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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사유국 벗어나 민주 공화국으로 가자"

[시민정치시평]MB정부가 떠맡긴 '반민주ㆍ사유국'이라는 짐 덩어리

2013년 2월 25일에는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이 취임하게 된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는 이제 며칠 후면 끝나는 것이다.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 임기 시작 2주 전인 2008년 2월 11일 자정을 조금 지난 시간에 대한민국 국보 제1호 숭례문(남대문) 2층 누각이 불길에 의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본 순간 평탄치 않을 5년의 미래를 예감했듯이, 이후 촛불 정국의 기운은 임기 끝까지 따라 다녔다. '실용'과 '변화'를 통한 대한민국 재도약을 천명하면서 출발한 이명박 정부 5년간의 치적에 대해서는 역사가 평가해 주겠지만, 이명박 정부가 한국 사회에 떠맡긴 현재 짐 덩어리의 무게는 막중하다. 그만큼 차기 정부가 부담할 짐은 크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 최초로 무역 1조 달러 달성, 세계 7위 수출국가 진입, 외환보유고의 3300억 달러 달성, 국가신용등급의 상향조정 등 경제적 성과뿐만 아니라 외교적으로도 G20정상회의, 세계핵안보회의 개최, 유엔 산하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의 인천 송도 유치, 개발도상국 중에서 사상 처음으로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전환된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 등 이명박 정부가 일정 부분 '국격' 상승을 이룬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치적이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얼마나 직접적으로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주었으며, 민주화의 발전과 사회통합을 이끌어 내었는지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텅 빈 꼴이다 보니 국민들로부터 전례 없이 혹독한 비난을 받는 정부가 아닌가 싶다.

이 자리는 이명박 정부의 공과 과를 객관적인 잣대를 갖고서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이 보다 더 근원적으로 차기 정부가 떠안아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대한민국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짐 덩어리를 논해 보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매우 중요한 헌법 제1조에 있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점을 너무나 가벼이 여기고, 이와 거리가 먼 국정을 행하였다는 점이다. 즉 '반민주ㆍ사유국'의 성격을 많이 보여준 점을 들 수 있다.

우선, 반민주적 성격은 한국의 언론 자유도 추이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2007년 37위였다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2011년에는 70위로 뚝 떨어진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는 부분언론자유(Partially Free)국 지위로서 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 점수와 동일하다. 1990년대 문민정부 이후 노무현 정부 때까지 평가받았던 언론자유(Free)국 지위에서 강등된 것이다. 국제언론감시단체(Freedom House)는 강등 이유로 언론에 대한 정부의 검열 강화, 언론 매체의 뉴스와 콘텐츠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 확대, 온라인상에서 반정부적인 글이 삭제되는 사례 증가, 정부의 주요 방송사의 경영에의 관여, 다수 언론인이 반대하는 특정 인사의 대형 언론사 고위직 임명 등을 밝힌 바 있다.

모름지기 언론은 사실을 보도할 뿐 아니라,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일을 할 때 존재 가치가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선 국민이 주인이 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권력을 가진 정치인, 자본을 내세우는 경제인들이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무시하고 기득권을 유지하거나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이러한 언론자유의 강등은 국가가 기득권자들에게 휘둘려 국민을 무시한 채 공안 통치로 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져오게 한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법무부 장관은 4대 연속으로 공안검사 출신이 임명됐던 점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언론자유의 훼손은 결국 공공성과 공익을 추구하는 공화국 대신에 사익을 추구하는 사유국이 되게 하는데 명백히 기여한다.

임기 말에 터져 나온 진보정의당 대표인 노회찬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 사건만 봐도 그렇다. 지난 2월 14일 대법원은 돈으로 정치권과 검찰조직까지 주무르려 했던 삼성비자금과 관련된 '안기부 X파일 사건'과 관련하여 노회찬 대표에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징역 4월,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고, 이에 따라 노 대표는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노 대표는 지난 2005년 8월 삼성에서 '떡값'을 받은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했고,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당시 검사로서 사건을 맡은 황교안 현재 법무부 내정자는 삼성 로비를 받은 검사 모두는 전원 불기소하고, 이를 폭로한 노 대표와 이를 보도한 기자만을 기소했던 것이다.

왜 사법부가 여야 159명의 노회찬 구명운동을 마다하고 정권교체기에 이런 판결을 내렸을까? 비록 이 사건이 사법부의 문제로 나타나기는 했지만 법이 공익보다 기득권을 옹호한다는 점에서 공화국의 정신과는 한참 거리가 먼 결과가 복잡한 통치구도 내에서 발생한 것이다. '보도 자료는 되고 인터넷 게재는 안 되는' 현 통신비밀보호법 자체가 안고 있는 근원적인 문제는 보지 않고 공익을 위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 준 의원에게 오히려 벌을 가하는 '희생자 비난하기(blaming the victim)'식 판결은 명백히 민주공화국의 헌법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 떡값 검사 명단을 인터넷 게재했다는 이유로, 그것도 공익적 목적으로 했던 것인데 이렇게 판결을 내린 것은 이 땅에 정의가 사라지면서 한국 민주주의를 점점 더 거꾸로 가게 하는 것이다. 삼성떡값을 받은 권력자들을 밝혀 시대의 정의를 세우는 일과, 구시대적인 통신비밀보호법을 엄수하는 일 등 두 가지 가운데 어느 것이 더 공화국 정신에 가까운 것인가?

이러한 이명박 정부의 공화국이 아닌 사유국적 성격은 도처에 발견된다. 첫 장관 인사 때부터 시작된 특정 인맥에 쏠린 인사 정책을 풍자한 것을 보면 이를 뒷받침한다. 고려대 출신, 소망교회 신도, 영남 출신의 맨 앞 글자들을 조합한 고소영이라는 단어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 함께 일했던 인사들의 중용을 빗댄 'S라인'을 덧붙여 '고소영 S라인 정부'나, 강남에 집이 있고, 부동산 부자인데다, 자녀 명의의 부동산까지 보유한 장관 후보자들이 대다수라는 점을 꼬집은 '강부자 정부'라는 말은 이명박 정부의 반공화국적, 사유국적인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사유국적 성격은 국제투명성기구(TI)가 해마다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 순위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는 176개국을 대상으로 한 2012년 부패인식지수 조사에서 한국이 100점 만점에 56점을 받아 지난해 43위에서 45위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2008년 40위를 기록한 한국은 2009년과 2010년엔 39위로 한 계단 올랐다가 2011년 43위로 떨어졌고 올해 또 떨어져 45위가 된 것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서 27위다. 이렇게 부패지수가 상승한 이유로 한국투명성기구는 "반부패에 대한 인식과 정책의 부재 속에 대통령 측근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구속됐고,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 된 검찰의 안하무인식의 권력투쟁이 펼쳐졌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이렇게 겉으로 드러난 부패와 독직보다 국가 재정을 전부 재벌친화적으로 쓰는 관행과 정도는 이명박 정부 때 심했다고 할 수 있다. 4대강 사업에서 막대한 국고를 건설사 담합체에 넘겨준 것과 아울러 각종 교통과 도로 등 기간산업과 의료의 끊임없는 민영화 시도만 보더라도 그러하다.

이러한 공과 사를 구분 못하고 사익에 더 비중을 두는 사유국적 성격은 임기 말 대통령 특별사면 집행에서 극치를 이룬다. 이 대통령은 '설 특별사면'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실시했다고 강조했지만 측근을 구하기 위해 대통령이 명예와 양심마저도 저버린 것이다. 오죽했으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비롯해 새누리당, 그리고 야당에 법조계, 시민까지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두고 판결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대통령이 빼 주는 것이라며 거센 비판을 쏟아내지 않았던가.

헌법정신에 위배된 이러한 반민주ㆍ사유국적 짐 덩어리를 빨리 민주공화국으로 바꾸는 것이야말로 박근혜 새 정부가 우선해야 할 일이다.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하는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정의의 기강을 분명히 세우기 위해서라도 BBK사건으로부터 시작해서 사저문제, 4대강 문제 등 아직도 세간의 의혹 덩어리부터 헤쳐 나가야 한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일찍이 국가 통치에서 "법을 적용하려면 마땅히 임금의 최측근부터 적용해야 함(用法 宜自近習始)"을 강조하였다.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면서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통치가 이 땅에서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는 무거운 짐 덩어리를 박근혜 정부는 무엇보다 먼저 풀어 나가야 한다. 국회 청문회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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