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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민주화 훈장' 떼지 않고는, 못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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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민주화 훈장' 떼지 않고는, 못 바꾼다"

[기고] 민주당은 왜 졌으며, 무엇을 버려야 하는가 下

왜 민주당에는 '이준석'이 없는가?

지난 2012년 4 · 11 총선 때 새누리당은 '이자스민'이라는 필리핀 출신의 귀화자를 국회의원 후보로 캐스팅했다. 얼마나 기발한가? 진보당이 내세웠어야 할 후보가 아닌가? 이자스민 의원이 이주노동자나 귀화자 등 사회적 소수를 대변할 것인가에 대해 일말의 기대도 없다. 일회적 선거전술에 불과하다. 하지만 왜 배우지 않는가? 그들은 '계급정당'이라는 본질에 가장 충실하면서도, 끊임없이 '국민정당'을 표방하고 있지 않는가?

우리나라 보수당은 지금까지 '자유' 또는 '국민'이라는 단어에 집착하였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들은 진영논리에서 벗어났다. '한나라당'이 그것이며, '새누리당'은 버젼 2.0이다. 스윙보터들은 '새누리당'을 MB로부터 독립한 '박근혜의 새로운 정당'으로 인식하였다. 그리고 새누리당은 총선을 승리하였다. 이제 '박근혜'를 비웃지 말고, 배울 점을 찾아야 한다.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결정되면 다시 안철수와 단일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예정되던 2012년 가을 경, 왜 똑같이 경선하지 않느냐면서 안철수를 못마땅해 했던 어느 민주당 관계자가 안철수 후보를 향해 이렇게 외쳤다. "우리가 민주화 운동할 때 당신은 무엇을 하였는가?"

바로 이것이 민주당의 오만(傲慢)이다. 1970~1980년대 민주화운동가들의 역할로 지금의 민주주의가 초석을 이루었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과거의 민주화 훈장'만으로 '미래'까지 당연히 독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것은 '반민주 프레임'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선거는 '과거'가 아닌 '미래'를 도모하는 것이기에 그렇다. 쉽게 말해서 스윙보터들의 관심사는 '누구를 뽑아야 내가 잘 살 수 있을까?'이기 때문에, 그의 민주화운동 경력은 표를 던질 아무런 기준이 못되는 것이다.

4 · 11 총선을 준비하던 시절, 박근혜가 캐스팅한 이준석 비대위원이 연일 박근혜와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왜 민주당은 이런 이벤트를 만들지 못했을까? 당시 민주당은 부랴부랴 오디션 방식에 의한 청년후보를 뽑았지만, 어느 누구도 이준석만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민주 대 반민주' 프레임은 '선(善)과 악(惡)'의 구도여서 지금껏 '절대악(絶對惡)'과 싸워온 선배를 감히 신참이 비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정희, 전두환 때 물고문 당하고 징역살던 선배한테 감히 신참이 무엇을 비판할 수 있겠는가?

안철수라면, 이겼을까?

▲ 무엇보다도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안철수에게는 '종북 프레임'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대선이 끝나고 '안철수로 단일화 되었다면 이겼을 것이다'라는 공방이 이어졌다. 좋다. 그렇다고 치자. 지금 중요한 것은 '그 이유가 무엇인가?'이다. 민주당 후보의 경제 이슈는 '반민주 프레임'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하위 쟁점이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에게는 '반민주 프레임'이라는 구태의연한 이미지가 없다. 따라서 안철수 후보가 제시하는 이슈는 새로운 시대의 시대정신으로 각인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성공한 CEO' 이미지는 2007년 스윙보터를 매혹시켰던 것처럼 '진보진영의 이명박'이 될 수 있었다. 더구나 지금까지의 개인사로부터 반추되는 합리주의는 그 이미지를 더욱 빛나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안철수에게는 '종북 프레임'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가 수시로 북한의 3대 세습, 반민주주의와 반인권적 행태 및 경제실패를 비판해 왔기 때문이다. 북한정부의 문제점을 비판한다고 하여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안철수 후보의 태도는 지극히 정당하다. 그런데 위와 같은 사실을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은 몰랐던 모양이다. '단일화를 위한 TV 토론'에서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후보에게 '새누리당과 무엇이 다르냐?'고 공격을 하였다. 어쩌면 노무현과 단일화를 했던 정몽준 정도로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한심할 뿐이다.

민주당은 과거 햇볕정책의 공(功)보다는 과(過)가 없는지 더 살펴봐야 한다. 북한정부의 문제점을 더 열성적으로 비판해야 한다. 그래서 자신에게 덧씌워진 종북(從北)이라는 마타도어를 벗겨내야 한다. 북한정부의 문제점을 비판한다고 하여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한반도 북쪽보다도 '한반도 동쪽'을 먼저 껴안아야 한다.

이정희 후보와 통합진보당에 대해 선을 그어야 한다. 그들이 재벌을 비판하고 노동자와 농민의 삶을 이야기할 때는 동지(同志)로 비쳐진다. 하지만 이미 '부정경선'으로 진보진영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깨끗함'을 잃었다. 더구나 북한의 3대 세습, 반민주주의와 반인권적 행태 및 경제실패를 비판하지 못하는 정치집단이라면, 결코 연대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3대 세습과 반인권을 비판하지 못하면서 MB와 박근혜의 반민주주의를 비판하는 이중적 모순을 유권자들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코리아연방'이라는 플래카드의 이정희 후보는 스윙보터들의 눈에 '2013년 대한민국의 유권자들을 설득하려는 정치집단'이 아니라, '북한의 대외적 행보를 지원하는 집단'으로 비친다. 2013년 대한민국의 유권자들은 세계적 불황, 경제위기, 비정규직, 내 집 마련, 아이들 교육 등 무수히 많은 문제들과 싸우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그들에게 과연 '코리아연방'이라는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올까?

'올드'한 민주와 진보를 버리고 '복지'라는 단어를 선점하라

그런데 대선에서 패배하고도 왜 졌는지 모르는 민주당은 안철수에게 민주당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그래서는 안 된다. 만약 안철수가 민주당으로 들어가면, 지금의 '반민주 프레임'과 '종북 프레임'이 유지될 수밖에 없고, 결국 2017년 김문수에게 또 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당명을 버리고 완전히 해체한 후 새로운 이념적 프레임의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분명 대선 과정에서 꽤 많은 이미지가 소모되었다. 그러함에도 그를 대체할 사람을 찾기 어렵다.

그는 민주당을 해체하고 향후 50년을 이끌어갈 진보진영의 정당을 꾸려야 한다. 왜냐하면 안철수는, 6 · 25 전쟁 이후 60년 동안 우리 정치를 지배했던 '반민주 프레임'과 '종북 프레임'이라는 구체제로부터 '자유로운 자'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가 민주화 운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 가치를 존중할 거라고 신뢰를 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잘 살게 해 줄 것 같아서'이다.

여기에 노회찬과 심상정의 진보정의당도 들어가야 한다. 대선후보를 내지 못하는 불임정당을 언제까지 할 생각인가? 지금의 민주당이 우파(右派)를 맡고, 진보정의당이 좌파(左派)가 되는 정치구도가 대한민국의 발전에 도움이 될 테지만, 과연 '새누리당'이라는 정치그룹이 사라질까? 그럼 진보정의당은 언제까지 후보를 사퇴할 것인가? 새로운 정당으로 들어가서 그 정당을 장악하라. 도대체 그 정당도 장악하지 못하고 어떻게 정권을 접수하겠다는 것인가? 안타깝게도 조봉암 先生의 '진보당'이라는 이름은 이정희와 이석기의 통합진보당 때문에 더럽혀졌고, 진부(陳腐)해졌다. 2013년 대한민국에, '진보'라는 단어는 '민주'라는 단어만큼 신선하지 않으며, 올드(old)하다.

굳이 스웨덴의 에른스트 비그포르스(Ernst Wigforss)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시대의 화두(話頭)는 당연히 '복지'다. 더구나 이번 선거에서 최고의 키워드가 단연 '복지'였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경제민주화가 최고의 이슈였던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경제민주화'는 '복지'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하위개념인 '경제민주화'가 장기적 전략이 될 수 없다. 보수당이 이 단어를 변질시키기 전에 선점해야 한다.

박정희 참배 거부한 문재인의 '적대적 정치'

'반민주 프레임'을 버리는 것은 '적대적 전선'(敵對的 戰線)을 청산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반민주 프레임'과 보수당의 '종북 프레임'은 서로를 절대악(絶對惡)으로 규정하는 적대적 전선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지영의 '나치시대'는 '반민주 프레임'으로의 회귀이다. 이제는 '화해와 통합'을 자신의 이념적 프레임으로 제시한 정치집단이 스윙보터를 획득할 것이다.

문재인 후보가 국립묘지에서 박정희를 참배하지 않은 것은 큰 실수였다. '반민주 프레임'에 갇힌 탓이었다. 당시 박정희의 포지티브 이슈에 공감하는 상당수 스윙보터들은 문재인을, 한 나라를 이끌기에는 편협한 소인배로 보았다. 이제 설령 문재인이 전투적 이미지를 바꾸려고 해도 그 낙인효과를 개선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마치 유시민이 그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대중정치인으로서의 자기확장력(自己擴張力)을 거세당한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자기를 낮추며 상대를 배려하는 예(禮)를 중시하는 문화 속에서 자라왔다. 그리고 지도자라면 모두를 아우르는 '덕(德)'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우리 유권자들의 사고의 패러다임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영을 선택하지 않은 스윙보터들은, TV 토론에서 이정희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게 던진 말들이 설령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그 전투적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보다 더 직설적인 화법의 문화를 가진 미국에서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번 미국 대선 TV 토론에서 미트 롬니(Mitt Romney)가 자신의 공약을 종전과 다르게 이야기 하자, 버락 오바마(Barack Obama)는 흥분하지 않고 입가에 미소를 띠우며 이렇게 이야기 했다. "여기 있는 롬니는 진짜 롬니가 아닙니다." 얼마나 매력적인가? 제발 배웠으면 한다.

보수당 지지자가 아니더라도 상당수 스윙보터들 중에서 노무현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왜 그럴까? 손호철 교수가 지적했듯이 그의 '전투적 언행'이 불필요한 분열과 대립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그 후 비극적으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고인에게 예를 갖추는 우리의 관습으로 그 단점이 정확히 평가되지 않았다. 그의 감상적이고 극단적인 말과 행동들은 자파를 강화시키지만 상대적으로 반대파도 강화시키며, 중간에 있는 스윙보터의 미간을 찌푸리게 하였다. 이제는 '통합과 화해'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설령 '적(敵)들이 여전하더라도' 그렇다.

최근 문재인의 '역할론'이 회자되는데, 거기까지이다. 그 이상은 안 된다. 왜냐하면 패장(敗將)이기 때문이다. 만약 문재인이 재기(再起)를 시도하려면, '반민주 프레임'과 '종북 프레임'이라는 구시대의 패러다임을 해체하고 새로운 프레임을 제창하여야 한다. 그리고 어깨에 찍힌 '전투적 이미지'의 낙인을 힘겹게 지워내야 한다.

민주당, 박근혜를 찍은 사람들을 만나라

민주당은 대대적으로 선거에 대한 평가를 하여야 한다. 탁상공론이 아니라 '반대자(反對者)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해야 한다. 박근혜 후보에게 표를 던진 사람에게 '민주당을 왜 싫어하는지', '왜 박근혜 후보를 찍었는지', '왜 민주당이 종북이라고 생각하는지', '선별복지가 왜 맞다고 생각하는지', '만약 문재인이 아니라 안철수였다면 표를 찍었을지', '찍는다면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그 결과를 통해서 민주당의 미래를 계획해야 한다.

이것은 지난 4 · 11 총선이 끝나자마자 했어야 했다. 그런데 '경상도는 새누리당이니까 당연해'라는 생각이 지금의 결과를 낳은 것이다. '경상도는 새누리당'이 왜 당연한가? 문재인이 경상도 사람인데? DJ-YS 시절의 지역갈등을 2013년의 분석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

모니카 르윈스키(Monica Lewinsky)와의 섹스스캔들이 세상을 시끄럽게 할 때 미국 민주당 지지자들은 공화당과 FBI가 클린턴을 모략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사실로 들어날 때조차도 대다수의 민주당 지지자들은 '르윈스키가 먼저 클린턴을 유혹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실제로 네커티브 공격은 반대파를 균열시키지 못 한다. 심지어 스윙보터들에게는 공격하는 쪽도 똑같이 짜증스럽다.

하더라도 '연기 나는 총'(smoking gun)이 있을 때에만 해야 한다. '네거티브'는 논란이 되면 실패한 것이다. 쟁론의 여지없이 명백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 '국정원 여직원 사건'이다. 바로 같은 날 선관위가 '십알단'을 검찰에 고발했다. '십알단'에 대해서는 명백한 증거가 있었고 그래서 검찰에 고발까지 했던 것이다. 그런데 증거도 부실한 국정원 여직원 사건이 언론을 도배했으며, 거꾸로 여자를 감금했다는 데마고기에 직면했다. 이것에 대해 언론이 우리 편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변명한다면, 아직도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것이다. 핵심은 '증거가 없는 사건'으로 '결정적 증거가 있는 사건'을 자기 스스로 묻어버렸다는 것이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60년 정통야당 역사 빼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바꾸어야 할 것이 '60년 정통야당 역사'이다. 그 '민주화 훈장'을 떼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한다. 그 이유야 어쨌든, 보수당은 공화당-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의 계보를 끊임없이 단절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이려 했다는 사실을 주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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