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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대 반민주' 프레임을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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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민주 대 반민주' 프레임을 버려라"

[기고] 민주당은 왜 졌으며, 무엇을 버려야 하는가 上

대한민국 18대선의 결과, 민주당의 패배로 여기저기서 '멘붕'을 호소한다. 심지어 공지영은 '나치시대의 지식인' 운운했다. 인식(認識)의 과장(誇張)이며, 감상(感傷)의 과잉(過剩)이다. 오히려 이번의 패배는 스스로의 오류를 수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다만 날카롭고 정확한 평가가 절실하다. 왜냐하면 싸움에 이긴 쪽은 심지어 단점마저도 승리의 원인으로 과장하는 반면, 진 쪽에서는 모든 단점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이에나의 이빨처럼 엉터리 비판과 평가도 내동그라진 시체를 물어뜯으며 낭자한 피의 향연(饗宴)을 거든다.

혹자는 '민주당이 언제 한 번 48%의 지지를 받아 본 적이 있느냐'면서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냉혹한 평가와 반성이 없는 희망은 무책임일 뿐이다. 도대체 선거에서 49.9%가 무슨 의미를 가지는가? 오직 50.1%만이 미래를 도모할 수 있을 뿐이다.

혹자는 18대 대선패배의 원인을 민주당이 좌클릭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안철수로 단일화했다면 도저히 민주당으로 올 수 없는 중도그룹을 얻을 수 있었을 거라고 회고한다. 더불어 진보진영과의 연대보다는 합리적 보수로 우클릭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보수당의 후보마저도 '경제민주화'를 말할 정도로 우리의 선거판 전체가 좌경화한 마당에 민주당의 패배가 좌클릭 때문인지 묻고 싶다.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좌'와 '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과연 '박정희'는 네거티브 이슈인가?

민주당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민주당이 무능하다고 하며 또한 오만하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면에서 무능(無能)하고 어떤 면에서 오만(傲慢)한 것일까? 답을 먼저 말하면 민주당과 진보진영의 시대인식이 1987년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무능(無能)한 것이며, 그들이 과거의 민주화 훈장으로 미래까지 독점하려고 하기 때문에 오만(傲慢)한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과거사 논쟁을 먼저 일으켰던 것은 민주당이다. 그러나 이것은 착각이다. 과연 '박정희'가 네거티브 이슈인가? '박정희'는 엄청난 위력의 포지티브 이슈를 가지고 있다. 경제개발의 업적을 이루어 냈다는 점과 북한이라는 현실적 위협으로부터 안보를 지켜 냈다는 점이다. 박정희가 민주주의를 압살했고 총칼로 권력을 유지했으며, 그의 경제개발이 철저한 노동착취에 의한 반노동적 결과였다고 하더라도 박정희의 경제개발과 북한의 위협은 팩트(Fact)다. 박정희는 여러 방향에서 극단적으로 평가되는 복잡한 인물이다. 문제는 왜 선거판에서 역사논쟁을 하는가이다. 어리석기 그지없다.

선거는 본질적으로 스윙보터를 획득하는 게임이다. 즉 선거에서 이기려면 스윙보터를 매료시키고, 반대파로 하여금 종전에 가지고 있던 자신의 선입견에 의심을 품게 해야 한다. 그런데 '박정희'는 오직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의 시각에서만 네거티브 이슈이다. 즉 '박정희'가 가지는 포지티브 이슈는 스윙보터를 보수파 쪽으로 밀어내는 효과를 발휘하였다.

"지금의 민주주의가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생명'으로 이루어졌다"는 조국 교수의 찬조연설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에게 표를 던질 지지자만이 감동을 받는다. 스윙보터와 반대파 속으로의 확장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그럴까?

안타깝게도 스윙보터는 '민주주의'라는 정치적 이슈에 관심이 없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Stupid! The Problem is Economy.)"는 빌 클린턴(Bill Clinton)을 백악관에 입성시킨 미국 민주당의 캐치프레이즈이며, 이 말은 2013년 대한민국의 민주당과 진보진영이 꼭 들어야 할 말이다. "바보야(Stupid!)"
▲ '박정희'는 오직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의 시각에서만 네거티브 이슈이다. 즉 '박정희'가 가지는 포지티브 이슈는 스윙보우터를 보수파 쪽으로 밀어내는 효과를 발휘하였다.ⓒ연합뉴스


왜 스윙보터들은 정치적 이슈에 관심이 없을까? 스윙보터는 '진영'을 선택하지 않은 자들이며, 이른바 '진영(陣營)'이라는 것은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윙보터들은 왜 진영을 선택하지 않을까? 스윙보터가 진영을 선택하지 않는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구별할 수 없어서'(undistinguishable)이다. 스윙보터에게 두 개의 정치집단은 모두, 단지 '지배자(支配者)'일 뿐이다. 예전에 노무현을 찍었다가 이번에 박근혜를 찍었다는 전북 출신의 우리 건물 수위에게 "그래도 민주당이 낫지 않나요?"라고 했더니,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그 놈이 그 놈이죠. 뭐."

민주당이 새로운 정치를 꿈꾼다면, 이제는 대중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철저하게 그들의 삶에 영합(迎合)해야 한다. 그리고 마치 여인(女人)을 유혹하듯, 그들을 매료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민주당은 '민주 대 반민주' 프레임을 버려야 한다.

MB를 비판하면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찍을까?

버락 오바마(Barack Obama)는 공화당이 요구한 감세정책을 받아들임으로써 보수층의 지지까지 얻으려 했으나, 지지자의 이탈과 지지율의 하락이라는 쓴 맛을 보았다. 이것과 관련하여 '중도전략의 핵심은 자기의 언어로 말하라는 것'이라는 조지 레이코프의 이론이 조명을 받았다. 이 이론을 그대로 따른다면 '박근혜의 경제민주화 전략'은 실패한 전략이 될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가? '경제민주화'는 좌파(左派)의 언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민주당과 진보진영의 착각이다. 스윙보터에게 있어서 '경제민주화'라는 단어는, 대한민국 유권자들에게 가장 익숙한 선거이슈인 '민생(民生)'의 또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

박근혜 후보는 이미 4 · 11 총선 때부터 김종인을 스카웃하고 경제민주화, 반값등록금, 선별복지 등의 경제이슈를 선점했으며, 그 힘으로 총선을 승리했다. 게임의 승패는 그때 이미 결정되어 버렸다. 당시 총선에서 민주당과 진보진영의 전략은 '정권 심판론'이었다. 전형적인 네거티브 전략이다. 그런데 4 · 11 총선 이후 민주당과 진보진영은 왜 졌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랬기 때문에 같은 이유로 대선에서 또 졌다. MB를 비판하면, 유권자들이 과연 민주당을 찍을까?

만일 MB가 재선(再選)을 시도하는 선거였다면, MB에 대한 네거티브는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 MB에 대한 비판이 곧 반대당에게 표를 던지게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식 중임제가 아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MB를 아주 싫어하는 박근혜 지지자를 흔히 볼 수 있다. 'MB는 바깥주인이고 박근혜는 안주인'이라고 아무리 강변하더라도, 스윙보터들은 박근혜가 당선되면 이명박 정부와 '다른 정부'라고 인식한다.

선거는 광고, '복지논쟁'은 아마추어리즘의 징표였다

만일 '정권심판론을 주장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경제이슈와 정책을 선전하였다'라고 변명한다면, 아직도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선거는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설득하는 것도 아니다. 선거는 사로잡는 것이다. 매혹(魅惑)하는 것이다. 그래서 선거는 광고(廣告)와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슈를 나열해서는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을 가장 강렬하게 전면에 내걸어야 한다. 민주당의 경제 이슈는 '반민주 프레임'과 '정권 심판론'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하위 쟁점이었다.

바둑 격언에 '손 따라 두면 진다'는 말이 있다. 상대의 주문대로 일일이 따라 두다 보면 대세에 뒤져 이길 수가 없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경제민주화, 반값등록금, 선별복지 등 박근혜 캠프가 선도한 쟁점을 쫓아가며 정책을 설명했다.

'반값등록금'은 전형적인 보수당의 정책이다.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한 반값인가? 물가상승 등등 갖은 이유로 그 기준을 올린다면 도대체 '반값'은 얼마인가? 민주당은 '유럽식 후불제 등록금'을 자신의 슬로건으로 내세웠어야 한다. 민주당이 정책으로 입안한 재원마련 시스템이면 점진적으로 '후불제 등록금'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선별복지'는 대단히 교묘한 '데마고기(demagogy)'다. 그런데도 왜 '선별복지'가 승리했을까? 그것은 '보편복지'가 '선별복지'보다 더 많은 재정이 소요될 것이라고 판단한 스윙보터들이 '증세불안'을 느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이유로 '박근혜=점진적 개혁' vs '문재인=급진적 개혁'이라고 스윙보터들이 인식한 것이다.

박근혜 캠프가 선별복지를 이야기할 때, '보편복지가 어떻고 선별복지가 어떻다는 둥'의 '복지논쟁'을 했던 것이 아마추어리즘의 징표다. "서민은 그대로, 이건희는 75%"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웠어야 한다. '75% 소득세'는 프랑수아 올랑드(François Hollande)를 2012년 5월 프랑스 엘리제궁에 입성시킨 슬로건이다.

☞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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