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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동 살인 사건' 남편은 왜 법을 비웃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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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동 살인 사건' 남편은 왜 법을 비웃었나?

가정폭력범 '임시조치' 위반해도 형벌은 과태료에 불과

지난 22일 서울 강서구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남편이 4년 전 이혼한 아내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의 딸이자, 피의자의 딸인 김모 씨는 "살인자 아버지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을 올리면서 25년간 어머니와 세 딸이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시달려야 했다고 털어놨다.


피해자의 딸 김모 씨는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어렸을 때부터 그냥 계속 유치원 다닐 때도 맞아왔던 것 같다"며 "(아버지) 자기 생각과 다르다든가 말대꾸를 했다든가 (하면 때렸다). 저희에게 지속적으로 해 왔던 말이 있다. '개도 맞으면 말을 듣는다' 또 '짐승도 맞으면 말을 듣는다'"고 했다. 이어 "'너희는 맞아도 말을 듣지 않기 때문에 짐승보다 못 한 XX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말을 해 왔었다"고 말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피의자 김 씨는 2015년 9월 이혼 후, 시도 때도 없이 죽이겠다고 찾아와 경찰이 '접근금지명령'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피의자는 숨어다니는 피해자 주변을 맴돌면서 동선을 파악해 살해 계획을 세웠다. 피해자는 이혼 후 4년 동안 6번이나 피의자를 피해 이사를 다녔지만, 결국 살해당했다.

피해자의 딸 김모 씨는 "이혼 후에도 어머니가 단 한 번도 경찰에 신고한 적이 없다"며 "신고하고 싶었던 마음은 굴뚝 같았을 거다. 그런데 훈방조치가 되거나 하면 보복을 하지 않을까 (두려워했다)"라고 했다. 이어 "아빠도 약간 그런 법의 심판에 대해서 전혀 겁을 먹거나 법의 제재를 좀 두려워하지 않았다"며 "저희에게도 그랬고 저희 이모들한테도 그랬고, '자기는 (피해자인 아내를) 죽이고 6개월만 살다 나오면 된다'라는 말을 누누이 입버릇처럼 해 왔다"고 신고를 주저한 이유를 설명했다.

피해자는 '긴급임시조치(접근금지명령)'를 받고 있었지만 소용 없었다. 신고를 해봤자 피의자에게 내려지는 조치는 '과태료' 부과에 불과해, 보복을 두려워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위해 마련된 '임시조치'나 '긴급임시조치'에 대한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통계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 7월까지 임시조치 대상자는 1만9270 건이었고, 임시조치를 위반으로 신고된 이들은 1359 명(7.1%)이었으나 이 중 362명(27%)만 벌금형을 받았다.

'임시조치'시 경찰은 가해자에게 퇴거명령을 내릴 수 있다. 또한, 100m 이내 접근금지, 전화통화 금지 등의 가해자 격리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이를 위반했을 때 구금형의 형사적 처벌이 수반되지 않고 있다. 정 의원은 가정폭력범이 '임시조치'를 위반해도 받는 형벌은 과태료에 불과하기때문에 범행을 반복한다고 지적했다.

긴급임시조치가 도입된 지난 3년간 긴급임시조치 대상자는 4634명이었고, 이중 신고된 위반자는 133명(2.9%)으로 이 가운데 28명(21.1%)에게만 과태료가 부과됐다.

또한, 작년 한해 범죄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파악된 살인사건 914건 중 ‘애인, 동거친족’에 의해 살인사건은 263건으로 28.7%가 친밀한 관계에 일어난 살인사건이었다. 지난 3년간 연인관계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당할 뻔한(살해미수 포함) 피해자도 221명에 달했다.

아울러 작년 한해 가정폭력으로 검거된 인원은 3만8489 건으로 피해자의 74.6%가 여성이었다. 가정폭력 재범율은 2015년 4.9%에서 2017년 6.1%, 2018년 7월 기준 8.7%로 1.8배 증가했다. 이처럼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가정폭력의 특성상 재범의 위험성이 높으나 구속율은 0.8%에 불과했고 기소율은 26.7%에 불과했다. 반면, 가정폭력 가해자 처벌이 아닌 가해자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 비율은 34%나 됐다.

이에 정 의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긴급)임시조치' 위반 시 과태료 대신 형사처벌을 신설하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발의했지만, 심의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또 한 명의 피해자가 희생당했다"며 "임시조치 위반자에 대해 과태료 부과가 아닌 징역형을 부과하여 강력한 가해자 분리조치를 통해 피해자 보호가 이루어져 사전에 극단적인 범죄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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