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전 의원의 말을 종합해보면 K씨는 송 전 의원에게 "여자친구가 돼 달라"는 식으로 접근했고, "비가 많이 오네요", "함께 볼까요" 하는 식의 '구애'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송 전 의원은 녹취록에 나타난 대화가 오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K씨를 두고 "미친 사람이구나" 생각해 사실상 인연을 끊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송 전 의원은 지난 8월 18일 K씨와 만나 "12월 대선 때 (지역구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지지표) 6만 표를 얻으려면 1억5000만 원이 필요하다"고 노골적으로 대선 자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K씨가 난색을 표하자 송 전 의원은 "(지역구 주민들에게) 대선 때 (박 후보를) 좀 찍어달라고 하려면 한 달에 1500만~1800만 원이 드는데, 그것까지 제가 손을 벌리면 (금액이) 너무 크고, 여의도 오피스텔 하나는 좀 도와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7평 기준으로 관리비에 (일 도와줄) 아가씨까지 있으려면, 보증금 1000만 원에 한 달에 250만~300만 원 정도는 주셔야 된다"는 말도 했다.
또 그는 "내가 (박 후보의 핵심 측근인) ㄴ의원에게 2억~3억 원만 갖다줬어도 (대구에서) 공천을 받았을 텐데, 돈을 안 줘서 남양주갑 공천을 받았다"고도 했다. 송 전 의원은 이번 파문으로 당에서 출당을 당한 상황이다.
▲ 송영선 전 의원 ⓒ뉴시스 |
송영선의 격정 토로 "K씨, 나에게 '여자친구가 돼 달라'고도 했다"
송 전 의원은 K씨와 인연에 대해 "지난 6월 말쯤 경북여고 후배인 J씨로부터 대화 파트너, 쉽게 말해 골프 칠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해서 한 분(Y씨)을 소개 받았다"라며 "그분의 제일 친한 친구라는 분이 고향 친구 (K씨)"라고 설명했다. 후배 친구의 친구라는 것이다. 송 전 의원은 후배 친구 Y씨와 그의 친구 K에 대해 "그분들이 저의 왕팬이다"라고 설명했다.
송 전 의원은 "Y씨가 K씨에게 송 전 의원이 선거에 2주 만에 뛰어가도 4만 3000표를 얻는데, 내가 열심히 하면 박근혜 대표를 위해 6만 표를 만들 자신이 있다고 하는데, 힘이 되는 정말 좋은 사람이 있으니 소개를 하겠다고 했고, 필요한 일을 하면 지원을 앞장서서 할 것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송 전 의원은 "Y씨와 K씨와 저, 세 사람이 우연히 만나 식사를 한 번 하고, 추가로 두 번을 K라는 사람을 혼자 만났다. 그분이 저를 만나자고 얘기한 것"이라며 "K씨가 내 자서전을 읽고 와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자기 딸에게 내가 롤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K씨가 17대 대선 과정에서 박 후보를 돕다 불법 자금 수수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홍윤식 씨를 언급하며 "홍윤식 씨가, 17대 때 박근혜 후보의 제일 측근이었는데, 자기 돈을 25억 원 빌려갔는데 나보고 받아달라고 했다"면서 "나는 그런 일 하려고 여기 나온 것 아니라고 하면서 거절했다"는 사연을 털어놓기도 했다. 거절을 당한 K씨는 송 전 의원에게 "여자친구가 돼 달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그는 "자기가 오랫동안 친구가 없었는데 나 같은 사람에게 여자친구가 돼 주면 어떻냐고 했다. 그래서 내가 약간 콧방귀를 뀌면서 '말이 되는 얘기를 해야죠' 했다. 그래도 그냥 분위기 좋게 헤어졌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녹취록 내용 "돈 요구한 일 있다" 시인
그러나 이같은 일이 있은 후, 문제의 녹취록이 만들어진 지난 8월 18일에 송 전 의원은 K씨와 만났다. 송 전 의원은 "8월 18일이 제 생일이다. 18일에 남양주에서 지역구를 하고 있는데 생일이니까. 밥을 사겠다고 오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태원에 칸막이가 돼 있는 음식점에 갔다. 제가 채소를 좋아하니까 야채로만 된 게 나오는 무공해 이런 것으로 나오는 식사를 하게 됐다. 식사를 하면서 K씨가 '오늘 생일이니 기분 좋게 얘기해라' 해서 솔직히 얘기했다"고 녹취록 내용을 시인했다.
송 전 의원은 처음에 "18일이 맞느냐"는 질문에 "그것도 모른다. 언제인지 전혀 모른다"고 했다가 진행자가 "녹취록을 들어보자"며 송 전 의원의 당시 발언을 언급하자 "18일이 맞는 것 같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돈을 요구한 것도 사실이냐"는 질문에 "예"라고 말했다.
송 전 의원은 "(K씨가) 난색을 표한 것도 아니었다. 또 그때 앞부분에 또 (홍윤식 씨) 얘기를 했다. 이분이 여기에 대해 굉장히 집요하더라. 나는 못 한다고 했는데, 그러고 난 뒤에 며칠 있다가 저에게 문자가 왔다. '후원회장을 못하게 돼 죄송하다'고 해서 내가 딱 '잘 알겠습니다'라고 간단하게 답했다. 그리고 나서 전화를 안 했다"고 말했다. 송 전 의원은 "그 이후에도 '비가 많이 오네요', '함께 볼까요' 이런 식으로 문자가 왔다. 그래서 내가 속으로 약간 '미친 사람이구나' 이렇게 하고만 넘어갔는데, 어제 아침(19일)에, 사건이 터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송 전 의원은 "당시 6만 표에 1억 5000만 원이라고 했느냐"는 확인 질문에 "6만 표에 1억 5000만 원이라고 한 의미가 아니다. 당협을 꾸려가고 선거도 그렇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1억 5000만 원이라는 것은 자기가 계산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피스텔 얘기를 왜 꺼냈느냐 하면 자기 딸을 처음에 얘기했던 것처럼 (롤모델로 만들고 싶다고 하니까) 제 옆에 두고 교육을 좀 시키고 싶다고 하더라"며 "자기가 먼저 받아서 '아 메리어트 호텔을 (방을) 하나 사버리지 뭐'라고 하더라. 그럴 것까지는 없고, 어찌됐든 딸이 관심이 있다고 하면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현영희 공천 헌금' 보니, 나도 돈이 있었으면 몸부림이라도…"
송 전 의원은 친박 핵심 실세를 거론하며 "2억~3억 원만 갖다 줬어도 대구에 공천을 받았을 것"이라고 한 데 대해 "당시 2월 15일이 공천 서류 마감날이다. 그런데 2월 13일에 저를 목을 쳤다. 서류 심사도 안 했다. 그 억하심정에 제 생각은 그런 말도 해 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송 전 의원은 "공천 끝나고 난 후에 공천 헌금으로 얼마나 말이 많나. 지나고 보니까 그럴 줄 알았으면 나도 돈이 있었으면 몸부림이라도 한번 쳐봤을 것이라는 애석함 속에서 나온 말"이라고 설명했다. 현영희 의원의 사례를 '공천헌금 수수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나는 비례대표 두 번 하면서 1원도 안 썼는데 (현영희 의원은) 돈을 주고도 저렇게 되는 것 아닌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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