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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우는 아이 달래기 괜찮을까?

[아이에게 스크린 리터러시 교육을] 정보화 시대에 방치된 한국 어린이

연재를 시작하며

한국은 인구당 스마트폰 보급률, 인터넷 이용시간, 초고속인터넷 속도 등에서 세계 1위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필요로 하는 정보산업 인프라는 세계 정상급이다. 이런 상황은 산업 발전 가능성에의 긍정적 전망을 가능케 하지만 그로 인한 어두움도 동시에 존재한다.

어린이는 첨단 정보기술의 부작용에 노출된 주요 대상이다. 촛불혁명, 미투 운동 등을 통해 사회 각계각층이 제 목소리를 내면서 적폐청산과 시민 권익 증진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어린이들은 그럴 능력이 없어 침묵하는 다수로 방치되어 있다.

과학자들은 90년대 이래 2살 이하 영아의 TV 시청을 금하고, 2~5세 어린이의 하루 TV 시청 시간은 2시간 내외로 부모가 통제해야한다는 연구 조사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TV의 빛과 영상이 어린이 두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비만과 학업 부진 등의 부작용이 크다는 이유다.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국은 정보강국이지만 스마트폰 등을 생산하는 전자산업이나 TV 방송, 방송 관련 행정기구인 방송통신위 등에서 어린이 보호를 위해 합당한 조치를 내놓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정보산업 기기의 선두주자인 스마트폰의 경우, 부모가 칭얼대는 영아를 달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거의 일반화되어 있다. 유치원 입학 연령대 이후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스마트폰을 휴대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TV, 인터넷, 게임기 등의 기능을 갖추고 있어 어린이에게 유익한 측면이 크지만, 그로 인한 어둠도 짙다. 국내에서 스마트폰 보급률이 1인 1대 수준에 이르면서 게임업계에서는 스마트폰에서 판매할 수 있는 어린이 상대 게임 개발에 나서는 등 어린이를 상대로 한 돈벌이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TNS와 KT경제경영연구소가 지난 9월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상반기 국내 스마트폰 평균 보급률은 91%였다. 스마트폰 국내 보급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어린이 안전대책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이용한 어린이의 경우 TV나 게임기로 인한 부작용인 비만이나 학업성적 부진, 성격이상 발달 등의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비디오 게임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이 공인되면서 국제 사회는 부모가 어린이들이 울며 보챌 때 스마트 폰의 게임을 장난감 대신 주는 상황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예를 들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6월 게임중독을 정신건강질환으로 등재한 국제질병분류 개정안(ICD-11)을 공개했는데,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겠다고 밝혀 주목되고 있다. 게임 중독의 유해성 여부에 대한 논란은 지난 수십 년 간 지속되었는데 WHO가 ICD-11를 내년 5월 총회에서 소개한 뒤 2022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고 한국 정부도 이를 따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게임장애가 정신건강질환으로 등재될 경우 게임을 사행성 산업으로 지정하고 게임업체에 중독 치료 분담금을 부과하는 등의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보인다. 게임은 주로 비디오게임의 형식이고 스마트폰이나 PC 등을 통해 즐기는 대중오락으로 정착했는데, 게임장애가 질병으로 분류된다면 전자기기의 과도한 이용 등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질 전망이다.

스마트폰이 어린이에게 미치는 부작용은 TV의 경우와 유사하다. 예를 들면 어린이가 강렬한 빛과 소리 등에 이끌려 기기를 지속적으로 이용하려함에 따라 두뇌 발달 저해 문제 등에 노출될 수 있다. 영아의 인지력, 언어력 발달은 어머니 등 보호자와의 반복적인 대화 등을 통한 상호작용으로 이뤄지는데, 스마트폰은 이런 효과를 저해한다. 또한 스마트폰 이용을 하는 동안 어린이는 자연스럽게 신체 활동을 하지 않게 된다. 이 때문에 운동을 통한 심신의 건전한 발달이 저해되고 비만의 위험이 따른다.

TV가 어린이에게 미치는 부작용을 개선할 수 있는 방책도 현재로서는 부족하다. 프로그램 등급제가 90년대부터 실시되고 있지만 전국의 가정에서 이를 잘 준수하게끔 돕는 사전 또는 사후 조치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프로그램 등급제가 잘 실시되면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크게 기여할 것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선 프로그램 등급제의 의미를 정확히 교육하는 기구가 없다. TV 방송사에서 매 프로마다 등급제 표시를 하지만 전국의 가정에서는 그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방통위도 오래전에 프로그램 등급제의 가정 실시 상태를 조사했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은 것을 확인 한 후 손을 놓고 있다.

프로그램 등급제 제정 당시 여러 기관이 관여했고 그 실행 여부에 대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방치된 상태가 되었다. 일부 외국 사례처럼 미디어 소비자 단체가 적극 감시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방안 등이 강구되어야 한다.

어린이 시청을 제한해야 한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와 역행하는 프로가 TV 방송 등에서 버젓이 방영되는 것도 문제다. 가족 예능 프로에서 영아나 5세 전후 등의 어린이를 출연시키는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이 프로의 긍정적 효과는 크지만, 어린이와 부모들에게 미칠 영향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그런 프로에 나오는 어린이들이 촬영과정에서 받게 되는 주인공 부각시키기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심리 발달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그런 프로를 시청하는 어린이와 부모에게 미치는 간접적 효과다. 즉 TV에 어린이들이 출연하는 것을 보고 TV 시청으로 인한 심신의 부작용을 경시하게 되는 것이다. 공영 TV KBS2에서 다른 방송에서 중단된 가족 예능 프로를 여전히 방영하고 있는 것은 시청률만이 아닌 다른 여러 각도에서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어린이를 상대로 한 광고는 금지되어 있지만 가전제품 제조사 등은 여전히 광고 주인공으로 어린이를 등장시키고 있다.

미디어가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뉴미디어가 속출한 20세기 후반 이래 미디어학계, 심리학계에서 거의 손을 놓고 있는 형편이다. 어린이 심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너무 많아 어느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점을 점차 밝히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소아과학회(AAP)는 두뇌와 신경계 연구를 통해 미디어가 어린이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연구 자료를 꾸준히 내놓으면서 경고를 발하고 있다. 하지만 학문의 벽이 높아 미디어학계에서는 이를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고, 정부도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이 더는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 청소년의 정신건강이나 자살률 등이 심각한 것은 정보화 시대 속의 불통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향후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스마트폰이 더욱 대중화되고 지속적으로 새롭게 등장할 플랫폼의 위상이 강화될 것이 확실하다. 이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영아와 어린이에 대한 범사회적인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 정부와 정보 산업 관계자, TV 방송사, 시민사회단체 등이 힘을 함쳐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스마트폰 앱은 물론 TV 방송사에의 시청자 교육 서비스 등이 강구되어야 한다.

이 연재는 국제학술지에 실리거나 학회 연례회에서 발표된 연구 논문 가운데 2010년 이후에 발표된 것을 주로 요약한 것이다. 2010년 이전 연구논문은 본인이 2009년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TV 리터러시'에서 소개했다.

▲ 어린이를 TV, 스마트폰 남용으로부터 보호하는 사회적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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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

전 한겨레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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