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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장관은 아무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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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장관은 아무나 하나?

[시민정치시평] 朴 정부 첫 내각의 공통점은?

장관은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어 하는 자리이다. 그래서 단 하루라도 장관을 했으면 죽을 때까지 장관이라 불리는 것에 대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장관은 대통령과 함께 매주 국사를 논의하며, 또 특정한 부처를 책임지고 운영한다. 담당 부처의 주요 정책들을 좌지우지하는 장관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장관이 보통사람과는 달리 특별한 능력과 자질을 갖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아직도 새 정부가 제대로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을 둘러싼 문제도 있지만, 또 한편에서는 새 정부에서 임용될 신임 장관 후보자들의 자격과 자질에 의구심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논란이 큰 것은 장관급 후보자들의 도덕성에 대한 것이다. 지난 2월 24일로 막을 내린 이명박 정부도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 문제로 정권 내내 언론과 국민의 따가운 지적을 받았었는데, 이제 막 새로 들어선 정부는 제대로 된 출범도 하기 전부터 각종 도덕성 관련 문제로 엉망이 되었다. 현재까지 보도된 건수만으로도 새 정부 장관 후보자들과 관련된 의혹은 역대 정부 중 최고를 기록할 것이라고 한다.

새 정부의 장관 후보자들과 관련하여 다양한 의혹들이 제기되었는데, 전통(?)적으로 가장 많이 제기되었던 의혹들이 이번에도 역시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병역, 논문 표절, 세금 회피, 학위 취득 등 실로 다양하다. 오죽하면 장관이 되려면 이중에 몇 개는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한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있을 정도이다.

지금 제기되고 있는 여러 가지 의혹들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은 재산 형성과 관련한 것들이다. 그런데 공통적인 것은 이 재산이 모두 고위 공직에서 퇴직한 후에 급증했다는 것이다. 고위직에서 퇴직한 후 곳 바로 좋은 곳에 재취업하는 능력도 대단하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에 재산을 크게 증식시키는 탁월한 능력에 대해서는 국민 모두가 감탄할 따름이다. 장관이 되기 위해서는 이제 탁월한 재산 증식 능력도 추가해야 할 판이다. 도대체 어떤 비결이 숨어있는가?

이번에 추천된 많은 장관 후보자들은 고위직에서 퇴직하여 민간 부문에 있다가 다시 컴백하는 경우로서, 소위 '회전문 인사'에 해당한다. 민간 부문에 있을 때의 직업도 고문, 자문, 사외이사, 대표, 총장 등 다종다양하다. 국민이라면 누구에게나 다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퇴직 후 새로운 직업을 갖는 것 자체를 문제로 삼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후보자들이 선택한 직업이 대부분 공직에 있을 때의 업무와 직, 간접적으로 관련된, '이해충돌'의 의혹이 짙은 분야들이라는데 있다. 이러한 의혹의 지적에 대해서 당사자들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과연 이러한 답변은 얼마나 믿을만한가?

이들은 고위공직에서 퇴직한 후에 어떻게 민간부문에서 재취업하였고, 또 일반 국민들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높은 급여를 받았을까? 고위직에서 물러난 이들에게 왜 로펌은 고문 자리는 물론 억대의 보수를 제공하는가? 왜 대기업들은 이들을 사외이사로, 고문으로 모시는가? 무엇을 기대해서인가? 고위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여전히 재직하였던 기관을 대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번 장관 인사와 관련하여 가장 논란이 큰 것이 회전문 인사이다. 특히 이 회전문 인사로 인하여 후보자가 재직하였던 민간기업에서의 업무와 공직에서 새로 담당하게 될 업무 간에 이해충돌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한층 더 하다고 할 수 있다. 이해충돌의 회피는 공직자의 윤리 확보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인데, 이것이 이번 장관 후보자 추천에서는 거의 고려되지 못하고 있다.

공직자에게 있어서 이해충돌의 회피는 공직 재직 중은 물론이고 퇴직 후에도 적용된다. 공직자가 재직중 확보한 정보가 퇴직 후에 잘못 사용될 경우 그것이 국가와 국민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만이 아니라 선진국은 대부분 공직자가 퇴직한 후 이해충돌을 야기하는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일정한 기간 동안 제한하고 있다.

공직자의 퇴직 후 활동의 제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충돌의 발생 가능성 여부이다. 이에 대해 미국의 정부윤리법에서는 포괄적으로 규정하여 광범위하게 규제하는 반면, 우리의 공직자윤리법은 제한적으로만 적용하여 규제의 정도가 상당히 약하다. 특히 장차관 등 영향력이 막강한 고위직보다는 중하위직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문제가 심각하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의혹을 가진 인사들이 이번 인사청문회에 장관급 후보자로 대거 추천되었다는 것이다. 후보자들의 도덕성에 대한 시민단체나 언론의 문제 지적에 대해서 청와대는 전문성과 경륜을 갖춘 적절한 인사라고 강변한다. 장관에게는 전문성이 도덕성보다 우선하는 기준이라는 설명에 다름 아니다. 과연 그런가? 역대 정부에서 많은 장관들이 불명예스럽게 그만두었는데, 그 중 가장 많은 사유가 도덕성 문제이었음을 감안하면, 청와대의 설명이 설득력이 떨어짐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새 정부의 고위 공직자 인선 기준 자체에 문제가 있으며, 더 나아가서 제대로 된 검증도 거치지 않았음을 보여줄 뿐이다.

우리에겐 아직까지도 고위 공직자의 임명과 관련하여 명확한 도덕적 기준이 없으며, 이를 체계적으로 다룰 절차도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인사권자가 알아서 하는 구조이다. 미국 백악관이 상원 인사청문회에게 후보자를 보내기 전에 미리 준비된 230여개에 이르는 사항들을 관련 기관에서 엄밀하게 조사하며, 이 과정을 통과한 사람들만 공식적인 고위 공직 후보자로서 청문회에 보내고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장관은 아무나 해도 되는 만만한 자리가 아니다. 대통령과 더불어 국가운영을 논의하는 핵심적인 자리이다. 이들의 말과 행동은 정부 그 자체이며, 그대로 정부 정책이 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이 장관이 되는가 하는 것은 정부와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 확보의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민간 부문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혹독한 검증과 청문의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반 국민보다 월등히 높은 도덕성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제라도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도덕성을 갖춘 공직자가 임용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고, 엄격한 검증이 이루어져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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