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년 간 '4차 산업혁명'이 곳곳에서 화두로 등장했다.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거대한 개념이지만, 우리는 이것이 정확히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 아직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너무나 시급한 주제이지만 체감되는 부분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본래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2016년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핵심 주제였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해(Mastering the Forth Industrial Revolution)'를 통해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의는 아직 명확하게 기술되지 않았으나, 2015년 다보스 포럼에서 "ICT 기술 등에 따른 디지털 혁명에 기반을 두고 물리적 공간, 디지털 공간 및 생물학적 공간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기술융합"이라고 풀이된 것을 기반으로 여러 개념이 추가되고 있다.
이에 전 세계 국가들은 4차 산업혁명에 기술된 내용을 통해 새로운 시대로 전환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즉, 전 세계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끝내고 다양한 루트를 통해 본격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끊임없이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는가? 4차 산업혁명은 소위 '앞으로 뭘 해먹고 살아야 하나'라는 의문에 대한 답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방식은 인문과 자연의 결합이라고 언급하지만, 이 결합은 특정한 공간을 재구성하여 새로운 특성을 부여한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즉, 4차 산업혁명을 통해 탄생한 제품들이 단순히 사용되는 재화의 종류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재화에 따른 라이프 스타일 전체를 바꾸고, 나아가 우리가 존재하는 공간의 특성을 바꿔버리기 때문이다.
마치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기존에 존재했던 핸드폰이 대체된 정도가 아니라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우리의 일상이 재정립되고, 심지어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스마트폰의 사용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되어버린 것과 같다.
4차 산업혁명과 한국의 상황
4차 산업혁명의 영향력에 따른 범위는 단순히 지역 단위에서 머무르지 않고 국가 혹은 국가 간의 단위까지 확장이 가능하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라는 곡은 유튜브라는 매체와 스마트폰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한국에서 글로벌 스케일로 광범위하게 확대되면서 전 세계에 한류를 유행시켰다.
이와 같이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만들어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시너지 작용을 통해 글로벌 단위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향후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새롭게 등장하는 컨텐츠는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여 최근 '저성장'에서 기인한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4차 산업혁명에 관해 타 국가들의 행보와 비교할 때, 한국이 추진하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은 그 진척 정도가 매우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회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하여 종합적인 국가전략과 부처별 실행계획 및 주요 정책을 디자인하고 있는 주요 기관인데, 이 기관의 활동 결과는 너무나 미약하다.
특히 위원회가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이른바 '끝장 토론'식 해커톤(hackathon) 도입과 시행은 좋은 의도에서 진행되었으나, 어느새 관련 이익 단체들의 성토장으로 변해가는 경향이 강하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국가적 방향을 설정하고 대국민적인 홍보를 통해 사회적 인식 전환을 추진해야 할 기본적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것은 매우 치명적이다.
실제 한국에는 이와 관련해 뚜렷하게 내놓을만한 성과가 잘 보이지 않는데, 이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왜냐하면 혁신적 기술과 제품의 경우, 초기 시장을 선도하는 기관이나 단체의 기준이 향후 시장에서의 표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시장 선점이 매우 중요하지만, 한국의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들은 이러한 개발 경쟁 순위에서 하위에 랭크되거나 아예 언급이 되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이에 반해 현재 미국, EU, 일본, 중국은 4차 산업혁명의 맥락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여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상용화하기 직전의 단계까지 도달해있다.
중국의 4차 산업혁명 수준은?
우리와 유사한 생산방식과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향후 치열하게 경쟁하게 될 중국은 어떻게 4차 산업혁명을 받아들이고 있을까? 중국은 이미 수년 전 '신창타이(新常態)'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이미 2014년에 경제발전 속도를 늦추더라도 개혁과 구조 개편을 통한 새로운 패러다임 체계를 확립할 것을 천명하였다.
이에 중국은 당시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일들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을 신성장 동력이나 경제 산업 구조 전환의 기준점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은 제조 대국에서 제조 강국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제조업과 정보화의 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자 하였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발전방향 설정에 따른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해 하드웨어 인프라 분야의 '중국제조 2025'와 소프트웨어 인프라 분야의 '인터넷 플러스', 대중창업, 만민혁신(大衆創業, 萬民革新)의 '중창공간(衆創空間)'의 정책을 발표하고 추진해왔다. 이 세 가지 정책은 서로 맞물리며 시너지를 창출하도록 설계돼 있다.
'중국제조 2025'는 기술혁신을 통한 제품 생산에 방향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지원을, 인터넷 플러스는 기존 생산된 제품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적 요구와 미래 전망이 반영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제품과 결합시키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일반적인 산업단지가 아닌 기존과 차별적인 산업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결과 '중창공간'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였다.
중창공간은 혁신을 위해 창의적 인재를 유입시키고 그들의 창업과 개발을 지원하는 공간 개념의 종합 시스템이다. 이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행위자들은 기존의 산업단지에서처럼 동일하며 유사한 업체들의 집적이 아니다. 중창공간은 개별적이며 이질적 특성을 지닌 생산 주체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기존과 전혀 다른 형태의 제품과 기술을 개발하거나 기존 제품과 기술을 융복합하여 새로운 개념의 제품과 기술로 재창출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 결과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로봇, 3D프린터 등의 분야에서 혁신적인 제품과 기술들이 꾸준하게 생산되고 있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들은 결과적으로 단순 산업발전 정책이 아닌 새로운 혁신 구동 정책을 의미한다. 또한 공간 내의 모든 행위자들을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특정 산업공간을 창출해 이를 운영시킨다는 측면에서 시스템의 의미를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혁신적인 공간전략이 필요하다
변곡점이란 미적분학에서 나오는 단어로 그래프의 접선의 기울기가 증가에서 감소로 바뀌거나 감소에서 증가로 바뀌는 부분을 지칭한다. 그러나 기술혁신 및 복잡계 이론의 맥락에서 변곡점은 단순 변화의 의미가 아닌 체제나 시스템 등이 포함된 전방위적 변화로써, 공간을 구성하고 움직이게 하는 체제나 시스템의 특성까지 뒤바꾸는 혁신적 변화를 의미한다.
우리는 향후 4차 산업혁명을 통해 펼쳐질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지만, 기존의 개념에서 완전히 벗어난 세상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의 체제를 바닥부터 완전히 바꿔버릴 수 있는 변곡점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기존의 개념과 차별적으로 공간을 설계하고 이를 시행할 구체적 공간 전략을 세워야 한다. 첫째, 관련 분야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협력 체제를 형성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관련 분야의 개발 현황을 면밀히 조사하고 공간적으로 연계가 가능한 국가 혹은 단체와의 협력 체제를 형성해야 한다.
생산 주체들 간의 협력 체제에 따른 네트워크는 결과적으로 시장을 확대시킴과 동시에 경쟁을 줄여 기업의 이익 구조를 개선시킬 수 있으며, 자원 낭비를 막아 기회비용을 감소시키는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기존의 생산 구조나 조직 결성을 답습하는 것을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이와 관련하여 기존 클러스터의 개념에 따라 설정된 산업에 맞는 기업들만을 집적시켜 특화된 공간을 형성하는 방식을 탈피해야 한다. 유사 산업간 근거리에 위치하여 높은 연계성에 기반한 시너지 효과에 따른 집적을 고집할 경우, 새로운 제품과 기술 개발에 있어서 기존 방식을 답습하는 선형적 경로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고질적 관계는 연계 주체들 간의 관계를 고착화시켜 혁신적인 결과의 창출을 방해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제 우리는 비선형적 경로에서 기존의 경로를 과감하게 탈피해야 한다. 관련 분야의 글로벌 가치 사슬에 대한 세세한 분석을 통해 경쟁과 협력체계를 명확히 하고, 그와 관련한 각종 전략을 통해 새로운 운영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공감대를 확보하고 전 국가 단위의 이행 노력이 필요하다. 더 이상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문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임을 자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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