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10일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차 TV토론회에서도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는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6억 원 및 성북동 집의 세금 문제를 거론하는 등 '박근혜 저격수' 역할에 충실했다.
그러나 박 후보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최저임금을 아느냐"는 이정희 후보의 몰아세우기에 박 후보는 "대선후보 토론에 나와서 스무고개 하듯 '상대가 모르면 골탕 먹여야지' 하는 식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교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숙제 해 왔냐'는 식의 느낌을 받는다"며 직접 불쾌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유력한 후보이면서도 1차 토론회에서는 전혀 존재감을 피력하지 못했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박 후보와 이 후보를 상대로 구체적인 정책 검증에 나섰다.
文 "MB정부 민생 실패에 朴 책임도" vs 朴 "文, 실패한 참여정부 정책 되풀이"
참여정부의 실패가 더 큰가, 이명박 정부의 실패가 더 큰가.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어느 정부의 실패가 더 심각한가,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를 놓고 시작부터 설전을 벌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10일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차 TV토론회. ⓒ연합뉴스 |
문 후보가 먼저 나섰다. 문 후보는 "박 후보가 '이명박 정부도 민생에서 실패한 정권'이라고 했는데 이명박 정권의 민생 실패에 박 후보는 책임이 없냐"고 선공을 날렸다.
이에 박 후보는 "양극화와 중산층 붕괴가 가장 심각했던 때가 참여정부 때였고 부동산 값도 최고로 뛰었다"고 맞받아쳤다. 박 후보는 "문 후보의 경제정책을 보면 실패한 참여정부의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문 후보는 이같은 공격에 "참여정부가 민생을 충분히 보살피지 못했다는 지적은 겸허하게 받아들이지만 참여정부가 민생을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은 2007년 대선 때 충분히 심판받았다"며 "2012년 대선은 새누리당이 집권한 지난 5년을 심판하는 선거"라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부자감세라고 해서 '부자' 자를 자꾸 붙이는데 사실 (이명박 정부에서 한) 감세의 거의 반 이상은 중산층 내지 서민과 중소기업에 돌아갔다"고 주장했고, 문 후보는 "부자감세의 효과의 90%가 재벌기업, 대기업에 돌아갔다는 통계가 있으니 확인해보고 제 말이 사실이면 '줄푸세'에 대한 생각을 바꾸길 바란다"라고 재반론을 펼쳤다.
이정희 "이건희, 정몽구 보통 국민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경제민주화"
경제민주화와 재벌정책에 대한 논쟁도 벌어졌다. 박근혜 후보는 문 후보를 향해 "출자총액제한제도, 계열분리명령제, 공정위 전속 고발권 폐지 등 참여정부에서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은 것들이 다시 핵심 공약으로 나와 있다"고 몰아세웠다.
문재인 후보는 박 후보를 돕고 있는 김종인 국민행복위원장을 내세워 박 후보를 공격했다. "경제민주화의 상징인 김 위원장도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지 않으면 경제민주화도 재벌개혁도 불가능하다고 했고 박 후보가 지금도 주장하는 '줄푸세' 정책으로는 경제민주화는 안 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박 후보는 이에 "김종인 위원장이 언론인터뷰를 통해 의견의 차이는 있지만 경제민주화에 대한 저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했다"며 "줄푸세 정책과 경제민주화는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후보는 기조연설을 통해 "이건희, 정몽구 씨를 헌법 위의 제왕이 아닌 법 앞에 평등한 보통 국민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경제민주화"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편법과 로비로 청와대와 법원까지 쥐고 흔드는 그들이 헌법 위에서 웃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朴 "지하경제 활성화로 복지"?…文 "심장만 책임지고 간은 왜 책임 안 져?"
복지정책을 위한 세수 확보 방안을 놓고 문 후보는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한 '부자에게 돈을 쓰는 것은 투자라 하고 서민에게 쓰는 돈은 비용이라 하는지 모르겠다'는 유명한 말을 박 후보에게 돌려드리고 싶다"라고, 이 후보는 "세금을 말하지 않는 복지는 거짓인만큼 초고소득층 재벌대기업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비효율적인 정부의 씀씀이를 줄여 60%의 재원을 마련하고 세수 확대를 통해 나머지 40%를 충당할 것"이라며 "비과세 감면 제도를 정비한다거나 또 지하경제를 활성화한다든가 해서 매년 27조 원씩 5년간 135조 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지하경제 활성화' 주장은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세수 대상으로 삼겠다는 말을 박 후보가 잘못한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 공약에 대한 논쟁도 벌어졌다. 박 후보는 "심장병, 암, 희귀난치성병, 중풍의 4대 중증질환은 100% 국가가 책임지고 나머지는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고, 동일한 질병에 대한 개인 부담을 연 100만 원으로 상한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문 후보는 "심장은 국가가 책임지고 간은 책임지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정희 "박근혜, 300평 넘는 집, 6억 원에 대해 세금 제대로 냈나?" 박근혜-문재인 양강 구도의 틈새에서 날카로운 말솜씨로 이름을 알리는 등 1차 TV토론을 통해 톡톡히 재미를 봤던 이정희 후보의 활약은 이날도 계속됐다. 이 후보는 먼저 "박 후보는 18년간 청와대에서 살다가 1980년에 경남기업 회장이 무상으로 지어준 성북동 집에 들어갔다"며 "300평 넘는 집을 거저 넘겨받았는데 증여세, 취득세 내지 않았다"라고 공격했다. 이 후보는 이후에도 "지난 토론에서 6억 원을 받았다고 시인하셨는데, 비자금 아니냐. 전형적 지하경제"라며 "서민들은 로또 복권 150억에 당첨돼도 소득세 주민세 다 내는데, 지금 시가로 300억 원인 돈에 대해 상속세나 증여세를 내셨나?"라고 따져 물었다.
박 후보도 발끈했다. 박 후보는 "똑같은 질문을 또 하고 있다. 거기에 대해 이미 제가 답을 드렸고 한번 한 약속은 꼭 지킨다"고 했고 이 후보도 "다르다. 저번에는 사회 환원하시겠다고 했고, 이번에는 세금 내셨는지 여쭤본 것"이라고 맞받으며 설전을 벌였다. 역공에 나선 박 후보는 이 후보에게 "코앞에 닥친 현실부터 답변하라"며 "대선 완주하실 계획이 없이 단일화할 생각이면서 국고보조금 27억 원을 받는 것은 국회에서 논란됐던 '먹튀(방지)법'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두 후보의 '엉뚱한' 논쟁이 이어지며 상대의 대답도 듣지 않고 공격을 이어가는 상황이 연출되자 사회자가 주의를 주기도 했다. "경제민주화 말하는 새누리당, '착하게 살자' 문신 새긴 조폭과 다른가?" 이날도 줄이은 이 후보의 공세는 그밖에도 다양했다. 새누리당이 TV토론 참여 자격 강화 법안을 마련한 것에 대해 "박정희 스타일, 유신 스타일"이라고 빈정대거나,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방안에 대해 "말로는 뭘 못하겠는가"라고 비꼬고, 비정규직 대책을 놓고는 "기대도 해보고 싶지만 믿기지 않는다"라고 평가절하하는 식이었다. 재벌 체제의 근원을 설명하면서도 "박정희 정권 시절 정경유착해서 사카린, 냉장고 밀수해가며 성장한 게 삼성"이라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걸고 넘어갔고 "이건희 회장이 부를 세습하는 것이 박근혜 후보가 권력을 대물림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도 했다. 또 이 후보는 "재벌에게 트럭으로 정치자금 받고 재벌에게 은행 주는 법안, 세금 떠다 주는 법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는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를 말하는 것은 조폭이 '착하게 살자'라고 팔뚝에 문신 새긴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원색적인 비난도 퍼부었다. 이정희, 문재인에게도 "정말 참여정부에 삼성 장학생 없었나?" 문재인 후보에 대한 공격에도 거침이 없었다. 이 후보는 '삼성 X파일' 사건을 언급하며 문 후보에게 "지난번 TV토론에서 참여정부에 '삼성 장학생'이 없다고 했는데, X파일에 나오는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은 당시 대선 자금 배달과 관련되어 있다. 2005년 주미대사를 지냈고 X파일 사건으로 사임했다. 이것으로 참여정부와 삼성의 관계가 어땠는지 드러난 것 아닌가"라고 공세를 제기했다. 또 문 후보가 일자리 늘리기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제의한데 대해 이 후보는 "노동자들의 말씀을 귀 기울여 듣고, 노동자에게 '당신도 양보하라'는 말을 안 하는 게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의 경제민주화 실패를 거론하면서 그는 "(참여정부 당시) 시대정신이 그랬다고만 하지 말라. 그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또 국공립 어린이집 문제와 관련해 문 후보와 이견을 주고받으며 토론을 하던 중 문 후보에게 "국공립 어린이집, 한 반에 (원생이) 5명 있는 경우도 있다. 현실을 다시 파악하시기 바란다"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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