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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어쩌다 괴물로 '만들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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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어쩌다 괴물로 '만들어'졌나

[시민정치시평]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셈법, 광주형 일자리와 차등의결권

최근 여권 내부에서 핫이슈는 광주형 일자리와 차등의결권이다. 이 정부가 촛불정부니까 경제민주화나 재벌 개혁이 핫이슈일 것으로 생각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큰 오산이다. 그런 단어들이 안드로메다보다 더 멀리 날아간 지는 오래되었다.

문제는 왜 광주형 일자리와 차등의결권인가 하는 점일 것이다. 얼핏 보아서는 상관이 없다. 하나는 노동계 현안으로 임금 반토막에 일자리 늘리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 경영권 보호해 주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시각의 단점은 지나치게 정직한 눈으로 현안간의 연계성을 찾으려고 한다는 점이다. 현실은 그것보다 교묘하다.

필자는 광주형 일자리와 차등의결권이 연결된 접점은 철저하게 정치적 셈법이라고 본다. 쉽게 말해서 문재인 정권은 이 두 가지 이슈로 내년 1년을 보내고, 그 결과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 두 가지 이슈가 정치적으로 효용가치가 있을까?

첫째, 이 두 이슈는 문재인 정권이 무엇인가 '일을 했다' 또는 적어도 '일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요란하게 줄 수 있다. 경제민주화도 못 하겠고, 재벌 개혁도 못하겠고, 소득주도성장은 이미 미운 털이 잔뜩 박혀서 더 이상 이것을 전면에 내세울 수도 없다. 그럼 뭘 가지고 정권이 일을 하고 있다는 '정치적 알리바이'를 만들 것인가? 이런 측면에서 보면 두 이슈는 제법 정치적 효능을 구비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의 경우 실제로 어느 정도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것이 좋은 일자리인지, 나쁜 일자리인지, 또 국지적인 정책인지,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정책인지, 그것이 인적 자본 축적과 노동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것인지 아닌지, 그런 것은 중요치 않다. 사람 몇 명이 고용되고 그것이 표로 연결되면 그걸로 족하다.

광주형 일자리가 표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정치적 효능을 비교적 쉽게 수긍할 수 있음에 비해 차등의결권 문제는 아리송하기 짝이 없다. 이게 정확히 무슨 제도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유권자들도 있을 수 있다. 아마 이게 허용되건 되지 않건, 자신들의 일상에 커다란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상당수일 것이다.

그렇다면 차등의결권 도입을 목청 높여 외치는 것이 무슨 이득이 있는가? '상법을 통과시켰다'고 폼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경제민주화의 상징처럼 되어 버린 해묵은 숙제, 그것을 해 냈다는 폼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진정한 의미의 업적이 아니라 폼 잡는 것으로 그치는 이유가 있다. 통상 많은 사람들이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말할 때 그들이 염두에 두는 주제는 차등의결권 도입이 아니라 다중대표소송, 노동이사제, 자사주 제도의 개혁 이런 것들이다. 그런데 이들 이슈는 자유한국당이 극렬하게 반대하기 때문에 국회를 통과하는 것이 쉽지 않다. 즉 상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차등의결권 제도 이런 것은 자유한국당이 미는 제도이기 때문에 손쉽게 통과시킬 수 있다. 자유한국당은 실리를, 문재인 정권은 폼 잡는 것을 각각 얻을 수 있다.

물론 차등의결권 입법화는 진보진영의 반대에 부딪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문재인 정권으로서는 마냥 나쁜 것만이 아니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두 번째 정치적 효능이다.

왜 그럴까? 지난 번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한 은산분리 규제완화에서 보듯이 진보진영을 때리는 것은 정권 차원에서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것 역시 정권이 무엇인가 '일을 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고, 중도 진영의 지지를 일정한 정도 이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것은 지나친 논리 비약이며 억지 춘향이라고 반박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한국GM의 엉터리 협상과 광주형 일자리 도입을 위해 정부가 하는 일을 보라. 정확히 일부 노동계를 '괴물'로 만들고 있지 않은가? 정규직 노동자들은 배에 기름이 낀 노동귀족들이고, 비정규직의 복지개선 정책에 대해 자신들의 지위가 혹시라도 위협받을까봐 무작정 반대하는 나쁜 세력이라는 이미지가 바로 그것이다. 정말 비뚤어진 시각에서 보면 정부가 앞장서서 노-노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볼 여지도 많다.

차등의결권 제도의 도입은 오로지 이 목적 때문에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 하면 이 제도는 소위 장삼이사(張三李四)와 같은 민초들의 삶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외국 자본의 경영권 침탈 시도에 대항해 토종 자본을 수호하겠다는 취지라고 하지만 그것은 대기업에나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얘기다. 사람들은 아마도 삼성전자를 떠올리겠지만 삼성전자는 잘 알려져 있듯이 이미 외국인 지분이 50%가 넘는 회사다. 그래서 차등의결권 도입을 위한 정관 개정은 꿈도 꿀 수 없는 회사다.

아마도 이 조항은 새로 회사를 창업하는 소위 '스타트업'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정도다. 회사를 조금 키워서 기업공개를 하기 전에 자신의 경영권을 가장 손쉽게 확보하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조항의 의미를 찾을 수도 있겠으나, 이런 경영권 보호 장치를 도입하려고 한다면 거기에는 많은 사회적 논의와 여론 수렴, 그리고 최적의 방법을 모색하고 보완책을 찾는 작업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마도 은산분리 완화 때를 떠올린다면 이런 노력은 없을 것이다. 이 정권에서 이를 앞장서서 밀고나갈 이론가가 거의 없을 것이고 자칫하면 과거의 자신을 부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저 '토종자본 육성론'이런 감성적인 멘트를 날리면서 반대하는 진보진영 일부를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일삼는 상종못할 세력'으로 치부하는 노력에 집중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리고 그런 노력의 모습을 폼 잡은 후 총선에서 표를 얻겠다는 것이다.

22일 과거의 노사정위원회에 해당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출범했다. 많은 사람은 무엇이 의제인지도 모른다. 오직 '민주노총은 불참한다'는 것만이 기사의 헤드라인이다. 이미 괴물 만들기는 신명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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