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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단일화 경계하다 '백지 답안지' 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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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단일화 경계하다 '백지 답안지' 냈나?

[대선읽기] 홍준표의 쓴소리 "파격이 없다"의 의미는?

박근혜 후보가 조급함을 보였다. "박근혜, 내일 정치 쇄신안 발표"라는 예고 기사만 수차례 되풀이된 후, 야권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된 6일 내 놓은 정치 쇄신안에는 '파격'도 '충격'도 없었다.

정치 쇄신 이슈는 안철수 후보가 최초에 던졌던 이슈다. 19대 국회 출범과 동시에 '세비 반납', '특권 반납' 등의 논의가 새누리당 주도로 이뤄졌지만, 정치 쇄신 이슈는 안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 자리에서 본격적으로 부상했다. 지금은 세 후보의 입지가 여야 구도로 고착화됐지만, 당시만 해도 최소한 유권자들은 '여야 VS 안철수'의 구도로 대선 판을 인식하고 있었다. 안 후보가 제기한 정치 쇄신이 먹힐 수 있었던 이유다.

'후발 주자' 박근혜 후보에게 카드는 많지 않았다. 오늘 박 후보가 발표한 쇄신 방안을 보면 "안을 내기 위해 보름 가까이 고민한 게 맞는가 싶다"는 새누리당 관계자의 실망감 그대로다.

△공천 개혁 △국회의원은 2개월 전, 대통령은 4개월 전 후보 조기 확정 △ 지방 선거 정당 공천 폐지 △부정부패로 재보궐 선거 요인 발생시 원인 제공자가 선거 비용 부담 등은 정치권이 쇄신 요구에 직면할 때마다 '고장난 라디오' 처럼 흘러 나왔던 내용이거나, 단순 아이디어 수준의 내용을 재탕한 것에 불과하다.

특히 공천 개혁은 이미 올해 초에 박 후보가 총선을 앞두고 한번 사용한 카드다. 공천 개혁을 잘 했으면 공천 개혁 얘기가 나올 이유가 없는데, 박 후보는 이를 가장 비중있게 다뤘다. 구 친이계 세력이 제기한 '공천 학살' 책임론을 외면한 박 후보가 '공천 개혁'을 두 번째 주장하는 것, 신선함이 떨어진다.

국회 쇄신과 관련해 △국회의원 면책특권 제한과 △불체포특권 폐지는 새삼스럽지 않다. '파격'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만큼 당연한 것으로 유권자들에게 인식돼 있다. 권력 분점과 관련된 내용인 △총리, 장관에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이나 △탕평 인사 방안 역시 다른 후보들도 공감하고 있는 내용으로 '특별함'이 없다. 비리 척결 차원에서 특별감찰관제, 상설특검제 도입을 내 놓았지만, 역시 야권 후보들과 차별점이 없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야권 후보 단일화 이슈가 부각되면서 이를 상쇄하기 위한 의도가 엿보였지만, 쇄신안 내용을 보면, 특별히 눈에 띠는 내용이 없다"고 평했다.
▲ 박근혜 후보 ⓒ뉴시스

MB 집권후 추진한 개헌 불발, 몸으로 겪은 朴이 '집권후 추진'?

오히려 어정쩡한 개헌 이슈를 제기함으로 박 후보는 '초조함'을 내비쳤다. 이날은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처음 단독 회담을 하는 날이다.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읇조려오다가 하필 이날을 발표날로 선정한 것 부터 "야권의 단일화 이슈 제기에 물타기를 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였다.

게다가 "집권 후 국민이 동의하면 4년 중임제 개헌 추진"이라는 박 후보의 제안에는 실천 의지가 전혀 담겨 있지 않았다.

현재 문재인 후보는 개헌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개헌 논의가 부상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 틈을 비집고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이슈가 개헌 이슈일 수 있었다. 권력 구조 개편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쩔수 없다고 치더라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열심히 홍보하고 있는 박 후보는 양성 평등 등을 개헌 이슈로 부각시킬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권력 구조 개편에 관한 내용을 짧게 언급했을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011년 초 개헌 추진 의사를 내비쳤다가 친박계의 반대에 부딛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전례가 있다. 이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을 박 후보의 입에서 "집권 후 추진"이라는 말이 나온 것은 그 자체로 신뢰성을 잃고 만다.

박 후보의 '개헌 철학'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재오 의원이 "(박근혜 식 개헌은) 5년 단임보다 정치 개혁을 퇴행시키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박 후보의 개헌안에는 '권력 분점'에 대한 내용이 없다. 굳이 발표 안해도 될 '개헌'을 왜 기자 회견 자리에서 발표했을까 하는 의문만 생겨났을 뿐이다.

'단일화 블랙홀' 경계하다 '백지 답안지' 냈나?

이런 일련의 상황들을 종합해 보면 박 후보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단일화 블랙홀'이라는 이슈임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박 후보는 자신의 약점만 노출한 채, 실망스러운 '정치 쇄신안'을 내 놓은 셈이 됐다.

새누리당 경남도지사 후보에 선출된 홍준표 전 대표는 박 후보에게 뼈 있는 말을 했다. "지금 선거 전략을 '이대로 이대로'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뭔가 박 후보의 파격적인 변신, 파격적인 변신, 그것이 필요하고 정책 대안도 파격적인 대안이 뭔가 나와야 한다"며 "단일화 시점에 단일화에 버금가는 파격적인 대안 제시가 있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숨은 표에 우리 표는 없다고 봐야 한다. 여론조사 수치가 2, 3% 지면 최근 추세로 봤을 때 사실상 4%에서 많게는 7, 8% 질 수도 있다, 그게 최근에 나타난 여론조사의 결과들"이라고도 말했다.

아직까지 홍 전 대표가 말한 박 후보의 '파격'은 없다. 홍 전 대표는 "(단일화에) 충격을 받고 대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박 후보의 '어정쩡한' 정치 쇄신안 발표를 보면 박 후보가 야권 후보 단일화 신호탄에 다소 '충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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