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이날 회의에서 "공정 경제는 경제에서 민주주의를 이루는 일"이라며 "과정에서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고, 결과로써 성장의 과실을 정당하게 나누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총 4차례 쓰며 강조했다. '재벌 개혁'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공정 경제를 추진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됐지만, 경제 성장 과정에서 공정을 잃고 성장할수록 부의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점을 꼽았다. "공정 경제로 경제 민주주의를 이루는 일은 서민과 골목 상권,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함께 잘살고자 하는 일"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 '협력 이익 공유제' 당부…한국당 "반시장적 발상"
문 대통령은 그간 정부가 추진한 '공정 경제' 정책의 성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기술 탈취 조사 시효 연장(3년→7년), '일감 몰아주기' 대기업 적발, 상가 임차인의 계약 갱신 기간 연장(5년→10년) 등을 꼽았다. 문 대통령은 "계열사에 서로 투자하면서 지배를 독점하던 순환출자 고리도 90%가 해소됐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아직 공정 경제가 제도화되고 경제 민주주의가 정착되기까지 갈 길이 멀다"며 "지난 5일 처음 열린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에서 상법 등 공정 경제 관련 법안 개정에 여야정이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한 만큼, 정기국회에서 법안들이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이 국회에 처리를 당부한 공정 경제 관련법은 '주주 이익 보호와 경영진 감시 시스템 마련(상법), 가맹점과 대리점의 단체 구성과 교섭력 강화법(가맹사업법, 대리점법), 협력 이익 공유제와 생계형 적합 업종 지정 제도(상생협력법) 등 13개다. 자유한국당의 협조가 관건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협력 이익 공유제'가 "반(反)시장적 발상"이라고 반대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연합회 회장 또한 전날 '협력 이익 공유제'에 대해 "반(反)시장적인 발상"이라고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손경식 회장은 "지주회사 규제 등을 통해 대기업을 옭아매면 한국 경제의 미래를 개척할 수 없다"며 정부에 '공정 경제' 대신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백종원 대표와 빽다방 점주, '상생 협력 토크'
청와대와 정부는 이날 '공정 경제 전략회의'에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대표들을 '상생 협력을 실천한 대기업' 자격으로 초청했다. 이갑수 이마트 대표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도 '상생 협력' 모범 대표 사례자로서 발표에 나선다. 청와대는 이마트를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납품 단가를 조정해준 모범 사례로, 더본코리아는 빽다방에 대한 가맹금 구입 강제 품목 가격을 낮춰 점주 부담을 덜어준 모범 사례로 꼽았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전략 토의에서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연합회 회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이 참석해 '공정 경제 과제'에 대해 토론한다. 경총 등 대기업 단체들은 가맹점주에게 일종의 '단체 교섭권'을 주자는 법안이나, '협력 이익 공유제' 등에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공정 경제와 관련해 "경제 주체들의 자율적인 경제 활동"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대기업을 향해서는 "공정 경제를 당연한 경제 질서로 인식하고 문화와 관행으로 정착시켜야 하고,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을 대기업의 시혜적인 조치로 생각하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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