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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남아 가슴 아파"...재판거래에 지연된 정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권 인정

한국 법원이 일본 기업에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책임을 물었다.

30일 오후 2시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이춘식(94)·여운택·신천수·김규수(이상 사망) 씨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과거 신일본제철, 강점기 당시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에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고, 피고가 각 1억 원의 위자료와 재판 지연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원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다.

이 씨 등 원고는 강제징용돼 노역에 시달렸으나 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1997년 일본 법원에 1인당 1억 원의 위자료를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소송에 패했다. 이에 원고 4인은 지난 2005년 우리 법원에 다시 소송을 냈다.

이번 판결이 일본에서의 싸움까지 포함하면 소송 제기 21년, 대법원에 재상고심이 접수된 후 5년 2개월 만에 내려진 결론인 셈이다. 국내 소송 기간만 따지면 13년 만의 판결이다. 재판이 길어짐에 따라 이 씨를 제외한 원고는 모두 사망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 불법 식민 지배 및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관한 청구권으로, 강제동원에 따른 위자료 청구권은 한일 청구권협정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고가 패소한) 일본 법원의 판결은 우리나라의 선량한 풍속에 비춰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2005년 시작된 재판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한국 재판부 역시 1, 2심에서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구 일본제철이 신일본제철의 법인격과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2012년 대법원(대법관 김능환, 이인복, 안대희, 박병대)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강제징용 피해자의 개인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고, 소멸 시효도 완성되지 않았다며 사건을 2심 재판부로 돌려보냈다. 당시 재판부는 일본 기업의 불법 행위로 인한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이 한일 청구권협정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다시 열린 2심 재판부가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신일철주금의 배상책임을 인정,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각 1억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일본 기업이 불복했다. 이에 사건은 2013년 8월 대법원에 다시 접수됐다.

해당 판결이 5년 2개월이 지난 이제 내려졌다. 이 과정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사법부가 '재판 거래'를 하는 등 고의로 판결을 늦춘 정황이 검찰 수사 결과 나왔다. 이에 따라 3심은 지난 7월에야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이날 재판에 원고 중 홀로 참석한 이춘식 씨는 "넷이었던 원고 중 (다른 이가 사망해) 나 혼자만 (끝까지 소송에 참여해) 서러워 눈물이 난다"고 말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번 재판에는 오랜 기간 이 씨의 소송을 도운 일본인 활동가도 참석했다.

원고 4인이 신일철주금(강점기 당시는 일본제철)에 강제징용된 시기는 1941~1943년이다.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일제가 대규모 노동력을 필요로 할 때다. 이들은 1945년 일제가 패망한 뒤에야 고국으로 귀국했다.

대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일제 전범기업과 관련한 국내 다른 소송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 측이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일본이 강점기 한국인에게 미친 손해는 전부 배상했다는 게 일본 정부의 여전한 입장이다. 일본 정부 입장이 변함없는 한, 이미 한국 법원 판결에 불복한 바 있는 신일철주금이 피해자들에게 실재 배상을 할 지는 미지수다.

▲ 강제징용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인정받았다. 지난 2013년 7월 10일 파기환송심에서 첫 원고 승소 판결이 나온 후 고 여윤택(왼쪽), 이춘식(오른쪽) 씨가 만세를 부르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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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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