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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와 함께 '맥주민주화'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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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와 함께 '맥주민주화'도 부탁해!

[맥주 이야기]<5>홍종학 의원의 '맥주 민주화' 법안

맥주는 많은 이들의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우리는 맥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프레시안>은 맥주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따라가 봤다. 맥주에 대해 몰랐던 사실, 한국 맥주 산업의 현주소, 맥주가 갖는 다양한 의미들을 짚는 기획이다. 시쳇말로 술독에 빠지자는 이야기는 물론 아니다. 맥주에 대해 제대로 알고 적절히 즐기자는 것이 이번 기획의 취지다. <편집자>

맥주 이야기
① 대동강맥주 서울 실종 사건…주역은 MB?
② 맥주가 없었으면 피라미드도 없었다?
③ 오비·하이트에 지친 당신, '순창 맥주' 한잔?
한국 맥주 맛이 일본을 못 따라가는 이유

지난 12일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는 작은 간담회가 열렸다. 민주통합당 홍종학 의원실이 주최한 '대-중소기업 상생과 맥주 산업 발전을 위한 주세법 개정 공개 간담회'였다. 국내에서 하우스 맥주, 크래프트 맥주를 만드는 업계 관계자들이 모였다. 대기업 맥주 회사의 대외정책팀장부터, 유명 '브루마스터(맥주 장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었다.

주제 발표를 맡은 정철 서울벤처정보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 자리에서 "소규모 제조 맥주(크래프트 맥주)가 전체 맥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21%에 불과해 기존 맥주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비하다. 크래프트 맥주와 대형 맥주회사는 경쟁관계가 아니라 보완 관계로 생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차보윤 마이크로브루어리협회 회장은 "우리의 경쟁상대는 오비나 하이트가 아니라 수입맥주"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오비맥주 주식회사의 방인호 대외협력팀장도 이같은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 크래프트 맥주를 만드는 중소 맥주회사가 설비, 기술력, 그리고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을 상대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라거 타입의 '인스턴트 맥주' 맛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이 어느날 갑자기 크래프트 맥주에 손을 뻗칠 리도 만무하다. 다만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바이젠 맥주(밀맥주)나 둔켈(흑맥주), 에일 맥주 등을 표방하고 있는 각종 수입 맥주에 비해,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크래프트 맥주는 신선도 면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맛도 얼마든지 다양화할 수 있다. 케그 통(생맥주 통)에 담겨 유통기한 3개월 중 한달 가량의 기간을 바다 위에서 소비하는 영국산 에일 맥주보다, 어제 오늘 갓 뽑은 '순창 에일' 한잔에 매력을 느낄 준비가 된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국내 하우스 맥주, 크래프트 맥주는 고사 상태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몇 가지를 든다. 차보윤 회장에 따르면 첫째, 제조에 관한 규제, 둘째 유통에 관한 규제, 셋째, 세금(주세)에 관한 규제 등이 국내 소규모 맥주 회사 '활성화'에 있어서 걸림돌이다.

현재 제조에 관한 시설 제한은 상당 부분 풀려 있는 상황이다. 2002년 소규모 맥주 제조가 허용되고 2011년 중규모 맥주생산이 가능하게 됐다. 여기에 홍종학 의원이 지난 19일 발의한 주세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되면 제조 시설 기준은 더욱 낮아지게 된다. 전발효조(발효탱크)는 기존 5만리터에서 2.5만리터 이하로, 후발효조(저장탱크)는 기존 10만리터에서 5만리터로 완화하도록 했다.

크래프트 맥주, 복싱 경기에서 발 묶인채 시합하라는 셈

문제는 유통과 주세다. 유통을 묶어 놓은 상태에서 제조 설비 규제만 완화한 현 상황을 차 회장은 "체급이 크게 차이나는 상대와 경기하는 복싱 선수에게 손만 풀어주고 발은 묶어놓은 채 시합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유했다.

차 회장은 "외부 유통 금지 규정의 입법취지는 위생상의 이유 탓이라고 하나 소규모 맥주업체의 제조위생관리는 유사한 발효주인 막걸리보다 훨씬 더 엄격하다"고 주장했다. 차 회장은 또 "2011년 이후 생기기 시작한 중소 맥주업체들도 대형 맥주업체와 동일하게 종합주류도매면허사업자들을 통해서만 유통이 가능한 것도 큰 문제다. 왜냐하면 대형 맥주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국내의 유통체제 하에서는 시장 진입 자체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즉 일정 규모 이하의 맥주업체는 막걸리 등 전통주처럼 주세법 시행령 제9조 2항의 특정주류도매면허를 통한 유통이 가능하도록 유통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정주류도매면허는 10평(33 m²) 이상의 창고만 있으면 주류 제조 회사의 추천을 통해 면허를 받아 운영할 수 있는 제도다.

외부 유통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우려도 기우라는 지적이 나온다. 즉 외부 반출량 및 반출 가격에 대하 관리가 어려워져 불법 맥주가 유통돼 세원 관리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인데, 이에 대해 정철 교수는 "현재 소규모 맥주에 부과되는 주세는 각 업체별 맥주 공급 탱크 라인에 설치된 유량계에 근거해 행해지고 있고, 일반 주류와 같이 납세 필증 등을 통한 판매량 검증이 이뤄진다면 세원 관리의 투명성을 확보하는데 큰 문제거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1세기인데 "1960년대 주세 시스템"…"크래프트 맥주에 할인 세율 적용"

"지금 시스템은 맥주를 만들지 않아도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롯데호텔 메가CC 브루마스터인 송훈 과장의 설명이다. 가장 큰 문제는 규모나 생산량에 비해 높은 주세에 시달리고 있는 부분이다. 대형 맥주 공장의 생산 시스템에 맞춰진 우리 주세는 소규모 맥주 생산자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우리 주세법은 종가세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완제품'의 출고가격에 세율을 곧바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즉 제조 원가가 높을수록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 대규모 맥주 회사는 제조 원가 절감이 가능하지만, 소규모 맥주 회사는 제조 원가 절감 자체가 불가능하다. 정철 교수는 "소규모 제조 맥주 설비가 외국산인 경우 설비도 제조원가에 포함되므로 상대적으로 더 큰 주세 부담을 안고 있다. 또 외국 설비의 경우 국내기술자의 능력이 부족해 외국 맥주 제조 기술자를 고용하게 되고 그 인건비 역시 제조 원가에 포함되므로 주세 부담이 더욱 늘어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며 "이런 악순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선진국과 같이 주세율을 할인세율 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훈 과장 말대로 맥주를 한방울도 만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도 인건비 부담은 향후 납부할 주세에 고스란히 전가되는 셈이다.

형평성 문제도 있다. 소규모 맥주 회사들은 대부분 100% 맥아를 사용한다. 대형 맥주공장보다 높은 원가로 맥주를 제조하고 있지만 대형 맥주와 똑같은 비율의 세금을 내고 있다. 그러면서 '매장 외 유통'까지 제약받고 있는 셈이다. 관련해 정철 교수는 "헌법에 보장된 영업의 자유를 침범한다는 점에서 법 적용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미국의 대표적인 크래프트 맥주 사뮤엘 아담스. 우리나라에서도 사뮤엘 아담스와 같은 맥주가 탄생할 수 있을까? ⓒ사뮤엘 아담스 홈페이지 캡쳐

홍종학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 규모 이하의 주류 제조 면허를 받은 자가 제조하는 주류의 경우 그 세율의 100분의 30의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즉 중소 맥주 회사에 대한 세율을 대형 맥주 회사에 적용되는 세율의 30% 정도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론이 나온다. 맥주만 놓고 봤을 때 맥주에 부과되는 주세 중 시장 점유율 0.2%에 불과한 중소 맥주 회사 맥주로부터 거둬들이는 세수는 극히 적다. 오히려 대형 맥주 회사와 같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자생적인 중소 회사의 성장을 막게 되는 '역효과'를 낸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의 경우에도 생산 규모에 따라 탄력적으로 과세 기준이 적용된다. 일본의 경우 소규모 맥주 회사에 대해서는 세금 지원을 해준다. 독일은 2만 킬로리터 이하 중소 맥주 회사의 경우, 대형 맥주 회사에 적용되는 세율의 50%~75% 수준만 부과하는 등 차등 적용하고 있다.

홍종학 의원은 "현재 국산 맥주 시장은 오비맥주, 하이트진로의 합계 시장 점유율이 96.1%인 전형적인 과점 체제"라며 "이같은 분점 체제는 과거 주세가 전체 국세 대비 비중이 10%를 넘나들던 1960년대 정부가 세원 관리를 쉽게 하기 위해 몇몇 업체만 맥주를 제조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이제 정부가 세원 관리를 걱정할 때가 아니라 다양한 맥주 맛을 찾는 소비자의 권리를 걱정할 때"라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또 "이 시대의 화두인 경제민주화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공정한 경쟁 여건을 만드는 것"이라며 "맥주산업에서 대중소기업이 고르게 발전해 시민들이 다양한 국산 맥주 맛을 보게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물론 반론도 나온다. 서정록 한국주류산업협회 기획조사팀 이사는 간담회에서 "조세 정책은 일관성과 형평성을 갖춰야 함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명분으로 조세를 차별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맥주 제조업체의 유통범위 확대도 자본력이 부족한 소규모 업체들의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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