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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복지센터 노동자들, 파업에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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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복지센터 노동자들, 파업에 나서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한 명이 90명 정신질환 상담…고용 불안은 기본

우리 사회에서 정신질환은 다소 생소한 질환이다.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 뉴스에서 과장스럽게 표현되어,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린 정신질환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떠오르는 질환들이 물론 있다. 아이들의 '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ADHD: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를 시작으로, 몇 년 전부터는 연예인들이 고백하듯 말하는 공황장애나 우울증이 정신질환의 대표주자(?)가 되기도 한다.

흔하지만 생소한 정신건강 문제

우리나라에서 성인 4명 중 1명이 겪을 정도로 정신질환은 흔한 질병이다. 하지만 아직 한국 사회에서 정신질환은 생소하고 혐오스런 질환으로 낙인이 찍힌다. 결국 사회 환경이 문제이다. 나약한 사람이 걸리는 병, 동정을 불러일으키려는 관심병, 뭔가 개인에게 문제가 있으니 그런 병에 걸리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정신건강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항상 마음에 걸리는 일이다.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정신과 질환은 약물의 도움으로 대게 호전된다. 그러나, 병원에 찾아가기가 아직도 어렵다. 살면서 해보지 못한 생소한 경험들이어서 당사자나 가족들이 질환으로 인한 사실들을 스스로 알아내기 어려운 특성도 있다.

당연히 정신질환도 여느 질환과 마찬가지로 초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지만, 한국의 사회 환경이 초기 치료를 방해한다. 한국에서는 해외보다 '정신증 미치료 기간(DUP : Duration of Untreated Psychosis)'이 두 배 이상이다. 개인이나 가족들이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고 병을 키운 뒤에 병원을 찾는 것이다. 힘들게 입원 치료라도 받고 난 후 집으로 돌아와도, 관리를 잘 하지 못해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중증정신질환은 정신장애인으로 등록해 복지서비스를 받아야 함에도, 여타 장애와는 달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어느 정신과 전문의의 인터뷰처럼 이는 '아픈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일이다. 심지어 오랫동안 지역 사회 정신건강사업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전문의조차도 '너그러운 무관심'이 필요하다고 표현할 만큼, 중증정신질환, 정신건강에 대한 일부 사람들의 태도는 공격적이다.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일하는'사람'들

다행히 국민의 정신건강을 국가가 챙겨야 한다는 필요성이 설득력을 얻어, 오래전부터 서울지역 25개 구에서 정신건강복지센터(구 정신보건센터, 이하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치료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집에서도 일상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직이다.

▲ 서울지역 정신건강복지시설 개소 현황.

주민들의 정신건강 관리는 보건과 복지를 넘나드는 사업의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이에 각 지자체 보건소는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정신건강사업을 주관한다. 이 센터를 통해 중증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도 병원이 아닌 곳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고, 정신건강 관리가 지역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도 인식하게 되었다. 센터가 점차 지역 사회 정신건강을 주도하는 기관으로 자리잡아가는 모양새이다.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는 사회복지사, 간호사, 임상심리사 등이 일한다. 비상근으로 근무하는 정신과전문의까지 포함하면 꽤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근무하는 인력 구조다. 이들 대부분은 정신과적 질환을 다루기 위해 '정신건강전문요원' 국가 자격까지 취득하고,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으로 힘든 사람들과 만나 전문적인 상담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직률이 높다. 예산 부족과 불안정한 고용 형태 때문이다. 우선 기본적인 급여 기준이 매년 달라지거나, 동결되기도 한다.

고용 구조도 불안정하다. 민간 위탁을 받은 병원에 소속된 것도, 민간 위탁을 준 보건소에 소속된것도 아니다. 민간 위탁을 준 병원에 근무하는 센터장이 개인 명의로 계약한 비정규직 상태로 20여 년간 근무해 왔다. 위탁기관이나 운영 방식이 변경되면, 직원들의 고용 승계가 보장되지 않는다.

그래서 서울시와 자치구가 5:5로 매칭하는 사업 예산이 줄어들면, 조금이라도 오래 일한 숙련된 사람들이 먼저 눈치를 보게 되고, 지자체와 위탁기관 중간에 서 있는 센터장은 책임을 지고 해결하기도 어려운 구조이다.

여기에 정신건강 관련 사업들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근무자들이 아동기 정신질환, 알코올 문제, 자살 상담까지 책임지게 되면서, 사례 관리자 1명이 60~90여 명을 담당하는 지경이다. 열정으로 일하다가도 결국 소진(burn-out)을 경험한다. 20, 30대 여성 1명이 상담을 진행하기에 심리적, 신체적인 위험성에 노출되는 상황도 생긴다. 이직할 수밖에 없는 '부당한 일'들이 반복되는 작업장이다.

그래서 '부당한 일'들을 '부당하다!'고 이야기하기 위해, '사람'들은 지금의 보건의료노동조합 서울시정신보건지부를 결성했다. 제발 안정적인 일터에서 근무하게 해달라며 노동자들과의 최소한의 약속인 단체협약을 만들어 요구했지만, 서울시와 지자체, 그리고 센터장들도 모두 책임질 수 없다 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해서 이 부당함을 알렸고, 단체행동권을 인정받아 파업에 돌입했다. 2016년 10월 4일부터 51일간 단식, 노숙 등 300여명이 파업을 하며 요구한 것은 고용안정을 통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정상화가 전부였다.

▲ 파업을 벌이는 정신건강복지센터 노동자들 ⓒ보건의료노동조합 서울시정신보건지부

상황은 아직도 개선되지 않았다. 고용 안정을 요구했던 '사람'들에게, 직영으로 변환하겠다고 통보하고서는 두 달간 문을 닫아버려 노동자들을 이직하게 만들었다. 상시지속적인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7시간을 근무하는 시간선택제로 변환하여 자진 퇴사를 유도했다. 그나마도 일터를 지켜 일하겠다는 사람 중에서 면접에서 탈락시키는 등의 비상식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지자체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정신건강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게 사람과의 관계이다. 아직도 공무원들은 20년 동안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사람'들이 어떻게 일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사람'들은, 국가의 공공의 정규직화, 서울의 노동존중특별시 같은 캠페인 문구가 무색할 만큼 언제 계약이 해지되어 해고될지 모르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일하는 사람이 행복해야 서비스 질도 향상

하지만, 노동자들은 국가 정신건강시스템의 불합리함과 비상식을 지적하는데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결국 아무도 국민의 정신건강을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 담당선생님은 너무 바빠요. 또 바뀌었어요."

이제 이런 말에 어떻게 상담해야 할까. 대인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서비스의 질이 향상된다는 이야기는 이제 상식이다. 고용의 불안 없이 여기서 일하고 싶다. 올해 같은 폭염의 더위에도, 앞으로의 추운 날씨에도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는 정신건강을 위해 일할 것이다.

언제쯤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상식이 정신건강복지센터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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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시민들이 복지국가 만들기에 직접 나서는, '아래로부터의 복지 주체 형성'을 목표로 2012년에 발족한 시민단체입니다. 건강보험 하나로, 사회복지세 도입, 기초연금 강화, 부양의무제 폐지, 지역 복지공동체 형성, 복지국가 촛불 등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칼럼은 열린 시각에서 다양하고 생산적인 복지 논의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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