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블록 하나는 제대로 간수한 시장' 소리 듣고 싶다"
박 시장은 '어떤 시장이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저는 아무 것도 안한 시장으로 남겠다. (전임 시장들처럼) 뭐 하나에 올인하면 그것 하나는 성공시킬 것이다. 나머지가 엉망이 될 수 있다. 서울시는 굉장히 광범위한 업무가 복합적으로 이뤄져 있어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일례로 '보도블록 교체'건을 들었다. 박 시장은 "여러분 보도블록 (교체 공사) 보면 스트레스 안 받으셨나? 나도 뚜벅이로 걸어다니는데 (보도블록 교체 공사를 보고) 정말 화가 났다. 연말만 되면 막 뒤집어 엎는다. 지금 공사하는 곳 보셨나? 서울에 딱 두 군데 하고 있다. 작은 공사고 거의 없어졌다. 엉뚱한 공사 절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 <프레시안> 주최 박원순 서울시장 열린인터뷰가 합정동 '후마니타스책다방'에서 열렸다. ⓒ프레시안(최형락) |
박 시장은 "다른 것은 못해도 내 임기 중에 보도블록 하나는 제대로 처리하겠다. 보도블록도 간수를 못하면서 무슨 도시를 만드느냐. 거리모니터링단이 현재 서울시내 전역에서 몇 백명이 보고 다닌다. 이 부분은 바뀌지 않을까. 뭐 한 시장이냐고 묻는다면 '보도블록 하나는 제대로 뜯어고친 시장'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세종 어전회의 보면 '반대' 많아…'쓴소리' 듣는 게 '소통'"
'파워트위터리안'이기도 한 박 시장은 이날 '소통'과 관련해 자신의 철학을 소개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러시아 속담에 '신은 너무 높이 황제는 너무 멀리 있다'는 말이 있다. 러시아 전제군주 시절, 백성들이 도탄에 빠져 있는데 신은 너무 높이 있고, 황제는 구중궁궐에서우리 소리를 못 듣는다는 것"이라며 "이른바 높은 자리로 가면 언로가 막히고 멀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어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결국 구중궁궐 안에 있어서 본인이 뭘 하는지, 잘하는지, 못하는지 몰랐던 것 아닌가. 이 정부가 처참하게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이 제가 말한 속담처럼 구중궁궐에 (대통령이) 있어서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세종처럼> 이라는 책이 있다. 세종대왕이 많은 업적을 이룩했는데, 어떻게 했나. 어전 회의를 보면 된다. 전제군주 앞에서 누가 반대를 하나. 그런데 세종 대왕이 주재하는 회의에는 반대하는 사람이 자꾸 있다. 반대를 하면 '왜 반대할까' 하면서 반대자의 논리를 극복할 노력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정책이 현실화되고 하는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세종대왕처럼도 못한다면 문제가 많은 것 아닌가"라고 뼈 있는 주장을 했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박 시장에게 '쓴소리'만 하는 '쓴소리단'도 운영하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 '지방 자치'에 대한 이해도가 높더라"
▲ "지방자치와 관련해 할 얘기가 많아서 내가 (당선인에게) '별도로 좀 만나 주십시요' 했는데, 웃으셨으니까 승낙을 한 거겠죠" ⓒ프레시안(최형락) |
박 시장은 "제가 일을 해보니까, 중앙정부가 권한을 갖고 있을 게 아니라. 일선, 현장의 지자체장에게 권한을 양해해 줘야 할 것 같다. 단체장들이 현장 가까이 있으니까 잘 알지 않겠나"라며 "(박 당선인이) 생각보다는 굉장히 이 문제에 관해 이해가 높으시더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아무래도 서울시가 지방 정부에서는 재정이 좋다고 하는데 한계가 있다. (박 당선인에게) 할 얘기가 너무 많다. 대통령 당선인 따로 뵙고 서울시 애로를 말씀드리고 싶다"며 "지방자치와 관련해 할 얘기가 많아서 내가 (당선인에게) '별도로 좀 만나 주십시요' 했는데, 웃으셨으니까 승낙을 한 거겠죠"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기본적으로 일은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하는 양이 8대 2 수준이다. 그런데 예산은 4대 6인 상황이다. 이 구조를 깨야 한다. 지방 정부는 목이 졸려 있다. 중앙정부가 성공하는 길이 뭐냐. 현장에 가까운 지방 정부에 권한을 많이 줘서 일하도록 하는 것이 중앙정부를 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도시철도 기관사 자살, 큰 책임감을 느낀다"
박 시장은 최근 서울시도시철도공사 황 모 기관사가 업무상 스트레스 등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과 관련해 "굉장히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작년에 고 이재민 기관사와 관련해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당시 빈소에도 방문했었다. 이후 최적근무위원회를 만들었는데, 관련해서 제도적 장치들을 연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특히 (서울시도시철도공사) 사장을 불러서 정말 할 수 있는 최대한 경고를 했다. 제가 순해보이시죠. 무서워요"라면서 "이번에 (관련 제도 등이) 바뀌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날 인터뷰 도중 "24시간 도서관제를 시범적으로 운영해보는 것은 어떻느냐"는 한 서울시민의 질문을 받고 즉석에서 "쫗은 아이디어다. 생각해 보겠다"고 말하기도 했고, 보육 교사의 애환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하기도 했다. 이날 참여한 한 시민은 "시민들이 서울시장을 인터뷰 하는 것 같아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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