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朴통 시대' 발맞춰 '교과서 전쟁 시즌 2' 시작되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朴통 시대' 발맞춰 '교과서 전쟁 시즌 2' 시작되나?

교과부의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 논란…"저의 의심스럽다"

국회가 '교과서 전쟁'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8월 입법 예고했다가 '역사 왜곡' 논란으로 무산됐던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일부 수정 보완해 다시 입법 예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법안은 기존에 대통령령에 규정됐던 장관의 '교과서 수정권'을 법률에 직접 명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정 교과서는 교과부 장관이 직접 수정하고 검·인정 교과서는 저작자나 발행자에게 수정을 요청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교과부 장관이 교과서 편찬·검정·인정 단계에서 필요한 경우 감수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도 포함시켰다. 또한 출판사가 장관의 수정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검·인정 합격이 취소되거나 1년 범위에서 효력이 정지되고, 합격이 취소된 출판사는 3년간 교과서 심사에 참여할 수 없게 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입법 예고안은 "초·중등교육의 기본 학습 교재인 '교과용 도서(교과서)'에 관하여 현재 대통령령에 규정된 사항 중 중요한 사항을 법률에 직접 규정하고, 대통령령에 미비한 사항은 법률에 추가 보완하며, 교과용 도서의 검정·인정 및 선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관련 행정 제재 처분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개정 이유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사안을 들여다보면, 이번 일은 지난 2008년에 벌어진 이른바 '좌편향 금성출판사 교과서 수정 지시' 파문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2008년 파문은 금성출판사의 역사 교과서 기술 내용 일부가 "좌편향됐다"고 규정했던 교과부가 이를 수정하도록 금성출판사에 요구했고, 금성출판사가 이를 받아들였던 사건이다.

▲ 2009년 "교과부가 우리나라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근현대사 교과서의 재검정에 나서지 않으면 학교 현장에서 추방 운동을 벌이겠다"고 주장하는 뉴라이트학부모연합 등 보수 성향의 단체들. ⓒ연합뉴스

그러나 해당 교과서 저자인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 등은 "교과부의 수정 처분은 헌법에 보장된 '학문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해 위헌 소지가 있으며 교과서 수정 절차를 뒤흔드는 것"이라는 취지로 서울행정법원에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법원은 1심에서 김 교수 등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 재판부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1심을 뒤집고 교과부의 손을 들어준다. 현재 관련 사안은 대법원에 계류된 상태다.

교과부의 목적은 이처럼 교과서 수정 시도에 따른 위헌 시비 제기 여지를 봉쇄하고, 수정 권한을 장관이 갖도록 명시하는 등 절차상 명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령에 규정된 교과용도서심의회 설치 근거를 법률에 올려 규정"한다는 개정 취지는 이번 입법 예고 의미의 핵심을 잘 보여준다. "기본권을 제한할 때는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헌법의 취지에 맞도록 체제를 정비하고자 하는 것이다.

"출판사, 정부가 두렵지 않다는 건가" MB 발언이 생각난 이유?

문제는 교과부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시점이다. 교과부는 과학 기술 분야를 미래창조과학부에 넘겨 교육부로 재편하는 과정을 앞두고 있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에 놓여 있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는 과도기에 교과부가 대통령직 인수위 업무 보고를 마친 직후, 전격적으로 입법 예고를 한 것이다.

지난 주 교과부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은 인수위의 교육과학분과 간사는 곽병선 전 경인여대 총장이다. 곽 전 총장은 이명박 정부 초반인 2008년부터 2009년까지 교과부 산하 교과용도서발행심의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교과서 전문가'인 셈이다. 또 인수위에는 '교과서 수정론자'들이 포진해 있다.

특히 5·16쿠데타를 혁명으로 규정해 '대안교과서'를 냈던 뉴라이트 성향의 '교과서포럼' 대표를 지낸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인수위 정무분과 간사다. 그 외에도 인수위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역시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집필에 참여했던 김용직 성신여대 사회과학대학 학장도 박근혜 당선인과 인연을 맺고 있다. 박 당선인은 대선 캠프를 꾸리는 과정에서 김용직 학장을 100%대한민국대통합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했었다.

하필 '정권 교체기'에, 그것도 금성출판사 교과서 행정소송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정부가 교과서 수정 관련 조항을 손보겠다고 예고한 것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른바 '좌편향 교과서'에 대한 수정 의지를 여전히 강하게 갖고 이를 밀어붙이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자초한 셈이다.

역사 교사 1만여 명의 모임인 전국역사교사모임 이성호 대표는 정부의 이번 입법 예고와 관련해 "교과서는 지속성과 안정성이 담보돼야 한다. 하필 이런 민감한 시기에 정부가 교과서 수정과 관련된 입법 예고안을 발표하는 것인지,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잠시 시간을 돌려보자. 2008년 11월 29일자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수정을 거부하고 있는 (금성)출판사의 입장은 뭔가"라며 "도대체 정부가 어떻게 대처하기에 그 출판사는 전교조만 두렵고, 정부나 다른 단체들은 두렵지 않다는 것이냐"고 분개했다. '교과서 전쟁'을 촉발시킨 이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이런 이 대통령이 퇴임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시작돼 5년 가까이 지속된 '교과서 전쟁'의 '시즌2'가 열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후 역사 관련 문제가 더 크게 불거질 수 있다는 말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그간 과거사, 그중에서도 특히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사안에 대한 역사의식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박 당선인의 과거사 인식 기준은 '박정희 명예 회복'이며, 이로 인해 '역사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미 나왔다. (관련 기사 : "박근혜 기준은 박정희 명예 회복…역사 전쟁 벌일 것")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이명박 정부가 벌인 '교과서 전쟁'이 박근혜 정부에서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