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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주사 사망 사고, 빨간불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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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주사 사망 사고, 빨간불 켜졌다

[안종주의 안전사회] 병원 신뢰 위협하는 주사 사고

인천 지역 병원에서 최근 두 달 간 주사를 맞은 환자들이 잇달아 사망하는 의료사고가 발생해 병원을 찾는 사람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하지만 초등학생에서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연령층도 다양하고 수액주사, 마늘주사 등 주사의 종류도 다양해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인천 지역의 잇단 주사 사고는 지난해 12월 서울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던 신생아 4명이 차례로 숨진 사건이 일어난 지 1년도 채 안 된 시점에 일어난 병원 의료사고여서 소식을 접한 일반 시민들의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최근 일본 수입산 결핵예방백신에서 발암 중금속이자 치명적 독극물인 비소가 극미량이긴 했지만 검출돼 이 주사를 맞힌 상당수의 어린이 부모들이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것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점에 이번에는 진짜 불안을 주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최근 3년간 전국 주사제 사고 전면 재조사해야

주사 사고는 계절적 요인이 없는데다가 인천에서만 유독 이런 문제가 터져 나오고 다른 지역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 또한 상식으로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이번 기회에 과거 및 최근 발생한 전국의 주사사고를 면밀하게 전면 재조사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불안감은 해소하고 특정 원인들이 포착되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과 함께 병원 안전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인천 지역 주사사고를 살펴보면 각각에서 공통점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지난 11일 숨진 초등학생의 경우 전날 장염 증상으로 동네의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아가 주사를 맞은 뒤 한 시간여 만에 숨졌다.

지난 9월 한 달 동안 50대 등 두 명의 환자가 개인병원과 종합병원에서 각각 초등학생처럼 장염 중상으로 고통을 겪다 수액주사 등을 맞다가 모두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어 이송 중 숨지거나 심정지가 일어난 뒤 곧바로 숨졌다. 장염환자가 병원 진료를 받다 숨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따라서 먼저 이들이 맞은 장염주사액에 문제가 있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 지난 9월7일에는 인천 남동구 한 종합병원에서 수액주사(마늘주사)를 맞던 60대 여성이 패혈증 쇼크 증상을 일으키면서 숨졌다. 이 여성이 숨진 지 두 달이 지났지만 그를 포함해 4명 모두 아직까지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인천 지역 주사 사망률 전국 확대 대입하면 연간 주사 사망 400명?

만약 인천 지역에서 두 달간 4명이 주사제 사고로 숨졌다면 연간으로 따지면 24명의 희생자가 나온다는 계산이 이루어진다. 이를 전국으로 확대해 대입해보면 연간 400명 안팎이 된다. 이 4백 명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인천 지역 병원의 특수성을 밝혀내 최근 주사사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주사액 자체에 문제가 있었는지 의료진의 처치에 문제가 있었는지, 다른 약물과의 반응 등 의료진의 주의 의무 소홀이나 의료 질 저하 때문인지를 조사해야 한다. 다시 말해 주사액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주사 처치 과정에서 심각한 실수가 있었는지도 따져보아야 한다.

병원 의료 사고의 경우 그 정확한 원인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12월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의 경우도 부검 결과 신생아들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밝혀져 원인이 드러난 것같이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법정에서 이를 두고 병원과 유가족 간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주치의를 포함한 의료진 7명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주사제 1인 1병의 원칙을 무시하고 지질영양제 1병을 주사기 7개로 나눠 투약해 영양제를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시키고, 주사제를 상온에 최대 8시간 이상 두어 균이 증식되도록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병원 쪽 변호인들은 일반적인 패혈증의 발생 메카니즘으로 보면 혈관 내 미세혈전이 발견되고 장기손상으로 인한 쇼크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이런 증상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패혈증을 사망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들은 신생아들이 사망한 이후와 검체 수거, 부검 과정 등에서 오염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진실은 국과수와 보건당국의 손에 달려

이대목동병원처럼 일반 시민들이 보기엔 그 원인이 명명백백한 것처럼 보이는 것도 병원 쪽은 별별 가능성을 모두 동원해 혐의 벗기에 전력투구하는 모습을 보인다. 2011년 그 원인이 드러난 가습기살균제 참사도 대부분의 전문가와 일반 시민, 언론으로서는 범인이 명약관화한 것처럼 보였지만 옥시레킷벤키저 측은 국내 최대의 법률사무소인 김앤장과 서울대 교수 등 일부 전문가들을 끌어들여 재판과정에서 황사설 등 터무니없는 엉터리 원인 가능성을 들먹이며 재판부와 유가족들을 압박한 적이 있다.

주사제 사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함께 보건당국밖에 없다. 이 기관들은 역량을 총동원해 최단 기간 안에 원인을 밝혀내야 한다. 아니면 민관합동 특별조사단을 꾸려 인천 지역뿐만 아니라 올해, 나아가 최근 3년간 일어난 병원 내 주사의료 사고에 대한 집중 조사를 벌여야 한다. 물론 그 결과는 국민에게 즉각 투명하게 알려야 할 것이다.

병원 처치에서 주사제 사용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주사는 때론 위험을 동반할 수 있는 의료처치임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정맥주사는 더욱 그렇다. 주사를 놓은 병원 의료진도, 이를 맞는 환자 내지는 소비자들(마늘주사 등과 같은 것은 환자라서 꼭 맞는 것은 아닐 터여서 이 표현을 사용)도 함부로 주사제를 맞지 않는 성숙한 의료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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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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