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위(조강특위)를 주도하고 있는 전원책 변호사의 잇단 돌출 발언에 대해, 한국당 지도부에서 공개 경고를 내놨다. '말 조심하라'는 취지의 거친 일침이다.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은 8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후 브리핑에서 "비대위는 대내외에 공포됐던 전당대회를 포함한 모든 일정에 어떠한 변화도 있을 수 없음을 확인했다"며 "'조강특위 구성원들은 조강특위 범위를 넘어서는 언행에 각별히 주의해 달라'는 뜻을 오늘 사무총장인 제가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이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전당대회 연기론을 주장하고 있는 것을 당 지도부가 일축한 것이다. 한국당 전당대회는 내년 2월 전후로 예정돼 있으나, 전 위원은 이른바 '보수 대통합'을 위해서는 한국당 외부 인사들도 참여하는 통합 전당대회를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전당대회를 여름으로 미뤄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재선의원들과의 조찬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대위 일정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이 많았는데, 비대위 활동을 2월말 전후로 끝내고 전당대회를 실시할 것이라는 입장을 다시 한 번 강하게(전달했다)"고 말했다고 <뉴스1>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 5일 비대위 회의 모두발언에서도 "비대위원장을 맡으면서 분명히 '2월말 플러스 마이너스 알파'로 비대위를 종결할 것"이라고 못박은 바 있다. 그는 자신이 비대위원장에 취임하면서 향후 일정에 대해 "앞부분에서 우리의 비전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당내 여러 혁신 작업들을 함과 동시에 인적(청산) 문제를 뒤로 돌려서 하겠다는 이야기, 계파 갈등 문제 신경쓰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그렇게 되면 2월말쯤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그런데 최근 당 안팎에서 자꾸 이상한 이야기가 들린다"고 전 위원을 에둘러 겨냥했다.
김 위원장은 "이것(비대위 활동 기한)이 더 늘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다시 한 번 분명히 말씀드린다. '2월말 플러스 마이너스 알파'로 비대위를 전부 정리할 것"이라며 "더 이상 늘어질 수가 없다. 그때는 새로운 지도부가 탄생해야 된다"고 재강조했다. 그는 이어 "전당대회 일정을 감안하면 비대위가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두 달 반 남았는데 할 일은 굉장히 많다"며 "조강특위를 비롯한 주요 당 기구들이 움직여 줘야 한다. 모든 당 기구들이 이 일정(2월말)에 맞춰서 잡아 달라. 여기에 한 치의 오차도 있어도 안 된다"고 지시도 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이날은 '전대 일정은 조강특위에서 왈가왈부할 게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그는 전원책 위원의 전대 연기 주장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것은 조강특위가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 비대위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명백히 선을 그었다.
그는 '전 위원에게 전례 없는 권한을 주겠다고 했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런 권한을 줬다. 조강특위는 원래 당무감사가 끝나면 그 결과를 갖고 사람을 바꾸는 교체 작업을 하는데, (전원책) 조강특위에는 당무감사 협조를 받아 실사까지 관장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원래 당무감사위가 조강특위보다 상위에 있는데 그 기구까지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이라며 "외부위원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하는 등 특별한 배려를 했다"고 했다. 자신이 조강특위에 허락한 권한은 '당무감사 지휘'까지일 뿐이란 얘기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이 '언행을 조심하라는 비대위의 요청을 전 위원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떡할 생각이냐'며 전 위원의 거취를 묻는 질문을 하자 "미리 이야기는 안 했으면 한다"며 다만 "모든 것이 원만하게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의원들 요구가 상당하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 등 한국당 지도부 및 소속 의원들과 전 위원 사이의 입장차는 사실 지난달부터 지속적으로 불거졌다. 전 위원이 조강특위 직무 범위를 넘어선 문제, 예컨대 △'태극기 부대'를 당에 포용해야 한다는 주장 △김무성·홍준표 전 대표의 전당대회 불출마 요구 △집단지도체제 변경 불가론 △전당대회 연기 주장 등을 지속적으로 언급한 데 따른 것이다. 이미 지난달 25일 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혼란이 많다"고 경고를 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좌충우돌' 전원책에 김병준 골머리…"혼란 많다" 경고)
그러나 전 위원도 전 위원대로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전 위원은 논란이 불거진 이날 <중앙일보> 및 <뉴시스>와 전화 인터뷰를 갖고 "2월 전당대회는 사실상 힘들다"며 재차 전대 연기론을 주장했다. 그는 "2월이나 3월로 전대 기한을 정하는 것은 코미디"라며 "'죽어도 2월'이라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라고까지 했다고 한다. 전 위원은 "꼭 6~7월에 하자는 게 아니라, 제대로 하려면 그때 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2월에 전대를 하려면 지금 당협위원장을 다 모집해야 하는데, 그렇게 면모일신 없이 끝내는 게 좋다는 얘기냐"고 했다.
다만 불거진 갈등의 양상이 '김병준 대 전원책'의 구도를 띠고는 있으나, 결국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제 살 깎아먹기라는 지적도 예상된다. 인적 청산이 미비하다는 비판 속에, 전 위원을 당에 불러들여 조강특위를 맡긴 사람도 결국 김 위원장 본인이기 때문이다. 결국 '김병준 지도부' 내에 자중지란이 일면서 인적 청산 대상으로 거론됐던 이들은 한숨을 돌리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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