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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장애 등급제 폐지 약속' 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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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장애 등급제 폐지 약속' 사라지나?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장애 등급제, 개편 말고 진짜 폐지를

장애 등급제의 역사는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UN이 '세계 장애인의 해'로 지정한 1981년, 한국 정부는 '심신장애자복지법'을 제정하였고 이듬해부터 '장애인 등록제도'를 시범 실시하였다. 그리고 1989년 '심신장애자복지법'을 개정하여 '장애인복지법'을 제정함으로서 당시 일본과 같은 방식의 '의학적 손상' 정도를 기준으로 한 '장애 등급제'가 도입되었다.

차별의 역사, '장애 등급제'

이후부터 '장애인 등록제도'와 함께 '장애 등급제'는 장애인 복지에 접근하기 위한 절대적 기준으로 작동하였다. '당연'하게도 '장애인'으로 등록하지 않으면 '장애인'이 아니고, 서비스도 받을 수 없다. 게다가 어떤 등급을 '부여받느냐'에 따라 서비스 수급 여부와 그 양이 결정된다. 등급 기준을 충족시켜 서비스를 받으면 다행이지만, 등급 기준에 충족되지 않으면 장애 등급제는 마치 검문소나 다름없다. 정확하게는 장애인의 삶을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생사의 저울'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2018년 9월 3일 장애 등급제 폐지 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는 '개인별 수요 반영 미흡', '공급자 중심의 전달 체계'를 장애 등급제 폐지 추진 배경으로 제시했다. 제도에 대한 문제점 분석은 장애계에서 지적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이는 사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그러했다.

그런데 어째서 문재인 정부 역시 '장애 등급제 폐지'에 대해 하나의 제도를 폐지하는 수준의 인식에만 머무는 것일까? '장애 등급제 폐지'를 단순히 하나의 제도만을 폐지하는 수준으로 한정한다면, '제도 폐지'는 곧 '대안 마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장애 등급제'를 한국 사회 장애인 차별의 역사 그 자체로 평가한다면 어떠한가? 단순히 제도의 '문제점 분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장애인에게 어떠한 '의미'였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안 마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를 계기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하는 구체적 '지향'에 있다.

구체적 '지향'이 결여된 제도 폐지는 결국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 하고 표류하고 말 것이 며, 이는 무늬만 둔갑한 '가짜 폐지'로 끝나고 말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장애 등급제 폐지가 '가짜 폐지'로 우려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재인 정부, 장애 등급 폐지할 의지가 있는가?

2017년 9월, 우리는 장애 등급제 폐지를 요구해 온 1842일의 광화문 농성을 중단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와 상호 신뢰 속에 구성된 '장애 등급제 폐지 민관협의체' 논의가 약 10여 차례 진행되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발표 이전부터 우려가 제기돼 왔다.

▲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2017년 광화문 촛불 광장에서 장애 등급제 폐지를 국민명령 1호로 약속했다. ⓒ김선화
거슬러 올라가면, 2017년 12월 '장애 등급'을 '장애 정도'로 변경했던 '장애인 복지법' 개정부터였다. '장애 등급제 폐지' 문제에서 굉장히 중요한 법 개정 사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민관협의체에서 법률 개정 등에 대한 실질적 논의는 없었고, 결국 정부는 일방적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였다.

당시 '장애 등급제·부양 의무페 폐지 광화문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성명을 통해 아래 사항에 대한 논의와 합의가 선행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① 장애 등급제 폐지의 전체적인 로드맵과 시기에 대한 논의 및 합의
② 장애 등급제 폐지에 따른 예산 확대 및 방안 마련
③ 장애 '등급'을 '정도'로 변화시키는 과정에 장애인 연금 대상을 '1, 2, 중복 3급'에서 전체 3급으로 확대
④ 장애 등급제 심사 중단

그러나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위 4가지 사항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내용은 시기만 구체화했을 뿐, 지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장애 등급제 개편'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2016년 12월 장애인 단체를 대상으로 박근혜 정부가 진행했던 설명회 자료 역시 문재인 정부의 발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장애 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하여

'장애 등급제 폐지'는 이미 국제 사회에서도 제도 개선을 권고한 사항이다. 2008년 한국 정부도 비준한 'UN 장애인 권리 협약'의 철학과 가치에도 부합한다. 2014년 UN은 의료적 관점의 장애인 복지법과 '장애 등급제'를 폐지 또는 개선할 것을 이미 권고하였다. 또한 2015년 UN총회는 향후 국제 사회의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를 수립하는 데 있어 '누구도 배제되지 않을 것'을 최우선 가치로 삼은 바 있다.

▲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와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3대 적폐 공동 행동은 국회 앞 이룸센터에서 장애 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예산 반영을 요구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김선화

이 모든 것이 향하는 방향은 너무나 분명하다. 의학적 손상을 이유로 장애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사회구조적인 차별의 문제로 바라보고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 등급제 폐지'는 그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을 계기로 장애인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이며,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장애인의 완전한 통합과 참여'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가 핵심이다. 그 목표치는 비장애인과의 삶의 격차를 완화하고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어야 하며, 그 수준은 최소한 국제 사회의 평균은 되어야 한다. 물을 끌어올리기 위하여 펌프 위에 붓는 물인 '마중물'과 같이, '장애 등급제 폐지'는 장애인 이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향한 시작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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