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관계자는 7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남양유업은 관련 업계에서도 굉장히 악명이 높았다. 이른바 '밀어내기'나 유통기한 임박 식품을 끼워서 대리점에 팔아 부담을 넘기는 행위와 관련해 유독 남양유업이 소문이 안 좋았다"며 "터질 게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마트의 '원 플러스 원(1+1)' 상품의 비밀을 아느냐"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본사에서 물량을 밀어낸다고 치자. 사실상 대리점주에게 물량을 강요하는 것이다. 50만 원어치를 시켰는데 500만 원어치 물건이 오는 셈이다. 물량을 받지 않으면 계약이 끊길 수 있기 때문에 대리점주는 어쩔 수 없다. 또 본사가 물량을 급격하게 줄이면, 일정 물량을 납품하기로 돼 있는 큰 마트에 납품할 물량이 없게 된다. 즉 본사가 대리점의 마트 납품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조다.
울며 겨자 먹기로 '밀어내기' 물량을 받아낸 대리점주는 마트에 '원 플러스 원' 상품을 만들어 팔 수밖에 없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도 역시 '원 플러스 원'이 된다. 마트를 돌아다니다 보면 같은 제품을 몇 개 더 끼워서 테이프로 감아 파는 물건을 쉽게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이런 '밀어내기'의 비밀이 있는 셈이다."
▲ 영업사원 욕설 파문을 계기로 남양유업에 대한 불매운동이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 |
끊이지 않는 남양유업 불공정 행위 논란
진보정의당 박원석 원내대변인은 "남양유업 욕설 파문은 오래도록 지적되어온 재벌 대기업 전횡의 단면이 드러난 사건"이라며 "대기업 식품업체 등의 판매 목표 강제 부과, 판매 수수료 부당 회수 등 불법·횡포는 국정감사 등을 통해 이미 수차례 지적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남양유업이 연루된 불공정 행위 의혹은 많았다. 대부분 남양유업 특유의 공격적 마케팅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다. 지난 2010년 남양유업이 인스턴트 커피 시장에 진출하면서 카제인나트륨이 몸에 해로운 물질인 것처럼 느껴지는 광고를 내보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남양유업의 이 같은 행태는 경쟁사 비방 논란으로 이어졌는데, 카제인나트륨은 논란 끝에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에 더해, 커피 제품 이외에 남양유업의 다른 제품군에는 카제인나트륨이 버젓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나 비판을 받기도 했다.
2008년 멜라민 분유 파동 때에도 남양유업은 "세계 어느 유가공 회사에도 없는 첨단 설비와 시스템", "멜라민 등 유해 원료 100% 원천 봉쇄", "지독한 품질 고집으로 대한민국 유가공협회 1위" 등의 문구가 들어간 광고를 해 과장 광고 논란을 빚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재벌이 대를 이어 운영하는 기업인 남양유업은 폐쇄적인 경영, 물불 안 가리는 공격 마케팅에, 대리점주를 후려치는 방식 등으로 잘나가는 기업이 됐는데, 업계 관계자 입장에서 보면 씁쓸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남양유업 사례와 같은 대기업의 횡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처벌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6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등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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