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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복수, 우리 아이가 미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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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복수, 우리 아이가 미쳤어요!

[정희준의 '어퍼컷'] 어른이 만든 병, 스마트폰 중독

몇 년 전 미국에서 연구년을 보내며 느낀 게 여럿 있지만 그 중 가장 나를 가장 놀라게 한 것, 그래서 나를 안타깝게 한 것이 하나 있다. 초등학교 다니던 아들의 학교도 가봤고 스포츠클럽에도 자주 가봤는데 아이들 중 안경을 쓰는 아이들이 있다면 열이면 아홉이 한국 아이들이란 사실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 잘못일까. 간단하다. 부모다.

태어나자마자 TV를 보기 시작한 우리 아이들은 유치원 때부터 컴퓨터를 통해 만화를 보고 공부도 한다. 초등학교 입학 즈음이면 집에서, 차에서, 그리고 숨어서 명함만한 닌텐도 화면에 두 눈이 터져라 몰두하고 컴퓨터나 닌텐도 게임이 숙달의 경지에 이르면 스마트폰으로 갈아타 그야말로 온 종일 액정이 뚫어져라 전투에 몰입한다. 이런 걸 무아지경이라 한다.

대화보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가족

이런 게임기나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해하는 아이들은 이미 중독이다. 한마디로 질병이다. 두세 시간을 딴 짓 하지 않고 게임기를 코앞에 붙이고 무아지경에 빠져드는 아이들은 정신적, 심리적으로 문제가 크다.

공공장소에서 가족이 서로 대화하기보다는 온 가족이 머리 박고 스마트폰 만지는 모습을 더 많이 보지 않는가. 가족 간 대화 단절이나 아이들의 스마트폰 중독에 더해 아이들의 시력 저하는 또 다른 심각한 문제다. 사실 한국처럼 안경점이 많은 나라가 또 있을까.

이를 가지고 사회 변동의 측면에서 '미디어의 발달이 가져다 준 부정적 측면'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까. 아이들의 올바르고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그 원인을 밝혀야 함과 동시에 그 작동 방식을 밝혀야 한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가. 바로 부모다. 또 그 작동 방식은 무엇인가. 바로 부모가 편하기 위해서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떼를 써서, 그리고 내 새끼 '왕따' 될까봐 닌텐도를 사주고 스마트폰을 사준다. 사실 어느 정도의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아이들의 간절한 바람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또 게임기나 스마트폰이 없어서 친구들이랑 놀 때 친구들 것을 기웃거리고 잠깐만 해보겠다며 애걸하다 결국 무시당하는 자식의 모습에 뚜껑(?)이 열리지 않을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이에 굴복해 자식에게 게임기나 스마트폰을 안겨주면 이는 자기 자식 망치는 데 부모가 일조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자식에게 스마트폰 사주는 이유, 알고 보니

그런데 그 작동 방식을 들여다보면 심각하고도 중요한 연결 고리가 발견된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중독되어가는 현상을 들여다보면 부모 역시 '스마트폰의 효용성'에 중독됐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끼고 살고 스마트폰에 몰두해주면 다른 사람 아닌 바로 부모가 편하다. 결국 부모도 자신들의 '자유로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한편으론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아이들'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사실 부모가 집안일을 하는 동안 아이들이 넋을 잃고 TV를 봐줄 때, 부모가 자기 일을 해야 할 때 아이들이 닌텐도에 빠져 보채는 일 없이 두세 시간을 거뜬히 버텨 줄 때, 또 어른들이 밖에서 모여 몇 시간씩 수다를 떨어도 입 닥치고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어 줄 때, 부모들은 게임기와 스마트폰의 놀라운 효용성을 느끼게 된다. 스마트폰이 없어서 안 되기는 애들이나 부모들이나 매한가지라는 점이다. 결국 아이들과 스마트폰의 접속은 부모들에게 자유로움을 제공하는, 과학기술의 놀라운 혜택인 것이다.

인터넷 최강국이자 스마트폰 천국인 우리나라의 초·중등학생 스마트폰 보급률은 (세계 최고수준이 아니라) '세계 최고'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세계 최고라고 자랑스러워하는 것들이 사실은 우리의 아이들을 죽이고 있다. 세계 최고의 교육열이 우리의 숫한 아이들을 자살하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velositor.com

우리 아이들을 요물로부터 구출해야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도 초등학생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는 경우는 많지 않다. 글을 쓰는 동안 이메일로, 페이스북으로, 카톡으로 다른 나라의 상황을 확인했지만 일본도 마찬가지고 유럽도 마찬가지다.

또 최근 스마트폰의 인기가 높아져 청소년들 사이에서 보급률이 높아지긴 했어도 게임을 하며 몇 시간씩 쉬지도 않고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는 학생들도 드물다. 그나마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사주는 경우 이는 부모가 '책임감'과 함께 부여하는 것이라고 한다.

한국 아이들이 안경 낀 눈으로 쉬지도 않고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 할 시간에 그 아이들은 스포츠를 하고 음악을 배운다. 해가 질 때까지 밖에서 뛰어논다. 그런데 우리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던 시절을 아예 잊어버렸다.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놀면 불안하다. 학원이나 학원 승합차에 앉아 있어야 마음이 편해졌다. 우리 아이들은 점점 부모에 의해 갇히게 됐고 갇히면 갇힐수록 부모가 아니라 스마트폰과 대화하고 게임만 하게 된다.

한국 초등학생의 안경 착용 비율이 미국의 아이들보다 엄청나게 높은 이유를 찬찬히 꼽아보자. 무지막지한 교육열이 첫째일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가 그토록 자랑하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률일 것이다. 셋째는 부끄럽게도 자기가 편하자고 스마트폰에 빠져드는 아이들을 방치하는 부모들이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아이들, 부모들도 원하는 것 아닌가.

스마트폰, 가족 간을 단절시키고, 아이들을 황폐하게 할 뿐 아니라 앞마저 보이지 않게 하는 요물 중의 요물이다. 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들을 구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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