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등 많은 대기업들이 금융 계열사 등을 동원한 순환 출자 고리를 만들어 경영권 불법 승계를 하고 있는 실태를 개선하겠다는데 세 후보의 뜻이 모였기 때문에 법안 처리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당인 박근혜 후보 측 김종인 위원장이 "경제민주화 관련 최소 2개 법안을 처리키로 박근혜 후보에게 약속을 받아냈다"고 한 것과 관련해 순환 출자 금지법이 2개 법안 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다만 각론에서 차이가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 측이 "신규 순환 출자, 기존 순환 출자 모두 규제하자"는 방안을 내놓은데 반면 박근혜 후보 측은 "기존 순환 출자는 그대로 놓아 두고 신규 순환 출자만 규제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문재안·안철수, 즉 여야 진영간 '선명성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하는 안철수 후보 ⓒ안철수 캠프 |
安. '계열분리명령제' 도입으로 '文보다 강력' 선명성 강조
안철수 후보는 이날 서울 종로구 공평동 '진심캠프' 사무실에서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정책' 발표 연설을 통해 "경제민주화는 대통령이 지켜야 할 헌법적 가치"라고 주장하며 재벌 개혁 7대 과제를 제시했다. 안 후보는 "경제민주화의 핵심적 가치는 기회의 균등, 과정의 공정, 약자의 보호로 요약할 수 있다"며 "가장 먼저 풀어야 할 문제는 재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재벌 개혁의 구체적인 추진 방식도 제시했다. 그는 "우선 시급히 추진해야 할 개혁과제를 1단계로 먼저 추진한 후, 재벌의 불법행위가 충분하게 통제되는지 (대통령 직속) 재벌개혁위원회를 통해 점검하겠다"며 "만일 1단계 조치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가 미흡하여 재벌이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동행하지 못하는 경우, 제2단계로 계열분리명령제 등 보다 강력한 구조개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내 놓은 7대 과제는 (1) 편법 상속·증여, 일감 몰아주기, 골목 상권 침해 방지 (2) 총수 등 특수관계인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제재 (3) 금산분리 강화 (4) 순환출자 금지 (5) 지주회사 규제 강화 (6) 재벌 지배구조에 대한 통제 강화 (7) 일반집중 폐해 시정 및 시스템리스크 관리 등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재벌 총수 등의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키로 했다. 이는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생각과도 일치한다. 또 총수 및 임직원의 불공정 거래 관련 처벌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산 분리 강화와 관련해 새누리당이 날치기 처리한 은행법 및 금융지주회사법을 지난 2009년 개정 이전으로 돌려놓겠다고 공언했다. 신규 순환 출자를 금지하고, 기존 순환 출자의 해소를 유도하되 실행되지 않을 경우 강제 이행 방안을 적용키로 했다.
안 후보는 "대통령에 출마하는 세 후보가 모두 경제민주화를 말씀 드린다. 다만 저는 두 분 보다 좀 더 먼길을 걸어보려고 한다"며 차별성을 내세웠다. 안 후보는 "제게 경제민주화는 단순히 재벌개혁과 금융개혁이 아니다. 재벌개혁은 시작일 뿐이다. 그 과정을 통해 여러분의 삶을 풍요롭게 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가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내놓으며 '계열 분리 명령제'와 같은 국가의 강력한 통제를 언급한 것은 주목된다. 문 후보와 내용 면에서 비슷하지만, 강력한 실천 방안을 제시함으로서 차별성을 부각시켰다는 평이다. 안 후보 측 전성인 홍익대 교수가 "문 후보 재벌 개혁 정책은 세지 않다"고 한 것 역시 이 방안을 염두한 뒤 나온 말이다. 안 후보의 '계열 분리 명령제'는 발표 이전부터 친재벌 성향 경제 신문 등으로부터 집중 난타를 당했었다.
안 후보 측은 "재벌 개혁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을 할 것인가' 보다 '진정으로 추진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세'가 없는 안 후보가 구체적인 실천 방향을 제시한다고 해서 현실적으로 되겠느냐"는 우려들도 나온다. 다만 안 후보나 문 후보의 경우 일정한 '공감대'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박근혜 후보의 보수 진영은 재벌 개혁 '수위'를 두고 여전히 '김종인-보수파' 전선에서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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