 깊게 패였어도, 선거제도 개편이 진척을 보지 못하는 1차적 원인이 한국당에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민주당에 단단히 화가 난 야3당은 "민주당이 한국당을 설득하라"고 다그친다. 거대 양당의 이심전심 속에 선거제도 개편이 또 무산될지 모른다는 절박감의 발로다. 민주당은 배수진을 친 야3당의 요구와 요지부동 한국당 사이에서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선거제도 문제에 아직도 분명한 입장이 없는 한국당은 "천천히 논의해서 풀어갈 문제"(나경원 원내대표)라고 여전히 뒷짐을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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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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