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7기 부산시의 공공기관 이사장을 포함한 고위층 인사가 오거돈 부산시장 선거캠프의 보은인사라는 비난이 일고 있는 가운데 부산 해운대 유명 고깃집 대표가 공공기관 감사로 내정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4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 산하 지방공사·공단은 부산교통공사, 부산도시공사, 부산관광공사, 부산시설공단, 부산환경공단, 부산경륜공단(스포원) 등 6곳의 사장(이사장)과 이사, 감사 등 임원에 대한 인선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지방공기업 사장 등을 추천하는 임원추천위원회는 7명의 위원 중 사장 2명, 공기업 이사회 2명, 시의회 3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공기업 이사 대부분을 시장이 구성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선택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었다.
이에 올해 공기업 인사에서는 부산시의회의 요구로 공정성과 책임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검증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인사검증회'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으나 법률적인 근거가 없어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 인사를 보면 여전히 전문성과 책임성이 결여된 '보은인사' 일색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건 오거돈 시장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문제는 더 심각해 보인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부산여성가족개발원에 성향숙 부산가톨릭대 교수와 이기숙 전 신라대 교수, 부산관광공사 사장에 정희준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 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회 원장에는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를 지낸 박영미 씨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부산교통공사 사장에는 정경진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 부산도시공사 사장은 김종원 도시공사 도시개발본부장, 부산시설공단 이사장은 추연길 전 부산항만공사 부사장, 스포원 이사장에는 김종철 전 부산시상수도본부장, 부산환경공단에는 배광효 전 부산시 시민안전실장이 내정된 상태로 알려졌다.
이번에 내정되거나 거론되는 인사들을 면면을 보면 대부분 오거돈 부산시장의 선거캠프에 요직을 맡았거나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이같은 공공기관 임원 인사 경향을 두고 주위에서는 기관 특성에 맞는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앉히기보다는 캠프 출신 챙겨주기 식의 '보은 인사'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외에도 '보은 인사'격으로 보이는 인선들이 내·외부적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월 2일 부산일보 기사를 통해 부산환경공단 감사 후임으로 오거돈 시장 캠프에서 총괄본부장을 지낸 강진수 씨가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난의 수위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강진수 씨는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인근에서 대형 고깃집을 운영하며 정의당을 거쳐 민주당 소속 활동을 해온 인물로 사실상 정치인이나 공공기관 감사직을 수행할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인사다.
이같은 사실에 대해 강진수 씨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처음에는 건설노조 출신으로 사실 도시공사 감사를 하려고 했다. 6년 노조를 했으니 감사 자리는 할 수 있지 않는가 얘기를 했고 호텔 사장 출신이니깐 관광공사 감사로 자리가 빈다면 가고 싶다고 의사를 피력했다"며 이번 인사에 자신의 자리를 확보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다. 본인이 치부를 드러낸 셈이다.
이어 "거기에는 나보다 선거 공로가 많은 사람들이 아니면 전문가들이 있는가 보던데 나보고는 안 맞는다고 하길래 그래서 저는 알겠다 했다"며 "설령 보은인사라도 다 그렇게 해왔으니깐 그런 사람들이 자리를 맡아서 정말 연임을 해도 될 만큼 일을 잘했느냐 안 했느냐 평가해보면 다 못했다. 그래서 보은인사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강진수 씨는 "감사채용 요건 7가지가 있는데 6가지가 해당이 안 된다. 전부 다 공무원들이 갈 수 있도록 요건을 만든 것이다"며 "과거 보은인사였던 사람들이 보은인사를 잘했다면 보은인사가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며 "지금의 관행대로 전문가라고 다 넣어놨는데 그 사람들이 한 것이 무엇인가 내가 실력으로 새롭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강진수 씨의 감사직 내정에 대해 부산시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사실 민주당이 처음으로 정권을 교체한 것인데 캠프 인사가 갈 수 있는 자리가 어디 있겠는가. 시설공단은 감사라는 자리도 없고 교통공단은 규모가 크니 그냥 낙하산을 보내기 힘든 곳이고 환경공단은 공무원 출신이 이사장으로 가니 캠프에서 감사 정도는 들어가서 견제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당으로 봐서는 대선때부터 자신이 조직을 짜고 직접 운영한다는 게 결국은 사비를 써가면서 관리하는 것인데 그런 부분이 인정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는 가운데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보은인사가 선거니깐 할 수밖에 없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 전문성과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인사를 선임해야 한다"며 "23년만에 바뀌게 된 정권에 대한 기대감을 일시에 무너뜨리는 이런 보은인사는 민심을 이탈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만약 적절한 인물이 없다면 공개적인 절차를 거치면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추승진 민주노총 부산본부 조직국장은 "전문적 특성을 가진 해당 공공기관에 맞는 사람이 배치돼야 하는 것이 맞다. 선임하는 과정에서 객관성·투명성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인심검증회도 요식행위로 별 효과가 없었다"며 "바꿔야 한다는 의지는 있지만 부산시와 시의회도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좌충우돌하면서 보은인사가 진행된 부분은 과거의 적폐를 벗어나지 못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9월 10일 부산지하철노조가 발표한 '경영진 구성 관련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1416명)의 42.3%가 역대 경영진 구성 절차가 '매우 공정하지 않다'라고 답했다. '공정하지 않았다'고 답한 48.9%를 더한다면 91.2%가 경영진 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바라보고 있었다.
경영진이 임명된 배경을 '정치적 이해관계'라고 꼽은 경우는 88.3%로 가장 많았다. 이 때문인지 차기 경영진 구성에서는 내부 직원의 의사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89%로 가장 컸다. 차기 경영진이 갖춰야 할 자질로는 '공공성 등 사회적 가치 실현 의지' (50.4%), '소통 능력' (38.3%)을 꼽는 순으로 응답자가 많았다.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오거돈 후보는 적폐청산과 한국당의 독재 등을 문제삼으며 민선7기 부산시장으로 당선됐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부산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민주당과 오시장의 약속이 지켜지기를 진심으로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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