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본격적으로 조사에 돌입한다.
특조위는 11일 전원위원회를 통해 직권조사 개시를 의결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결정으로 특조위는 관련 특별법에 따라 일 년간 조사를 벌이고, 필요 시 활동 기간을 일 년을 더 연장한다.
조사에 착수한 것은 지난해 12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일 년 만이다. 특조위는 조사 개시까지 시간이 걸린 데 대해 과거 조사·수사 기록을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향후 계획을 세우는 한편, 120명이라는 한정된 인력으로 최대한 효율적인 조사를 하기 위한 방안 등을 모색했다고 설명했다.
장완익 위원장은 "누군가는 조사할 것이 남았느냐고, 지겹다고 말할지 모른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들은 일부 사실들의 단편에 지나지 않는다"며 "진실을 밝히기 위한 첫발을 떼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 만큼 활동을 위한 각오를 단단히 하겠다"고 밝혔다.
장 위원장은 "양 참사의 피해자들은 고통에 시달리며 절규하였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밝혀진 것은 없다"며 "그러한 일들이 어떤 사회 구조적 맥락에서 일어나게 됐는지, 정부는 그 속에서 어떻게 행동했는지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조위는 향후 가습기살균제사건 진상규명소위,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소위, 안전사회소위, 지원소위 등 4개 소위원회가 사전에 검토한 49개의 조사 과제를 풀어가기로 했다. 장 위원장은 그러나 "오는 1월부터는 사건 신청을 받을 것"이라며 "조사를 한 번만 하는 게 아니라 필요하다면 계속 추가할 것"이라고 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경우 관련 기업 등을 대상으로 참사의 원인을 조사하고 피해가 커질 때까지 정부와 전문가 등 공공부문에서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검토하기로 했다. 최예용 부위원장은 "현재 정부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 신고를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책상머리에서 전화 받는 일'밖에는 안 된다"며 "현장에서 직접 피해자를 찾아내는 저인망 방식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는 앞서 검·경 합동수사본부, 1기 특조위, 선체조사위원회에서 조사했던 침몰원인, 구조실패 과정 등을 재검토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특조위 내부에 2개의 팀을 만들어 토론을 하도록 했다. 문호승 상임위원은 "(원인에 대해) 선조위가 최종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을 개인적으로도 안타깝게 생각하며, 이번 소위에서는 각각 ‘내인설'팀 ‘열린안'팀을 따로 두고 치열하게 논리를 맞붙이는 식으로 원인을 추적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유가족 사찰 의혹을 받는 기무사를 비롯해 국정원·경찰·해경 정보과 등 정보기관이 참사에 개입했는지 확인한다. 박근혜 정부가 1기 특조위 활동을 방해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처음 조사한다.
장 위원장은 이번 특조위의 권한이 1기 특조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우려에 대해 "특검 요청 권한이 크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1기 특조위에서는 특별검사 요청을 두 번밖에 할 수 없고 특히 국회 처리 기간에 대한 규정이 없어 차일피일 미뤄지다 결국 두 번의 요청안 모두 19대, 20대 국회에서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그러나 이번 2기 특조위에서는 개정된 법을 통해 특검 요청을 횟수제한 없이 할 수 있고, 국회 처리 기한이 90일 이내로 정해졌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 50여 명이 와 방청했다. 이들은 '전면 재조사', '끝까지 책임자 처벌'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유경근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기자회견 말미 발언권을 신청해 "우리가 바라는 것은 제대로 된 검찰 재수사"라며 "특조위가 강제 수사 권한을 갖고 있는 검찰이나 감사원에 적극적으로 수사 요청을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하루라도 빨리 조사를 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조사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특조위가 조사를 마쳤을 때 결과를 얼마나 납득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이번 특조위가 마지막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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