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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박은 9호선 '대못', 박원순이 뽑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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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박은 9호선 '대못', 박원순이 뽑을까

서울시, 최소운영수입보장률 조정 방침…'9호선 소송' 추이 주목해야

서울시가 '세금 먹는 하마'로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던 맥쿼리와 '전쟁'에 나설까? 맥쿼리자산운용이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를 통해 사실상 운영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메트로9호선(주)과 서울시가 맺은 최소운영수입보장제(MRG)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MRG는 민간 사업자의 수익을 지자체나 정부가 보전해 주는 방식으로 지난해 '지하철 9호선 운임료 인상' 정국에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이슈다. 서울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지내던 지난 2005년 5월, 맥쿼리 측과 9호선 실시 협약을 맺으면서 MRG 조항을 삽입했다. 이 때문에 8년 가까이 서울시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26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박원순 시장이 MRG 등과 관련해 부당하게 세금을 민간에 수익으로 보전해주고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어떻게든 맥쿼리 등과 협약을 고쳐야겠다는 게 서울시 입장"이라고 밝혔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7월 서울시와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가 맺은 협약과 관련해 "굉장히 불합리한 내용의 계약이 체결됐다고 생각한다. 원천적으로는 계약 내용이 잘못됐다"며 "계약법에 따라 당초 계약은 지켜야 하지만 개선을 위해 협상에 임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맥쿼리 관련 특혜 의혹의 진상을 규명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통합진보당 오병윤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 등에 따르면 지하철 9호선은 운행을 시작한 2009년 이후 1634억 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9호선에 세금으로 지급된 보전액은 2009년 400억 원, 2010년 590억 원, 2011년 619억 원으로 매년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년 수십 억 원의 배당액을 맥쿼리를 포함한 주주들이 챙겨간다. 또 주주들은 서울시메트로9호선(주)에 고리로 대출을 해 수십 억 원 대의 막대한 이자를 추가로 챙겨가고 있다.

일례로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가 9호선 측에 투자 목적으로 대출한 금액은 740억 원이다. 이 중 335억 원은 후순위채로 15%의 높은 이자를 받고 있다. 주주가 회사에 고리로 돈을 빌려주는 등의 방식으로 금융 수익을 거두는 동안 회사 재무 상태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물론 현행법상으로 문제는 없다. 맥쿼리 측은 다른 기관 투자자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는데 유독 맥쿼리만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나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은 맥쿼리가 주도하는 이러한 이윤 추구 방식이 "불합리(박원순 시장)"하다고 보고 있다.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의 핵은 법인이사인 맥쿼리자산운용이다. 사모펀드인 맥쿼리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이 각각 절반의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지난해 2월 대부분의 지분을 맥쿼리그룹이 사들였다. 맥쿼리그룹은 맥쿼리자산운용을 통해 금융 회사나 군인공제회 등 기관을 투자자로 끌어모아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도로, 터널, 지하철 등 전국의 14개 공공 인프라를 사실상 운영한다. 9호선의 경우 2대 주주인 맥쿼리인프라펀드의 지분율은 24.5%다.

맥쿼리자산운용의 감독이사의 면면도 눈에 띤다. 송경순 감독이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대연 감독이사는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경기고 65회 동창이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005년 맥쿼리와 협약을 맺을 때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러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경실련은 지난해 8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서울시, 최소운영수입보장률 조정 방침

현재 서울시가 MRG 수정 등의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협상에 돌입한 것은 아니다. 다만 주변 여건은 점차 좋아지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일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가 대주주로 있는 광주순환도로투자(주)에 광주시가 내린 '자본 구조 원상회복을 위한 감독 명령'이 정당하다는 법원의 결정에 고무돼 있다.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가 광주순환도로투자(주)의 재무 상태를 악화시키면서도 여전히 최고 20%의 고리로 이자를 받아가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다. 9호선이 안고 있는 문제와 맥락이 같은 건 아니지만, 법원이 각종 사회 공공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는 맥쿼리가 이윤을 내는 방식을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판결문을 따져보면 서울시가 가져다 쓸 수 있는 논리들이 있을 것"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핵심은 MRG 협약 폐기 여부다. 현재 서울시는 다음달 7일 있을 '9호선 운임 인상 반려 처분 취소 소송' 변론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4월 서울시메트로9호선의 운임료 500원 인상을 서울시가 제지한 것이 부당하다며 서울시메트로9호선 측이 낸 소송이다. 서울시 측은 이 소송 결과가 나온 후 본격적으로 MRG 등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 측과 맺은 협약 개정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현재 맥쿼리 측의 입장은 "우리가 협약 당사자는 아니고, 서울시가 서울시메트로9호선 측에 협약 변경 등을 제안하면 검토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수준이다. 다소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서울시 관계자 등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는 맥쿼리 측과 협상에 돌입할 경우 지하철 9호선의 수입 보장률을 현행 8.9%에서 대출 금리 수준인 5%대로 낮추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9호선의 주주들에게 빌린 후순위채 이자율 등을 대폭 낮추는 것 역시 과제다. 또 궁극적으로 시민들이 9호선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공모형 펀드를 만드는 것도 구상 중이다.

이와 관련해 몇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협약은 양 당사자가 동의하면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다. 맥쿼리 측이 부정적인 여론에 밀려 MRG 개정에 뜻을 함께할 경우 협상 테이블이 마련될 수 있다. 그러나 맥쿼리 측이 협상 자체를 거부할 경우, 서울시로서는 양 측의 합의를 통해 협약을 개정할 방법이 없는 게 사실이다.

이 경우 서울시가 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맥쿼리 측은 각종 소송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만약 서울시가 소송을 감내하면서 협약을 파기하는 게 장기적으로 이득이라고 판단할 경우, 협약 파기도 고려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박원순 서울시장. ⓒ프레시안(최형락)

ISD 가능성도 배제 못해…제2의 론스타 사태 가능성도

물론 서울시가 협약 파기라는 강수를 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서울시 측은 MRG 개정 필요성은 거론하고 있지만, 파기 가능성에 대해서는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

만약 서울시가 협약 파기를 포함해 맥쿼리 측이 불공정하다고 느낄 수 있는 조치를 취한다면 ISD(투자자-국가 소송제)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서울시메트로9호선의 2대 주주인 맥쿼리인프라에는 미국계 자본인 라자드 애셋 매니지먼트(Lazard Asset Management LLC)가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자. 라자드의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 지분은 3.82%다. 미국 자본이 참여하고 있는 만큼 맥쿼리가 한미FTA의 ISD를 활용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게 사실이다. 또 공공 교통에 대한 투자의 경우, 한미FTA 부속서 11-나에 의하면, ISD 소송 예외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해 외교통상부는 "지방정부는 ISD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ISD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FTA 전문가이기도 한 김익태 변호사는 "지방정부가 소송 당사자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소송 원인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비유하면, 미성년자의 과실에 대해 부모가 손해배상을 하는 것처럼 지방정부가 소송 원인을 제공하고 그 책임은 중앙정부가 지는 형태라는 지적이다. 김 변호사는 "ISD 소송을 할 경우에 따른 비용 등을 생각할 때 실익이 적다고 판단하면 안 할 수는 있겠지만, 대상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제2의 론스타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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