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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 나도 편의점 아닌 지하철 화장실 가는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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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 나도 편의점 아닌 지하철 화장실 가는 청춘

[극한직업, 청년 ⑤] 최저임금 만원은 스무 살들의 내일

최저임금 만원과 비정규직 철폐' 목표로 지난 4월 5일 출범한 '만원행동'은 지난 5월부터 6월10일까지 '만원스토리 공모전, 보이는 만원'을 실시했다. 아르바이트생, 현장 실습생 등 직접적으로 최저임금과 관련있는 당사자들이 공모전에 참여했다. 대부분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이었다. <프레시안>은 이들 중 당선작, 그리고 아쉽게 당선은 되지 못했으나 최종까지 경합을 겨룬 작품을 지면에 싣고자 한다. 최저임금으로 일하고 공부하는 청년들의 사연이 극한직업과 다를 바 없는 한국의 노동현실을 들여다보자.

나에게 오지 않은 미래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오랜 꿈이던 예술대학에 진학했고 내가 그린 미래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했을 때, 발목을 꽉 잡고 늘어진 그것이 좀체 떨어질 생각을 안했다. 나는 강의를 들으러 서울까지 가야했다. 매일 서울까지 통학하는 데는 많은 교통비가 필요했고, 저녁까지 수업이 있는 날이라면 점심과 저녁 중 뭘 굶어야 할지 아침부터 고민했다. 악보를 뽑는 인쇄비까지 날 힘들게 할 때 쯤, 이건 내가 그린 미래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학교공부에 연습까지 병행하면서, 아르바이트로 죽도록 일해 번 돈은 죽은 내 미래를 소생시킬 수 없었다. 돈은 버는 족족 빠져나갔다. 뭔가 계획도하기 전에 이미 사라져버렸다. 한 학기가 지나자, 아침을 시작하는 것이 두려웠다.

"버텨낼 수 있을까?"

두려움이 머릿속 깊은 곳까지 잠식해 날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쉴 새 없이 하루 일과를 굴렸다. 학교 가는 도중에 코피가 쏟아졌다. 휴지를 사러 편의점에 갔지만, 도로 나와 지하철 화장실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휴지를 사려고 일했던 것은 아니니까..."

뇌 속에 작은 부품이 멈춰버린 것 같았다. 학교를 자퇴하고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돈이 있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생각해보았다.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점심과 저녁에 먹을 메뉴가 겹치지 않도록 하며, 악보를 두 개씩 뽑아 하나는 필기용으로 쓰는 삶을 이뤄낼 수 있었을까? 생리통이 심한 날에는 학교 근처 약국에서 진통제를 사먹었을 것이다. 따듯한 커피를 마시면서 다음 수업 준비를 하러 학교로 돌아갔겠지. 너무 더워서 쓰러질 것 같은 날엔 편의점에 들러서 시원한 음료도 샀을 것이다. 악보를 반으로 접어 부채질을 하며 덥다고 투덜대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면 4500원짜리 비닐우산을 썼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우산 너무 비싸네" 생각하며, 비가 금방 그치면 "돈이 아깝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의 스무 살은 평범한 것들로 가득 찼었어야 하는데, 매일 돈에 쫒기는 스릴러가 돼버렸다. 나에게 최저시급이란 단지 '돈'이 아니었다. 꿈을 따라갈 수 있게 해주는 '도우미'였다.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존재이기에 자퇴하고 오는 내내 '최저시급'에게 알 수 없는 배신감을 느꼈다. 땀 흘려 받은 대가임이 분명한데, 지금 생각해보니 내 땀을 농락하고 비웃던 최저시급이었다. 열심히 일했다. 나를 돕는 척 정당한 대가인척 하던 그것은 내 스무 살을 노동에 지치고 땀으로 얼룩지게 했다. 두 눈을 가리곤 더 나아가려는 내 꿈의 발목을 꽉 잡고 놔주지 않았다.

내가 노력한 만큼 돈을 받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최저시급이 올라갔더라면 꿈을 이루고 있었을까? 최소한 나는 결코 꿈을 잃고 헤매지 않았으리라는 것은 확실하다. 고작 몇 천원으로 내 한 시간, 한 시간을 평가하고, 꿈을 이뤄내라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최저임금은 더 이상 돈으로서 가치를 다하지 않는다. 최저임금은 스무 살들의 내일이며, 미래를 이루기 위한 도우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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