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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SSM 가맹점化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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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SSM 가맹점化 선언

중소상인들 "허가제 피하려는 눈속임"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규제 여부를 놓고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삼성테스코 홈플러스가 가맹점이라는 '카드'를 내세우며 반격에 나섰다.

중소상인들의 대항수단이었던 사업조정제도 역시 대부분 결론을 맺지 못한 채 중소기업청의 강제 조정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가맹점 제도가 사실상 SSM에 대한 허가제 규제마저 무너뜨릴 수 있고, 중기청의 사업조정심의회 역시 심의 위원의 구성을 봤을 때 대기업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가능성이 커 중소상인들이 넘어야 할 산은 한층 더 험난해진 셈이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에 신청한 SSM 가맹사업에 대한 정보공개서를 9일 공정위원회 가맹사업거래 홈페이지에 게시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이르면 이달 내로 가맹점주를 선발해 첫 점포까지 개장할 계획이다.

SSM 가맹점은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이 지난 7월에도 언급한 바 있어 예상 밖의 일은 아니다. 중소상인들은 그동안 초기 투자비용이 10억 원에 이르는 가맹점 사업은 사실상 영세 상인들의 접근을 차단하면서 SSM을 진출시키려는 작전에 불과하다고 비판해왔다.

홈플러스 측은 이에 대해 지역 소상인을 최우선으로 가맹점주에 선정하고 초기 투자비용도 2억 원 미만이 되도록 지원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가맹점 사업에서 유례없이 가맹점 대 본사가 45:55의 비율로 수익을 나누고 연 수익이 5500만 원 수준에 미달할 때는 본사가 차익을 보전해 주는 등 소상인과 상생할 방안이 이번 사업 계획에 담겨 있다"며 "현재 사업조정이 신청된 지역을 의식한 게 아니라 유통시장에도 가맹점을 도입해 활성화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 중소상인 전국네트워크가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 사업조정신청지역 전국 중소상인대표단 워크샵 및 기자회견에서 한 중소상인이 민주당 노영민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프레시안

"가맹점 허용되면 허가제 시행해도 SSM 못 막아"

중소상인 전국네트워크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를 열고 홈플러스의 가맹점 사업 계획이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가맹점은 사업조정 신청 대상에서 제외돼 중소상인들이 입점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사업조정신청이 걸린 SSM에 대한 사업계획을 중지하고 가맹점주를 선정해 개장하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전국상인연합회 대형마트규제비대위의 인태연 부위원장은 "홈플러스의 가맹점이 허용되면 SSM에 대한 개설 허가제가 시행돼도 SSM을 막을 방도가 없어지게 된다"며 "가맹점 사업은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이 법망을 피해 나가기 위해 만든 또 하나의 '묘안'"이라고 비판했다.

홈플러스는 가맹점 형태 이외에도 기존의 직영점 역시 확대할 방침이다. 따라서 중소상인의 저항이 덜한 신도시 등에는 직영점의 형태로, 갈등이 이는 지역에는 가맹점 형태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가맹점과 직영점 이외에도 일정한 보증금을 내고 SSM을 운영하는 위탁경영의 방식도 있다.중소상인들은 위탁경영이 사실상 점주를 비정규직의 형태로 고용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판매 실적이 나쁘면 본사가 계약자를 마음대로 해고하고 직영점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국네트워크의 신규철 집행위원장은 "현재 청주에서도 CS마트와의 갈등이 심한데 2군데가 사업정지 권고를 당했음에도 개점을 강행하고 있고 가맹점 형태의 점포도 14군데나 진출할 예정"이라며 "GS마트나 패미리마트 같은 편의점에서 알 수 있듯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중소상인이 가맹점에 가입한다 해도 '인건비 따먹기' 수준의 매출만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 의원 입법안으로 올라온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중 가맹점을 사업조정 대상으로 분류한 법안은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의 안이 유일하다. 중소상인들은 이 법안마저도 연내에 처리하지 않으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도 "논의가 내년으로 넘어가면 세종시나 4대강 사업, 지방선거 등의 이슈 때문에 SSM 문제가 묻힐 가능성이 있다"며 "연내에 입법이 가능하도록 국회 밖에서 중소상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함께 참석한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일부 의원이 SSM 규제 촉구 결의안에 서명하기도 했던 한나라당이나 허가제로 당론을 정했다는 민주당 모두 SSM 문제를 공식적인 절차에 따라 논의한 기록을 찾지 못했다"며 "중소상인 단체들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이러한 흐름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중기청, 강제 조정 절차 들어갈 듯…"심의 위원 구성 우려"

그동안 중소상인들이 SSM에 저항할 유일한 법적 수단이었던 사업조정 제도도 난항을 맞고 있다. 전국에 제기된 83건의 사업조정 신청 중 중기청이 정한 자율조정 기간인 120일을 넘긴 사례가 29건에 달한다. 나머지 지역 역시 조정을 마친 곳은 8곳에 불과하다. 기간을 넘긴 곳은 결국 중기청의 사업조정심의회에 의해 강제 조정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전국네트워크에 따르면 중기청은 이미 지난 7월에 사업조정을 신청해 자율조정 기간을 넘긴 14개 지역에 대해 피해예상액과 상인들의 소득에 대한 자료를 제출해 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상인들은 최종 판단을 내릴 사업조정심의회의 구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심의회 위원 수는 총 10명인데 상인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위원은 중소기업중앙회 측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근식 부산 사전조정협의회 위원은 "그동안 지역에서 진행된 조정 과정에서도 대기업들은 영업시간을 1시간 줄이거나 담배 판매를 중지하는 등의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협상 내용만을 내놓았고 위원들은 방관하거나 대기업 친화적인 발언으로 상인들을 궁지에 몰아넣곤 했다"며 "중기청은 피해액을 파악하기 위해 세금계산서를 제출하라고 하지만 중소상인들이 이런 자료를 갖출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근식 위원은 "지식경제부나 유통 전문가, 전국경제인연합회 측 위원들은 대기업의 이해만을 강조하거나 중소상인들이 즉각적으로 갖출 수 없는 경쟁력 강화를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동안 소비자 후생을 들며 SSM 입점을 옹호해온 단체 측 위원 역시 대기업의 손을 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네트워크는 "중소상인들은 중기청 사업조정심의회가 사업연기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하나 마나한 축소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며 "유통 대기업들은 설사 사업연기 결정이 나더라도 벌금 5000만 원을 감수하고 영업을 강행할 것이고 행정소송과 가처분 신청도 불사할 것이라며 중기청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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