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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과 안철수의 직무유기를 통탄한다!

[시민정치시평] "문재인 이름으로 당의 창조적 파괴에 앞장서라"

유령이 된 민주통합당

전문가와 일반 유권자를 불문하고 한국정치를 비판하는 방식에는 일정한 패턴이 존재한다. 정당과 정치인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우리 정치문화의 일부분이 되어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한다. 집권 중반만 되면 인기 없는 대통령 조롱하기가 국민 스포츠가 된다. 노무현 대통령(反노)도, 이명박 대통령(反MB)도 한 때 이 게임의 주인공 또는 희생양이 되었다. 진풍경은 시차를 두고 벌어지는 여야 사이의 못난이 게임이다. 보수 여당은 잊을만하면 차떼기 정당과 돈 봉투 전당대회를 연출하여 '부패' 부문에서 누구의 추월도 불허하여 왔다. 진보 정당은 '분열' 부문에선 독보적이다. 이젠, 한국정치 전공자인 나로서도 그들의 차이가 무엇인지, 하도 이합집산을 반복하여 정확한 당명조차 기억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번 못난이 게임의 최종 승자는 아무래도 '무능'한 민주통합당이 될 것 같다. 비판과 비난도 애정이나 관심이 남아 있을 때 가능하다. 요즘 민주통합당을 대하는 유권자와 지지자들의 핵심 정서는 비난도 무시도 아닌 무관심이다. 민주통합당은 여의도에서는 제1 야당이지만 어느덧 시민들의 대화에서는 자취를 감춘 유령 정당이 되었다.

'책임정치'에서 '책임'의 의미를 묻다

대선 이후 지난 넉 달 동안 민주통합당은 패배의 원인과 진로를 놓고 매우 소모적인 책임공방을 벌여왔다. 마땅히 문재인의 책임이 막중하다. 선거 환경의 측면에서 볼 때 지난 대선에서 야권은 87년 민주화 이후 예외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선거가 있었던 2012년에 들어 내곡동 사저, 연이은 측근비리, 국정운영 무능력까지 겹쳐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23%까지 추락하였다. 또한 모든 여론조사에서 선거 기간 동안 공통적으로 나타난 유권자의 일관된 성향 중 하나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응답자(59.2%)가 정권연장 또는 재집권의 응답률(35.5%)을 압도하였다. 선거 이슈의 측면에서도 모처럼의 호기를 맞았다. 무엇보다 복지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식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였다. 심지어 박근혜 후보조차 미취학 아동에 대한 무상보육, 일정 소득 이하의 계층에 대한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을 대안으로 제시할 정도로 복지가 선거의 최대 이슈가 되었다. 3% 이길 수 있었던 선거를 아깝게 놓친 일차적 원인은 누가 뭐래도 문재인 후보의 취약한 리더십에 있었다. 재론의 여지가 없다.

문재인은 마땅히 대선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그가 져야 할 책임은 일선 후퇴나 의원직 사퇴가 아니다. 그는 역대 대선에서 가장 많은 득표(1469만2632표)를 한 민주진영의 여전히 유력한 후보이다. 16대의 노무현 대통령보다 260만 표를 더 얻었고, 15대 김대중 대통령보다는 무려 430만 표나 많이 얻었다.

무려 1500만 표를 얻은 후보가 책임을 지는 방식은 그에 합당해야 한다. 무기력한 민주통합당을 소생시키는 것이야말로 얼떨결에 대선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그가 전력을 다해 매진할 과제이다. 민주당의 개혁은 DJ도, 노무현도 실패했던 매력적인 과업이며, 그로서는 임박한 대선을 이유로 면제받았던 하지만 더 이상 생략할 수 없는 검증 절차이다. 책임을 져라! 더 이상 친노나 어떤 대리인의 후원이 아니라 문재인의 이름을 걸고 당의 창조적 파괴에 앞장서라.

문재인의 책임정당정치와 안철수의 시민정치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일촉즉발의 남북관계가 연일 해외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흥미로운 일은 예전 같으면 안보불감증을 들먹이며 호들갑을 떨었을 보수언론조차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야당도 B2 폭격기와 국지전 자동 개입 등 미국의 전략적 대응만 쳐다보고 있다. 도대체 문재인은 어디 있는가? 페리클레스의 그 유명한 장례식 연설을 보면, 아테네인들은 공동체의 문제에 관여하지 않는 사람을 제 일에만 신경 쓰는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라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멍청이(idiot)라고 불렀다. 문재인은 선거 내내 '공평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외쳤다. 지금 그가 부르짖었던 민주공화국이, 나아가 한반도 전체가 전장의 초입에 서 있다. 전당대회를 이유로 침묵할 것이 아니라, 유권자의 절반의 지지를 받았던 야당 후보로서 당당히 발언하는 것이 정치인의 책임 있는 자세이다.

▲ 문재인의 책임정당정치와 안철수의 시민정치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프레시안(최형락)


이런 관점에서 안철수의 정치실험 재개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적지 않게 놀랍다. 그는 2007년 이후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후보에 앞선 기록을 갖고 있는 유일한 정치인이다. 그런데, 보수 언론의 편향인지 아니면 무소속 후보로서 의도한 전략인지 몰라도 유력 대권후보가 출마한 선거치고는 너무 조용하다. 정확하게는 비판적 지지의 떨떠름함과 불안한 우세의 비관적 조짐마저 은연중 유포되고 있다.

왜 자신을 수도권의 일개 무소속 후보로 평가절하하고 있는가? 노원 병의 야권 유권자들이 그에게 간절히 바라는 것은 교육특구나 복지수혜일까? 인근 지역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의 선거 운동을 지켜보면 너무 진부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안철수의 생각>은 적어도 '정의로운 복지국가'의 실용주의적 청사진을 담고 있었다. 과연 이번 선거운동과 공약이 그것이 시민정치이든 정치개혁이든 안철수만의 새 정치를 담고 있는가? 일단 당선이 목표이며, 의회 진입에 성공한 후 차차 세력을 모아 정당과 정책을 구비해 나갈 심산이라면 오산이다. 초선 의원에 만족할 그릇이 아니라면, 져도 이기는 선거가 있고 이겨도 진 선거가 있다. 대중경제론과 한반도 평화통일론을 내걸었던 김대중의 1971년 대선이나 노무현의 15대 종로 선거는 졌지만 역사적 맥락에서는 승리한 선거였다. 반면 2009년 미국에서 급거 귀국한 정동영 후보는 전주의 보궐선거에서 압도적 표차로 이겼지만, 그의 선택은 두고두고 결정적 패착으로 회자되고 있다.

문재인과 안철수 모두 더 당당하고 대담해져야 한다. 우리가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헌정체제 하에서 사는 한 그들은 야권의 귀중한 자산이다. 한국에서 정당의 존속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는 유망한 대권 후보의 보유 여부이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유력 후보가 없는 정당은 자유선진당을 비롯한 무수한 제3정당이 그랬던 것처럼 결국은 어디엔가 흡수되어 소멸의 경로를 밟을 것이다. 내일이라도 당장 둘이 만나 목전에 닥친 전쟁의 위협을 즉각 멈출 것을 촉구하는 '한반도 평화선언'을 발표하라. 또한,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약속하였던 양자의 협력이 여전히 유효함을 천명하고, 나아가 지난번 합의하였던 '새정치공동선언'을 민주진보진영 전체가 참여하는 '정치협약'의 청사진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또 하나의 임박한 후보단일화가 아니라 안철수의 시민정치와 문재인의 책임정당정치가 멋지게 경합하고 슬기롭게 결합하는 것이다. 그것이 그들에게 부여된 시대의 과제이고, 이를 짊어지는 것은 엄숙한 '운명'이 아니라 정치 지도자의 즐거운 '책임'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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