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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인수위, 보안은 '철통'…기록은 '깡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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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 인수위, 보안은 '철통'…기록은 '깡통'?

[시민정치시평] '보안'지키더라도 기록은 '보존'되고 '활용'되어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있는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들도 차기정부의 얼개를 그리고 있는 인수위를 지켜보고 있다. 인수위는 차기정부의 조직개편안을 마련하는 것을 비롯해서 향후 5년 그리고 그 이후까지 우리나라의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칠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또, 인수위에는 국민의 청원도 많이 받고 있다. 인수위원회가 홈페이지를 개설한 1월 10일 이후 국민행복제안센터를 통해 10일만에 만 건에 가까운 청원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도 그 청원은 점점 늘고 있다. 박근혜 당선자가 대통령으로 취임할 때 까지 인수위원회는 더 많은 일을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기록을 생산하고 접수받을 것이다.

인수위 기록은 우리사회의 중요한 기록이다. 또한, 잘 보존되기 어려운 기록이기도 하다. 원래 권력을 가진 자들은 자신들의 활동의 이면을 공개하는 것을 꺼리게 마련이다. 권력기관일수록 기록이 남지 않거나 남더라도 일의 진행과정이 생략된 껍데기만을 남기게 된다. 그런 이유로 노무현 전 대통령 이전의 대통령기록물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대통령기록에 관하여 규정하고, 지정기록물 제도를 비롯한 보호조치를 마련한 이후에서야 대통령기록물이 남게 되었다. 대통령기록은 일부는 현재에도 활용되고 있고, 보호기간을 설정하여 공개를 유예한 기록물도 이후 중요한 역사적 가치를 지니는 것은 물론이다. 또, 나중에는 정부의 공과를 평가하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단초가 될 것이다. 인수위 기록도 마찬가지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서는 인수위가 생산·접수하여 보유하고 있는 기록물 및 물품을 '대통령기록물'로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역대 인수위의 기록 중에서도 이번 인수위의 기록은 더욱 중요하다. 인수위가 활동과정을 '철통보안'을 원칙으로 삼고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기록으로 제대로 남지 않는다면 이번 정부가 구성되는 과정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 될 수 있다.

이번 인수위가 보안을 중시하는 이유는 현 이명박 대통령의 인수위가 설익은 정책을 흘려 혼란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설익을 정책을 언론에 흘려 혼란을 주기도 했지만, 그 정책을 검증받는 효과도 있었다. '철통보안'이 준비하는 정책의 문제점을 개선할 기회를 놓치고 있을 수도 있다.

▲ 인수위 기록은 우리사회의 중요한 기록이다. 또한, 잘 보존되기 어려운 기록이기도 하다. ⓒ연합뉴스
물론, 모든 인수위원회의 활동이 즉시 알려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당장은 알려지지 않더라도 그 과정이 기록으로 보존되고, 이를 이후에 활용할 수 있다면 당장의 '보안'으로 나타나는 상당부분의 문제는 차후에 해결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번 인수위의 기록은 '보존'되고, '공개'될까? 인수위법에는 별도의 정보공개나 기록관리 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 기록물관리법이나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라 대통령 기록으로 관리되고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게 된다. 인수위법에는 위원회 활동 종료 후 30일 이내에 인수위의 활동실적과 예산사용 내역 등을 백서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그 때 인수위 활동 및 성과, 새정부 국정철학 및 정책과제 등을 백서에 담아 선별적으로 공개하게 된다.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는 '성공 그리고 나눔'이라는 제목의 총 1,008쪽의 백서를 남겼다. 노무현 정부의 인수위는 '대화'라는 제목으로 541쪽 분량의 백서를 남기기도 했다. 이런 보여주기 위한 기록은 물론 다른 기록도 보존되고 공개되어야 한다. 많은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 생산되는 과정에 대한 기록인 만큼 우리사회의 중요한 자산으로 보존되어야 하고, 국민들의 알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

대통령 기록물관리법이 만들어진 이후 첫 인수위였던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는 5만1000여 건의 기록물을 남겼다. 그러나 기록을 부실 이관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2008년 4월 15일 <경향신문>의 보도(인수위 활동 기록 '부실 이관')에 따르면 "공문 가운데 붙임 자료 일부가 없거나, 일부 인수위원의 위촉과 해촉에 관한 공문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해당기사는 대통령기록관 관계자를 인용해 "기획안에 '자문위원 위촉자명단'이라는 항목은 있으나 실제명단은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보도했다. 참여연대가 2008년 2월 26일 정보공개청구한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인수위원으로 위촉된 인수위원 명단(이름, 현직, 인수위 소속분과 및 직책), 자문위원 포함(위촉 후 해촉 된 위원명단 및 사유포함)'에 대해 2008년 4월 4일 인수위원 명단만 공개하고 "자문위원의 명단은 비공개 기록이어서 공개가 불가하오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며 비공개 결정을 통보했다. 앞서 설명한 <경향신문>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실제 이관 받지 않아 존재하지 않거나, 부실한 기록을 비공개사유를 밝히지 않고 비공개 한 것이다. 비공개시에는 정보공개법에 따라 비공개사유를 명확하게 알려야 하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국가기록원'이 비공개사유도 밝히지 않고 비공개했다는 것은 '법에서 정한 비공개 사유가 아니라 다른 사유로 비공개한다.'고 알려준 것과 같다. 이번 인수위에서는 기록관리를 철저히 해서 이런 일들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에서 대통령기록물을 무단으로 파기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무단으로 은닉・유출・손상・멸실시킨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의 벌금으로 엄하게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 것을 말하지 않더라도 중요한 기록을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이번 인수위는 기록을 잘 보존하고 이관할 수 있을 것인가? 지난 1월 10일 <한겨레신문>은 '인수위 기록물 관리할 전문직원 한명도 없다'는 기사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기록물 관리를 담당할 전문직원을 한명도 두지 않아 기록관리가 부실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인수위 때는 각각 1명과 4명의 직원을 국가기록원으로부터 파견 받아 기록관리를 맡겼지만 이번에는 파견한 직원이 없다는 것이다. 필자가 국가기록원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재까지도 인수위에 파견된 국가기록원의 직원은 없다. 다만,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전화 통화를 통해 노무현·이명박 정부 인수위에서도 직원을 파견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 정부에 기록관리 인력이 없었다고 해서 이번 인수위에서도 기록을 관리할 인원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기록물관리법에서 기록물관리기관은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을 두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기록을 생산하는 대통령실에는 대통령실 소속의 직원 외에도 국가기록원의 전문가가 파견되어 기록관리를 하기도 한다. 인수위기록의 관리를 위해서는 국가기록원에서 전문직원을 파견 받아 기록물의 관리를 맡겨야 할 것이다.

박근혜 당선자는 정부 3.0을 약속했다. 정부의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의미는 좋다. 그러나 실천이 중요하다. 인수위 기록이 그 시작이어야 한다. 공개가 되어야 공유도 가능하고 이를 통해 다른 가치가 창출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공개에 앞서 기록이 제대로 생산되고 관리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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