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당원' 이명박 대통령 일가의 민낯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큰 형에 이어 부인인 김윤옥 여사가 특검 수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상은 다스 회장의 장롱에서 나온 1만원 권 5억 원, 5만 원권 1억 원의 돈다발이 시형 씨 아들의 트렁크에 실려 청와대로 '배달'된 날, 김 여사의 측근인 설 모 씨와 이상은 회장의 부인 박 모 씨가 만났다는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형수와 대통령 부인의 측근이 하필 그날 만났다. 돈과 관련된 얘기가 오갔을 것이라는 의심이 고개를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이명박 대통령은 내곡동 사저 부지에 올라와 있던 건물을 철거하는데 자비를 썼던 게 드러났다. 이 대통령 부부의 그림자가 내곡동 사저 부지 위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셈이다. 헌법상 대통령은 '형법상 소추' 대상, 즉 기소 대상이 될 수 없지만, 정황상 의혹이 이는 것은 어찌할 방도가 없다.
▲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 ⓒ청와대 |
새누리당 소속 현직 대통령 일가의 민낯이다. 청와대는 연일 불쾌함을 내비치고 있다. 고위 관계자들은 특검이 "언론을 통한 더티 플레이"를 하고 있으며 "대통령 망신 주기"가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물론 구속된 청와대 행정관의 진술이 언론에 줄줄 새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특검팀이 실제로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정황도 곳곳에서 포착된다.
그러나 시형 씨 변호인이 공개적으로 특검팀에 "대통령 아들을 재소환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현직 대통령'이라는 상징적 뒷배 없이 불가능한 행위였다. 일종의 으름장으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다. '살아 있는 권력'을 대하는 수사는 이렇게 어려운 게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지난 2009년 '죽은 권력'인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수사 상황이 실시간 중계되다시피 하던 상황과 비교해 보면 청와대는 으름장이라도 놓을 수 있는 위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는 특검 수사는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다. 수사는 오는 14일 종료된다. 열흘 하고도 이틀 가량 남았다. 만약 한차례 연장된다면 오는 29일에 종료된다. 일단 특검팀 주변에서는 "굳이 연장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말들이 나온다. 이는 대선 일정과 민감하게 맞물려 있다. 이르면 10일부터 민주당과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 논의에 돌입하게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이 전투력을 끌어올려야 할 시기다.
새누리당 당원이 연루된 비리 의혹에 대해 박근혜 후보가 무심한 듯 지나칠 수 있을까?
박근혜, 특검 계기로 MB와의 관계 정리할까?
지난 28일 발표된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는 흥미로운 점을 보여준다. 전체 응답자의 9.2%가 자신이 새누리당 지지자라고 하면서도 박근혜 후보가 아닌 다른 대선 후보를 택하거나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고 답했다. 이들은 구 친이계로 '비박' 성향 유권자로 분류할 수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친이(親李)계 지지자들이 박 후보에게 불만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도 확장론'에서 '보수 대통합'으로 전략을 선회한 박 후보로서는 이들을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가 연일 특검 수사에 불만을 제기하는 것 역시 "차기 권력인 박 후보에게 어필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는 14일 대통령 일가 중 한 명은 기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박 후보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재판이 진행될 것을 감안하면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아직 죄가 드러난 게 아니다"라는 입장을 취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경우 정치적 부담감은 높아지게 된다. 자신의 측근들은 기소되기 전 탈당을 사실상 강요해 놓고 이 대통령을 예외로 둔다는 것은 박 후보의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기도 하다. 모르는 척 지나치는 것도 국정운영을 함께 책임져 왔던 여당 후보의 무책임한 행위일 수 있다.
두번째, 이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방안이 거론될 수 있다. 현기환 전 의원, 홍사덕 전 의원, 현영희 의원 등은 모두 혐의가 구체화되기 전에 당에서 떠밀려 나갔다. 이 대통령 일가의 비리이고, 이 대통령 본인에 대한 기소가 면제된다고 해서, '도덕성'을 강조하는 새누리당이 이 대통령을 예외로 둘 수 있을까. 야당은 박 후보의 결단을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새누리당은 '정권 재창출'이라는 단어를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이 대통령과 '한 묶음'으로 보이고 싶지 않아서다. 대신 '최초'라는 말을 사용해 "최초의 여성 대통령론"을 열심히 설파하고 있다. 그러나 박 후보는 대선 전까지 어떻게 하든 이 대통령과 관계를 정리해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경우 앞서 언급된 9~10% 정도의 '비박' 지지층이 이탈할 수 있다. 박 후보는 이 대통령의 '당적'을 끝까지 지켜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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