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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는 정말 보수화 됐는가?

[김윤태 칼럼]<10>고령화, 50대 보수화, 프레임 전쟁 논리의 오류

대선과 인구학. 전혀 어울리지 않는 주제가 연결되었다. 이번 대선에서 보수 성향의 5060세대 인구가 크게 늘어나고 투표율이 더 높았던 것이 승부를 결정했다는 인구학적 분석이 부상했다. 민주당의 선거전략에서도 인구 변화는 지배담론이 되었다. 민주당은 투표율이 70%를 넘으면 승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이는 인구구조의 변화를 간과한 오류로 판명되었다.

고령화가 선거를 결정할 것인가?

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대선의 2030 세대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의 38.2%, 50대 이상 중장년층은 39.9%였다. 10년 전 16대 대선에서는 30대 이하가 48.3%, 50대 이상이 29.3%였다. 지난 10년간 2030세대 인구 비중이 10%포인트 줄고 5060세대는 10%포인트 늘어났다.
과연 인구 구조의 변화는 선거 전략을 지배할 것인가? 상당수 분석가들은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5060세대의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본다. 앞으로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는 진보 진영이 권력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성급한 예측도 나온다.
2012년 미국 대선에서도 인구학적 분석이 커다란 관심을 끌었다. 많은 선거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이 유색 인종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유색인종이 50퍼센트 가까이 증가하는 인구 구조의 변화로 앞으로 공화당의 집권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주장이 관심을 끌었다. 한 정치평론가는 고령화 속도가 빠른 한국의 민주당도 비슷한 처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말 고령사회가 다가올수록 민주당의 미래는 어두워질까? 아니면 이런 우려는 위험한 패배주의에 불과할까?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뉴시스

만약 고령 세대가 모두 보수화된다면, 가장 고령 인구의 비중이 많은 유럽이 가장 보수적이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가장 젊은 인구가 많으니 가장 진보적이어야 한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고령 인구가 많은 일본은 '초보수사회'가 되어야 한다. 최근 유럽의 보수화, 미국 민주당의 재집권, 일본 자민당의 압승을 보면 인구학적 설명이 힘을 얻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선거를 인구 변화의 결과로만 본다면 지나치게 단순한 해석이다. 그러면 불과 10년 전에 유럽에서 사회민주당이 우세하고, 미국에서 조지 W. 부시의 공화당이 승리하고, 일본에서 민주당 돌풍이 일어난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일반적으로 대다수 나라에서 고령 세대일수록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많고 젊은 세대일수록 진보 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헝가리 사회학자 칼 만하임이 말한대로 연령에 따른 인구통계적 범주와 공통의 역사적 경험이라는 사회문화적 범주는 구분해야 한다. 또한 선거는 세대적 구분 이외에도 계층, 성별, 지역, 종교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한 가지 요소로 환원하여 설명할 수는 없다. 민주화 이후 영남의 20대도 보수정당을 찍고 호남의 60대는 진보정당을 찍는 현상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선거정치의 역동성이 발생하는 이유는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선거에서 5060세대의 인구 비중의 증가보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5060세대의 '보수화'이다.

50대 보수화의 원인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50대의 62.5%가 박근혜 당선인을 지지했다. 박 당선인은 50대에서만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 비해 250만표를 더 얻었다. 50대 투표율이 90%에 이르고, 62.5%가 박근혜 당선인을 지지했다면 주목할 만한 변화로 볼 수 있다. 진보 진영은 '50대의 반란'이라며 놀라는 것도 잘못한 인상기는 아니다. 그러나 연령 효과와 세대 효과는 구분해야 한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그 사람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살았던 20대의 세상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50대는 1955년에서 19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로 불린다. 하지만 이들을 6.25세대와 4.19세대, 486세대처럼 "유사한 특징적 역사적 경험"을 가진 세대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산업화 초기의 궁핍을 겪었지만 부모의 교육열로 계층 상승이동을 경험했다. 이들은 경제성장의 혜택도 많이 받았지만 유신체제와 군사정부의 폭압을 경험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20대 후반 대학을 마친 후 화이트칼라가 되어 1987년 6월 항쟁 당시 '넥타이 부대'가 되었으며, 대선에서 김대중과 노무현을 지지했다.

그러나 그들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얻은 것이 무엇인가? 정리해고와 명예퇴직으로 직장을 떠나 대부분 영세 자영업자가 되었다. 중산층의 자신감이 사라졌다. 날로 소득이 줄어들고 하우스푸어, 렌트푸어가 되면서 불안이 커지고 있다. 50대 대부분은 가장으로 자녀 학자금과 결혼 자금, 가계 대출로 고통을 받고 있다. 50대의 보수화는 경제 불안에서 시작되고 있으며, 진보진영의 정책과 공약이 50대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반면에 박근혜는 재빠르게 '가계대출 해결'과 '70% 중산층'을 내세웠다. 결국 박근혜의 승리는 박정희의 신화를 다시 떠올리게 만들었다. 바로 그들이 박정희 시대에 만들어진 성공 신화의 아이들이었던 것이다. 나폴레옹의 말이 한국에서 실현된 것일까?

그러나 50대의 보수화를 단순히 경제적 불안으로 설명한다면 매우 제한적 분석에 그칠 것이다. 더욱이 민주당의 '좌클릭'이 주요 원인이라고 보는 견해는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지 못하다. 내가 만난 충청도 출신의 한 50대 교수는 "고등학교 동창들이 박근혜를 찍은 이유는 이정희의 텔레비전 토론과 안보 불안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12월 22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도 보수층 결집의 가장 큰 이유로 '텔레비전 토론 이정희 역효과'(31.0%)가 지목되었다.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 논란 등 이념 대결이 작동하면서 50대의 보수화 성향이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적으로 투표하는 50대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경제적 포퓰리즘이 아니라 안보적 포퓰리즘이다.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미국 정치학자 알버트 허쉬만 교수가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반동의 수사학)에서 보수가 승리하는 전략으로 역효과 명제, 무용 명제, 위험 명제를 지적했다. 보수주의자들은 진보의 개혁이 정반대의 결과를 만들 것이고, 그래봐야 기존체제는 바뀌지 않을 것이며, 그렇게 되면 자유와 민주주의가 위태롭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진보의 주장이 위험하다고 공포를 심어주는 전략은 보수의 대표적 전략이다. 이는 안보 포퓰리즘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50대의 투표 동기를 살펴보면 사회경제적 정책에서 뚜렷하게 보수적 방향으로 선회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앞에서 지적한 대로 민주당의 좌클릭이 문제가 아니라 새누리당의 중도화 전략이 문제이다. 박근혜 후보가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등 진보진영의 의제를 수용하면서 보수와 진보 사이의 사회경제적 정책 차이가 희미해지자 이념, 안보, 종북 논쟁이 더 부각되었다. 이정희 후보의 말투와 SNS의 표현이 보수층을 자극하여 투표장으로 이끌었다. 어쩌면 이들은 한국의 불안한 중산층을 대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들이 생각하는 안보에 대한 위기감은 상당수 중산층이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 50대의 보수화는 본질적으로 경제적 보수주의가 아니라 문화적 보수주의이다. 2030세대에 익숙한 SNS 문화에 대한 강한 거부감도 5060세대에 영향을 주었다. SNS에서 거리낌 없이 의사표현을 하는 2030세대와 달리 권위주의 체제에 살았던 50대 이상은 나꼼수의 욕설과 '거친 막말'에 감정적으로 불편했다. 이는 마치 1990년대 미국의 신보수층이 젊은 68세대의 성적 해방과 자유주의 문화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것과 유사하다. 한국의 진보세력은 박정희를 '독재자의 딸'이라고 비아냥대며 조롱했지만, 오히려 50대는 그들의 주장보다 조야한 표현 방식을 거북하게 느꼈다.

이런 점에서 보면 50대 보수화가 문제가 아니라 50대의 관점과 민주당의 전략의 불일치가 문제이다. 경제와 안보의 의제 설정에서 중도층을 장악하지 못한 민주당은 '세대 전쟁'과 '과거사 전쟁'에 화력을 집중했다. SNS를 이용하며 2030세대의 투표를 독려하는 반면 50대 이상 '꼰대'들을 조롱했다. 미래 지향적 공약과 포용의 전략보다 네가티브 공격과 막말 공세가 부각되었다. 결국 '50대 보수화'는 실체가 없는 가정에 불과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50대 세대와 의식과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민주당의 전략적 오류이다.

민주당, 무엇을 잘못 했는가?

미국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의 '프레임 전쟁'은 한국 선거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그는 선거에서 사용하는 의제, 정책, 용어가 프레임을 형성하는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레이코프는 "진보주의자들이 많은 표를 얻기 위해서 오른 쪽으로 이동하는 것은 오류"라고 믿었다. 진보주의자들이 오른쪽으로 이동할수록 우파의 가치를 활성화하고 자신들 고유의 가치를 포기하여 자신의 정치적 지지자들을 소외시킨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치에서도 레이코프의 프레임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었다.

선거운동 초반 새누리당이 제시한 '박정희 대 노무현'의 프레임을 민주당이 따라갔다. '독재자의 딸'이라는 구도에 너무 자신감을 가졌던 것이다. 반면에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정부는 총체적 성공'이라는 자평을 내놓았다. 그러나 곧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심판론'으로 선거 구호를 바꾸었다. 이명박 정부의 인기가 바닥을 치고 있으니 그럴 만 했다. 그러나 이미 유권자의 상당수는 박근혜와 이명박을 동일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리 민주당이 유행 지난 방법으로 '이명박근혜'라는 용어를 만들어도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당의 구호가 오락가락하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메시지의 일관성을 상실했다.

'프레임 전쟁'에서 중요한 요소는 자신의 지지자에게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잡으면 무엇을 할 것인지 미래의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선거에서 더 중요한 것은 프레임이 아니라 플랜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이 막판에 올인한 '정권교체론'은 무력한 플랜이었다. 총선은 '회고 투표', 대선은 '전망 투표'라는 상식에 벗어나 민주당의 선거 전략은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호소하는 과거사 논쟁과 정권교체론에 철저하게 매달렸다. 오히려 박근혜는 '시대교체론'로 맞섰다. 아무리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에 대한 지지가 높아도 미래의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선거에서 이기기는 어렵다는 원칙이 그대로 확인되었다. 민주당의 공약과 정책은 미래의 전망을 분명하게 보여주지 못했다. 복지국가도 경제민주화도 구호만 요란했지 국가의 새로운 비전으로 부각되지 못했다.

선거에서 미래의 플랜이 중요하다는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과거와 미래의 대결을 고려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은 '안철수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새로운 정치개혁을 원하는 지지자를 외면한 채 후보 단일화라는 정치게임에 매달렸다. 안철수의 후보 사퇴로 문재인은 큰 이익을 얻었지만 새로운 정치의 가치는 거의 사라졌다. 민주당이 기득권을 과감하게 버리고 국민의 호응을 받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면 단일화는 전혀 다른 방향을 전개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1919년 독일의 진보적 학생 단체의 초청으로 뮌헨 대학에서 강연한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정치란 열정과 균형적 판단 둘 다를 가지고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구멍 뚫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만약 이 세상에서 몇 번이고 되풀이하면서도 불가능한 것을 잡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아마 가능한 것마저도 성취하지 못했을 거라는 말은 전적으로 옳고 모든 역사적 경험에 의해 증명된 사실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제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의 앞날을 위해 똑같은 말을 전해주고 싶다.

민주당은 2번 대선에서 패배했다. 지금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과제를 위해 다시 도전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번 대선 결과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점이다. 민주당의 가장 심각한 도전은 새로운 전략의 문제이다. 2017년 다음 선거에 대비하기 위해서 정당의 조직과 이데올로기를 새롭게 강화해야 한다. 제도권 언론사만 탓하지 말자. 풀뿌리 조직을 만들어 대중과 소통하고 자신의 가치와 정책을 적극적으로 전파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풀푸리 조직과 리더십을 대대적으로 개혁하고 새롭고 정교한 정치 이념을 제시해야 한다.

먼저, 정당의 풀뿌리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 민주당의 조직은 2007년 대선 이후 심각하게 취약해졌으며 수도권의 조직적 기반도 매우 약화되었다. 아무리 공중전, 사이버전이 벌어져도 선거 결과는 지상전에서 움직일 수 있는 조직 역량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무엇보다도 당내 모든 계파와 파벌을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는 개혁적 리더십을 선출해야 한다. 기층 당 조직을 강화하고 공천제도의 민주화를 추진해야 한다. 이름뿐인 민주당 연구소를 개혁하고 정책 생산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민주당 주위에 새로운 다양한 시민사회조직, 온라인 조직, 싱크탱크가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동시에 민주당의 정치 이념을 재구성하려는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 보수진영이 내세우는 자유시장, 경쟁, 안보에 맞서 일관성이 있는 정치 이념을 제시해야 한다. 진보진영의 주장한 연대, 통합, 공동체라는 거대담론을 넘어 구체적 정책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민생 의제를 강조해야 하며 정교한 조세정책과 복지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어느 정당도 체계적인 이념과 정책이 없다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 만약 운 좋게 승리한다 해도 이는 결국 정치적 재앙이 될 뿐이다. 지난 선거에서 제대로 된 계획 없이 집권했다가 실패한 과거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새로운 출발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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