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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결국 김종인 버리고 이한구 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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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결국 김종인 버리고 이한구 택했나?

[대선읽기]<29> 급부상한 박근혜의 '경제위기론' 정치학

2007년 3월 9일, 뜬금없는 '한국 경제 위기론'이 나왔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삼성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문제다. 정신 차려야 한다. 5~6년 후에는 아주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샌드위치 위기론'으로 경제 신문이 대대적으로 다뤘던 '이건희 독트린'이었다.

"우리나라 전체"에게 "정신 차려야 한다"고 일갈한 이건희 회장의 '위기론' 설파에 당시 노무현 정부와 관료들은 노심초사했지만,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이 '위기론'을 대선 캠페인처럼 사용했다. 이른바 '경제 대통령' 이명박 구호를 외치며, 위기에 빠진 한국 사회에 또 다시 '불안한 정권'이 들어서면 안된다고 설파했다. 성공이었다.

그 후 5년이 지났다.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소방공무원의 날 축사에까지 포함시킨 "3대 신용평가사가 일제히 대한민국의 신용등급을 올렸다"는 수사들을 보면, 이건희 회장의 말대로 한국 경제가 "아주 혼란스러워" 진 것은 아닌 듯 싶다. 그러나 위기론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대선을 앞두고.
▲ 김종인 위원장과 박근혜 후보 ⓒ뉴시스

새누리 5년 집권했는데, '경제 위기' 왔다는 것인가?

박근혜 후보는 이날 세종시를 방문해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논의를 비판하면서 "이런 사람들이 세계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민생을 챙길 수 있겠느냐"며 "갈등과 분열, 선동의 정치로는 다가오는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경제 위기론'을 설파했다.

박 후보의 경제 위기론은 이날 처음 등장한 게 아니다. 경제 위기론을 전면 내세운 것은 지난 7일 국책자문위 필승결의대회에서다.

박 후보는 "내년에 세계사에 유례없는 글로벌 경제위기, '퍼펙트 스톰'이 닥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기를 이기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일을 과연 누가 해낼 수 있느냐"고 말했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면, 지금이 위기여야 한다. 그러나 박 후보는 새누리당 정권 5년 간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를 하지 않고 있다. 지금이 위기라면 지난 5년 새누리당 정권이 한 일은 무엇인지 공과가 무엇인지 먼저 밝혀야 정상이다.

박 후보가 한국 경제 위기론을 설파하기 시작한 시점도 묘하다. '줄푸세'를 만들었던 김광두 힘찬경제추진단장의 '10조원 경기 부양론'이 대두되고, 김종인 위원장이 찬밥 취급을 받기 시작하던 때, 박 후보의 '한국 경제 위기론'은 등장했다.

실제로 박 후보가 '경제 위기론'을 설파한 다음 날인 8일 박 후보는 경제5단체장을 만나 김 위원장이 공약에 포함시키려던 기존 순환 출자 의결권 제한에 반대 입장을 확고히 했다. 입장을 바꾼 게 아니라 '소신'을 지킨 것이지만, 그가 '소신'을 고수할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김종인 위원장을 왜 영입해야 했는지 의문이 든다. 재계 인사들과 가진 그 자리가 얼마나 훈훈했는지는, 간담회를 마친 경제5단체장들이 "오늘 간담회를 통해서 후보의 공약에 관한 입장을 듣고 보니 그동안 불분명했던 점 그리고 막연히 불안했던 점이 해소되었다"고 말한 소감에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경제 위기라는 말이 대체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갖는 의미는 경기 침체다. 앞서 이건희 회장의 예처럼 선거를 앞두고 재계에서는 '경제 위기론'을 적극 설파하고, 경제지들은 이같은 주장을 확대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박 후보가 내년 경제 위기를 예감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즈음이라고 한다. 결국 한달 만에 '경제민주화'에서 '경제위기론'으로 선회한 것이다. 위기론은 성장론으로 이어진다. 즉 11월 7일을 기점으로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를 사실상 버렸다.

'시장주의자'의 당 접수 가시화

당 사정은 어떨까? 김종인 위원장의 입장을 지지해 왔던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는 이날 오전 긴급 회의를 갖고 경제 민주화 관련 문제는 대선 후보의 뜻에 따르기로 결정했다. 남경필 위원장을 비롯한 개혁파 의원들이 모두 꼬리를 내린 것이다. 김종인 위원장도 결별설에는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후보가 하는데로 따를 것"이라고 고개를 숙혔다.

교통정리는 끝났고, 김광두 단장, 이한구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내 '시장주의자들'이 축배를 들 순간이 왔다. '디-데이'는 오는 16일,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 발표 자리가 될 전망이다. 박 후보는 이 자리에서 '경제 위기론'을 설파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경제가 언제 위기가 아닌 적이 있었느냐"는 경제학자들의 '농담'이 있다. 한국 경제는 지금 위기 맞다. 양극화와 내수시장 악화, 블랙홀처럼 '물량'과 '업종'을 빨아들이는 대기업들 때문에 위기라는 진단이 경제민주화라는 유행을 등장시켰다. 그러나 박 후보의 '경제 위기론'은 조금 다르다. 대기업이 설파하는 '경제 위기론'을 받아들이면서 역설적으로 야당 후보들과 '차별화'에 나선 셈이 됐다. 박근혜 후보의 '경제 위기 극복'이냐, 야권 후보의 '경제 민주화'냐. 그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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