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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선언 비준이 '위헌'이 아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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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선언 비준이 '위헌'이 아닌 이유

[기고] 비준은 국제법에 의해 규율

평양 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 국회 비준 동의 문제로 여야 간 연일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평양 공동선언과 4·27 판문점 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를 전격 비준한 것에 대해 "개탄스러운 마이웨이 비준"이라고 비판했으며, 같은 당 김무성 의원은 "국민의 생명과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군사합의서를 국회의 동의 없이 대통령이 셀프비준한 건 분명 위헌으로, 국회를 무시하는 독재적 발상"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제기한 소위 '셀프 비준'의 위헌성 주장의 기저에는 헌법 제60조 제1항에 명시된 특정 조약에 대한 국회의 비준 동의권이 있다. 헌법 제73조에 의거하여 조약의 체결 및 비준권은 대통령에게 있으나, 헌법 제60조 제1항에 해당하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경우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평양 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가 이러한 조약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만일 자유한국당 주장대로 평양 선언이나 남북군사합의서가 이러한 조약이라고 판명되는 경우, 국회의 동의는 대통령의 비준의 전제조건이 되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헌법 제73조에 의거하여 조약을 체결하고 비준하는 권한은 대통령에게 부여돼 있으나, 실제로 다른 나라와 조약을 체결하고 비준하는 대통령의 행위는 국제법에 의하여 규율되는 대외적 권한행사이다. 전혀 계통이 다른 법률행위이자 권한행사인 것이다. 조약의 체결과 비준 절차에 관련하여도 '정부조직법'이나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정부대표 및 특별사절의 임명과 권한에 관한 법률' 및 '법령 등 공포에 관한 법률'을 제외하고 핵심적 사항은 해당 국제법규인 비엔나조약법협약을 직접 원용하고 있다.

'비준'은 '서명된 조약에 대한 국가의 기속적 동의를 확정하는 행위'이다. (유엔국제법위원회연감 1956 vol. 11, p. 113). 비엔나조약법협약 제14조 제1항(d)은 비준을 "해당 조약에 서명을 한 국가의 동의 의사가 조약체결권자 (full powers)에 의하여 표현되는 행위"로 명기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전권대사가 서명한 조약안을 국가원수가 최종적으로 인증하는 행위가 비준인 것이다. 이는 헌법이 아닌 국제법에 의하여 규율되는 행위이다. 평양 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서명한 것이므로 헌법 제73조에 의거하여 현장에서 즉시 비준이 된 것이다. 조약은 체결되고 비준되는 순간, '국회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비엔나조약법협약 및 헌법 제6조 제1항에 의하여 그 자체로 살아있는 법적 효력이 발생된다. 비엔나조약법협약 제27조는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이미 체결된 조약의 내용이 국내법과 배치된다고 그 조약의 이행을 상대국에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평양 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도 이러한 경우에 해당된다. 국제법은 실질적 제제수단이 미흡하여 조약을 준수하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GDP의 85% 이상을 해외시장에 의존하고 국가 안보를 주변국들과의 동맹관계에서 모색해야하는 우리나라가 비엔나조약법협약같은 국제입법조약의 규정을 무시하는 것은 자유주의 동맹체제로부터 이탈하는 자살행위와 다름이 없다. 그렇게 국제법 어기고 핵무기 개발하다 고립된 나라가 북한이다.


이와 관련하여 바른미래당 박주선 의원은 "남북 간 합의를 조약으로 삼게 되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게 돼 북한이 합의를 어겨도 우리는 계속 준수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라고 주장하며 이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발상"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이는 조약의 기초에 대한 무지에서 발생한 오해이다. 평양 선언이나 남북군사합의서 같은 양자 조약의 경우 일방 당사자가 합의를 어기면 조약 자체가 폐기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다자조약과 달리 양자조약에서 개별 조항의 '유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그런 이유이다.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비준을 공식화한 것은 이미 체결된 조약에 대한 국내적 공포절차를 마감한 것이다. 헌법 제60조 제1항에 명기된 국회의 비준 동의권은 대통령의 조약 비준권에 대한 국회의 견제권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조약의 발효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동의하지 않으면, 이행입법과 예산이 통과되지 않기 때문에 조약 내용의 집행이 사실상 제한되기 때문이다.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가 대표적인 예이다. 자유한국당 주장대로 국회가 동의해주지 않으면 대통령이 비준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청와대와 외교부도 입장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모든 남북간 합의를 법적, 정책적 해석과 판단 없이 속도전처럼 국회의 비준 동의를 요청하면서, 동시에 국무회의에서 비준을 하는 상황이 되니 혼란이 생긴 것이다. 우선 비준의 정의와 국제법 및 헌법적 실행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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