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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 관련 예산까지 '줬다 뺏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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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 관련 예산까지 '줬다 뺏나?'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줬다 뺏는 복지' 공개 토론하자

지난주 국회가 내년도 예산을 469조 6000억 원으로 확정했다. 해마다 예산 국회가 끝나면 뒷이야기들이 들리는데, 올해에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에 대한 보도가 잦다. 대략 보도 내용은 이렇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 해결의 단초를 여는 예산 합의를 봤는데, 본회의에서 도로 삭감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기초연금 정책의 사각지대, 기초생활수급 노인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노인 빈곤율 12%의 4배인 심각한 노인 빈곤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정부는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인 500만 명에게 월 25만 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기초연금 수급자의 78%가 기초연금이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동 연구원의 2018년 보고서는 2014년~2016년 기초연금 지급에 따른 노인의 상대빈곤율(노인인구 중 가처분 중위소득 50% 미만인 계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4.0%~5.6% 완화되었고, 빈곤갭(중위소득과 빈곤층의 평균 소득 차이 정도)은 8.2%~11.8% 완화되었다고 밝혔다. 즉 기초연금은 노인 빈곤과 소득 불평등 완화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기초연금 수급 인구 약 8%에 해당하는 40만 명의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노인은 정작 이러한 기초연금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기초연금법에 따라 기초연금 25만 원을 받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에 따라 종전의 생계 급여에서 25만 원이 삭감되기 때문이다. 법에 의거 지급하고 시행령에 의거 삭감하는 구조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다. 내년에는 소득 하위 20% 노인에게 기초연금 30만원이 지급되지만 그 20%의 최하위 빈곤층인 수급 노인의 생계 급여에선 30만 원이 삭감될 것이다. 노인 빈곤 문제 해소를 위한 기초연금 정책에서 정작 가장 가난한 노인은 배제되고 있다.

▲ 2014년 7월 1일 청와대 앞에서 '줬다 뺏는 기초연금' 해결을 촉구하는 도끼상소를 벌이는 노인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부는 빈곤노인의 기초연금을 왜 줬다 뺏을까?

보건복지부가 수급노인의 기초연금을 줬다 뺏는 것은 기초연금을 소득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회복지학자들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충성 원리에 따라 기초연금 소득만큼 생계급여를 삭감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한다. 그러나 기초연금만큼 일반 노인의 삶이 개선되는 것에 비하여 최빈곤 노인의 삶이 생계급여 수준에 묶이는 '빈곤 동결' 즉 형평성의 문제에 대해선 마땅한 대답을 못한다. 가끔은 생계 급여 수준 자체를 개선하는 대안을 말하지만, 실제 의지는 수년째 찾아볼 수 없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충성 원리에 덧붙여, 비수급 노인의 빈곤 문제 해결이 우선임을 누차 강조한다. 차상위 계층으로 대표되는 비수급 노인의 빈곤 문제는 부양의무자 문제나 추정 소득 등의 독소 조항 해결로 풀어야지, 수급 노인 복지를 '인질'로 삼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장관은 기초연금 재정 분배의 우선순위까지 염두에 두고 발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장관 논리대로라면 소득 70%까지의 지급선을 60%로 조정해서라도 최하위 빈곤 노인의 기초연금을 보존하는 게 오히려 맞는 것 아닌가. 또 460만 명의 기초연금을 5만 원, 10만 원 인상하기에 앞서 40만 명 수급 노인의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 아닌가.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를 시민사회와 언론에서 수년째 지적해 왔어도 복지부는 보충성 원리와 차상위 계층 핑계로 생계비 삭감을 고집하고 있다. 기초연금법에서 지급하도록 제정된 수급자의 기초연금이 행정부 시행령에서 삭감되는 이 문제가 헌법재판소 헌법소원으로 넘어간 상황이기도 하다.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도 앵무새 답변을 하는 복지부를 보다 못해 국회 보건복지위가 기초생활수급 노인에게 월 10만 원이라도 추가로 지원하자고 2019년도 예산 4102억 원을 의결했으나, 이 예산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끝내 좌초되었다.

국민 앞에서 끝장 토론하자

시민단체와 언론과 국회가 한 목소리로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 이제 본격적으로 사회적 토론의 장으로 올려야 한다.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복지부 책임자와 보충성 원리로 이를 뒷받침하는 복지학자들, 그리고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시민단체와 국회의원과 당사자가 한 자리에 모여 국민 앞에서 끝장 토론을 하자.

국민 세금으로 조성되고 집행되는 복지 예산은 불확실성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의 합의에 따라야 한다. 가난한 국민의 고통스런 삶의 문제를 학자들의 원리주의와 관료의 탁상행정에 맡겨서는 안 된다. 배고파 봤냐고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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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시민들이 복지국가 만들기에 직접 나서는, '아래로부터의 복지 주체 형성'을 목표로 2012년에 발족한 시민단체입니다. 건강보험 하나로, 사회복지세 도입, 기초연금 강화, 부양의무제 폐지, 지역 복지공동체 형성, 복지국가 촛불 등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칼럼은 열린 시각에서 다양하고 생산적인 복지 논의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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