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야3당의 반대 속에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만 본회의를 열어 2019년도 예산안과 무쟁점 법안을 통과시킨 점을 "협치의 좋은 성과"라고 10일 치켜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를 열고 "2019년도 예산안이 늦게라도 국회를 통과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지난 11월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입법과 예산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합의한 결과"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과 한국당은 지난 8일 새벽과 7일 본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과 음주 운전 처벌 기준을 강화하는 이른바 '윤창호법' 등 무쟁점 법안들을 각각 통과시켰다. 당시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국회 본회의장 밖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며 연좌 농성을 벌였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와 여야 간 소통과 협력으로 협치의 좋은 성과를 보여준 국회에 감사드린다"고 말한 대목은 예산안 처리를 "적폐연대"라고 규정한 야3당의 인식과 괴리가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이러한 협치 정신이 계속 이어져서 여야정 상설협의체 합의 후속 법안이 조속히 마무리되길 희망한다"며 국회 복귀를 거부하고 있는 야3당을 사실상 압박했다. 문 대통령이 처리를 당부한 법안은 기초연금법, 아동수당법, 데이터 경제 3법, 의료기기 산업법, 지방 일괄 이양법,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유치원 3법 등이다.
유치원 3법 등 한국당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은 야3당의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문 대통령은 야3당이 국회 복귀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하는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은 국회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관한 합의를 요구하며 당분간 정부·여당과의 개혁 공조에 선을 그어놓은 상태다.
특히 문 대통령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이날로 5일차 단식을 이어가며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문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을 촉구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469조 5751억 원 규모의 2019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사회복지 예산 1조 2000억 원이 깎이고, 공교롭게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1조 2000억 원 늘어난 점도 논란거리다. 여야 의원들이 사회복지 예산을 깎아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나섰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특히 가장 가난한 기초생활수급자 노인이 기초연금 인상 혜택을 보지 못하는 이른바 '줬다 뺏는 기초연금'을 해결하기 위한 예산안이 전액 깎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기초생활수급 노인이 기초연금을 받는 만큼 생계 급여가 깎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 42만 명에게 4102억 원을 더 들여 월 10만 원을 더 주기로 했지만, 이는 최종 예산안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번 예산안에 대해 "민생 개선과 복지 사각지대 해소 등 포용국가를 향한 비전을 담은 예산들이 시행되면 국민들의 어깨가 가벼워질 것을 기대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각 부처에 "이제부터는 정부의 책임이다. 예산이 국민의 삶 속으로 제때, 제대로 흘러갈 수 있도록 기재부와 각 부처에서 집행 계획을 철저히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지난 8일 강원도 강릉에서 16명이 다치는 KTX 탈선 사고가 난 데 대해 문 대통령은 "안전권을 국민의 새로운 기본권으로 천명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참으로 국민께 송구하고 부끄러운 사고"라고 고개를 숙였다. 문 대통령은 국토교통부에 "철도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고강도의 대책을 주문한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쇄신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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