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과밀화 해소를 목적으로 편의점 업계가 합의한 자율 규약을 사상 처음으로 승인했다.
경쟁사 간 출점 거리 제한은 지역에 따라 50∼100m로 결정됐다.
출점·운영·폐업에 걸친 전 과정을 아우르는 자율 규약은 전국 편의점의 96%에 적용된다. 제대로 이행된다면 포화상태인 편의점 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자율 규약 제정안을 가맹사업법에 따라 지난달 30일 소회의를 통해 승인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자율 규약은 가맹분야 최초 사례로, 과밀화 해소와 편의점주 경영여건 개선에 초점을 맞춰 출점→운영→폐점에 걸친 업계의 자율 준수 사항이 담겼다.
출점 단계에서는 근접 출점을 최대한 하지 않기로 했다.
출점예정지 근처에 경쟁사의 편의점이 있다면 주변 상권 입지와 특성, 유동인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출점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다.
관심을 끈 거리 제한은 구체적인 수치를 담지 않고 '담배 소매인 지정업소 간 거리 제한' 기준을 따르기로 했다. 담배판매소 간 거리 제한은 담배사업법과 조례 등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별로 50∼100m다.
규약 참여사는 이 기준에 따라 정보공개서(가맹 희망자가 계약체결 여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에 개별 출점기준을 담기로 합의했다.
원칙적으로 경쟁사끼리 50∼100m 출점 제한 거리를 두지만, 유동인구가 많거나 밀집된 상권이라면 예외가 있을 수도 있다.
출점 제한은 1994년 80m 제한으로 시행된 적이 있으나 2000년 공정위의 담합 판단으로 폐기됐다. 이번 자율 규약으로 경쟁사 근접 출점 제한이 18년 만에 부활하는 셈이다.
업체들은 가맹 희망자에게는 경쟁 브랜드 점포를 포함한 인근 점포 현황 등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운영 단계에서 각 참여사는 가맹점주와 공정거래·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하고 상생발전에 필요한 지원을 충실히 이행하기로 했다.
직전 3개월 적자가 난 편의점에 오전 0∼6시 영업을 하도록 강요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부당한 영업시간 금지도 규약에 담겼다.
폐점 단계에서는 가맹점주의 책임이 아닌 경영악화 때 영업위약금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는 '희망폐업'을 도입한다.
만약 영업위약금 관련 분쟁이 발생한다면 참여사의 '자율분쟁조정협의회'에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기로 했다.
자율규약은 CU(씨유),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씨스페이스 등 한국편의점산업협회 5개 회원사와 비회원사인 이마트24도 동참해 국내 편의점 96%(3만8천개)에 효력이 발생한다.
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편의점 자율 규약 제정 선포식'에서 이행 약속 확인서를 작성, 자율 규약을 전격 시행했다.
이에 근접 출점 제한 등 규약이 즉시 발효됐다. 다만 정보공개서 상 출점기준을 담는 부분은 내년 4월 정기 변경 등록 때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참여사는 규약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심사해 처리 방안을 논의하는 '규약심의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규약위반행위가 생긴다면 결정문을 위반회사에 통보하고, 위반회사는 15일 안에 시정계획서를 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공정위는 이러한 자율 규약이 실효성 있게 이행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서면실태조사를 통해 정보공개서에 나온 출점기준이 제대로 이행되는지를 점검하고, 실제와 다르다면 정보공개서 등록 취소 등의 조처를 할 계획이다.
인근 점포 현황이나 상권분석자료 제공 정도, 영업위약금 감경·면제사유 구체화 정도, 위약금 감면 실적을 상생협약 평가 기준에 반영한다.
경쟁 업체 출점 등으로 경영 상황이 악화해 폐점할 때 내는 위약금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감면하는지를 표준가맹계약서에 반영하기로 했다.
아울러 이번 규약에 담기지 않은 명절·경조사 영업단축 허용, 최저수익보장 확대 정도 등은 상생협약 평가 배점 신설을 통해 달성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또 옴부즈만 제도도 신설해 자율 규약 이행 실태에 대한 현장의 의견과 애로를 듣고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율 규약은 업계 스스로 출점은 신중하게, 희망폐업은 쉽게 함으로써 과밀화로 인한 편의점주의 경영여건을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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