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인적 쇄신의 주도권을 쥐었다가 당 지도부로부터 해임된 전원책 전 조직강화특위 위원(변호사)이 기자 간담회를 열고 현 당협위원장들 가운데 "적어도 절반은 물갈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변호사는 14일 서울 여의도의 한 빌딩 사무실에서 연 간담회에서 "한국당 인적 쇄신이 말처럼 쉽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강특위 위원 시절 몇 퍼센트 정도 교체를 염두에 두었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전 변호사는 이어 "지금까지 '보스' 흉내 냈던 분들은 이제 정말 자중해야 한다"며 "여러분이 자중하지 않으면 한국당의 미래가 아니라 한국 보수의 미래가 없다. 국민을 사랑한다면 지금까지 한국당에서 '폼' 잡고 살았던 분들은 물러나고 신진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로 미루어볼 때, 전 변호사가 조강특위에서 추진하려 했던 인적 쇄신 폭은 현역 의원과 대선주자급 중진 의원들을 포함해 50% 전후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는 다른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도 "온실 속 화초보다 들판에서 비바람 맞으며 자란 들꽃이 필요하다"며 "8~12분 정도의, 한국당 대표·원내대표를 지냈거나 대권주자로 언론에 올랐던 분들은 이제 좀 험지 출마 등 자기 희생을 보여 달라. 왜 야당(여당) 거두들이 있는 지역에 도전하지 않고 편한 데서 편하게 의정생활을 하려 하거나 비례대표 얘기가 나오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다만 전 변호사는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조강특위 위원으로 특정 인사를 추천하려 했는지 △해당 인사가 누구인지 △바른미래당 의원에 대한 영입 시도 등 사실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폭로성 질문은 하지 말아 달라"며 "뒷얘기는 세월이 좀 지나면 말씀드리겠다"고만 하고 입을 닫았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해촉에 대해 '팔을 자르는 느낌'이라고 했다는 데 대해서는 "현대 민주주의를 오해하는 것 아니냐. 민주주의 정당에서 기강을 얘기하는 것은 군사정권에서나 쓰는 용어"라며 "제가 그 분 수족이 아니다"라고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 변호사는 '국민 여러분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입장글을 통해 "처음부터 2월 전당대회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해 왔다. 불과 20여 일밖에 남지 않은 12월 15일까지 인적 청산을 하라는 것은 어떤 청산도 하지 말라는 말"이라며 "이런 제 의견을 '월권'이라고 한다면 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자신의 기존 주장을 재강조했다. 그는 "보수정당을 살려달라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데 대해 죄송하다"며 "무너진 보수를 재건하는 유일한 방법은 당 정체성을 바로하는 한편 인물을 교체해 면모를 일신하는 것이었기에 인적 청산의 전권을 요구했으나 이제 그 꿈은 사라졌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 "당에 아무련 미련이 없다"며 "다만 보수정당의 재건은 이제 어려워졌다는 생각이 저를 여전히 괴롭히고 있다. 그래서 미완의 보수 재건 활동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통해 '보수 재건'을 추진하겠다는 것인지 묻는 질문이 나왔으나 그는 "그 점은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만 했다.
전 변호사를 해촉한 김병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 변호사가) 느닷없이 '전당대회가 6월, 7월까지 갈 수도 있다'고 해서 당 내에 적잖은 의구심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상태였고, 뿐만 아니라 중요한 사안에 대해 과연 조강특위 활동 범위가 어디냐를 놓고 의원들 사이에 큰 논란이 일어나 어쩔 수가 없었다. 참 유감스런 일"이라고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월권' 논란에 대해 "적절한 예인지 모르겠지만, 경제부총리에게 '경제에 있어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 이렇게 이야기한다고 해서 국군 통수권까지 주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당규를 벗어난 권한은 비대위원장도 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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