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현대차 2012년 교섭결과에 대한 다른 시각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현대차 2012년 교섭결과에 대한 다른 시각

[시민정치시평] 조직노동운동은 기업의 벽을 넘을 수 없는가?

지난달 30일 현대차 노사는 2012년 임금교섭을 마무리했다. 이번 교섭에서 의미 있는 성과는 지난 수년 동안 노사 간에 가장 쟁점이 되었던 철야노동 폐지를 비롯한 교대제 전환을 합의했다는 것이다. 세부 실행계획에서 이견이 아직도 남아 있지만, 이번 합의는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왜냐하면 주야 맞교대제의 폐지와 주간연속2교대제의 도입이 철야노동에 고통 받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발휘할 뿐만 아니라, 기업으로 하여금 질적 경쟁력 향상을 위한 새로운 계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제 노동자들은 적어도 하루에 한번 이상 가족과 식사를 할 수 있는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며, 현대차 또한 단위 시간당 생산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작업혁신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2조 각각 하루 10시간씩, 주야로 교대근무를 하는 주야 맞교대제는 제조업 전체 사업장의 약 70%가 채택하고 있는 근무형태이다. 격주 단위 밤샘근무와 일상화된 연장근무를 기본으로 하는 주야 맞교대제로 인해 수면장애, 급성 심근근색 등 노동자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주야 맞교대제가 생산현장에서 발생하는 뇌졸증과 과로사의 주범이라는 사실 또한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래서 서구사회의 경우 아예 이러한 형태의 교대제가 존재하지도 않으며, 일본조차 1990년대 초반 주야 맞교대제를 주간연속2교대제와 3조 3교대제로 바꾸었다.

2004년에 시작되어 근 8년을 끌어온 교대제 전환을 둘러싼 논란이 남긴 상흔으로 인해 어렵게 성사된 이번 합의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생산량 부족분을 만회하기 위해 합의된 생산속도의 증가와 추가 작업시간의 확보가 노동 강도의 강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은 것으로 안다. 임금보전차원에서 합의된 시급제의 월급제로의 전환이 완전월급제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연동수당의 추가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생산효율의 증가에 따라 요구되는 신규인원충원도 사용자에게 약속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즉 이번 합의에 비판적인 이들은 노동 강도의 강화가 없고, 임금삭감이 없고, 고용불안이 없는 주간연속2교대제의 '3무(無)' 원칙이 무너졌다고 평가한다.

ⓒ프레시안(김윤나영)
하지만 이러한 평가는 제3자의 눈으로 볼 때, 기득권 유지를 고집하는 내부자의 논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노동 강도의 강화여부는 생산속도 증가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체감도에 달려 있다. 철야 10시간 근무보다 저녁시간 9시간이 더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노동자는 거의 없다. 또한 법정노동시간의 단축도 아니고 단지 초과노동시간을 줄이는데 아무런 상응조치 없이 기존 총액임금을 그대로 지급하라는 논리에 동감할 수 있는 이는 별로 없다. 그리고 신규인원충원의 논리는 자신의 노동 강도를 낮추는 것을 목적으로 내세울 문제가 아니라, 대기업의 고용에 대한 책임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제기해야 할 사안이다. 한마디로 기존 취업자, 즉 현대차 종업원 입장에서 제기되는 비판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사실 이번 합의의 문제점은 다른 측면에서 제기되어야 한다. 이번 교섭과정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재벌대기업의 노사는 여전히 자신의 이익을 모든 것에 우선하는 '내부자논리'에 심각하게 빠져 있을 뿐만 아니라, 시대적 요구가 되고 있는 '고용에 대한 대기업 노사의 사회적 책임'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였다.

먼저 불법파견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노사교섭이 노노간 심각한 갈등을 빚으면서 결국 이후 특별교섭의 과제로 기약 없이 미루어졌다. 현대차가 제시한 방안이 3000명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가 아니라, '신규채용'에 불과하며, 그것도 회사 입맛에 맞는 사내하청을 선별해서 뽑겠다는 '꼼수'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상황의 급박성과 처지의 애절함을 충분히 이해함에도 불구하고 사내하청 노조는 조합원의 '우선채용'이라는 자충수를 두기도 했다. 그리고 몇 달 후면 줄줄이 계약해지 위험에 처하게 될 소위 '직접고용 기간제'로 전환된 한시하청 노동자 1500명에 대한 대책은 현대차 노사는 물론, 사내하청 지회조차 언급이 거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차 사내하청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대차가 대법원의 최종판결을 존중하고 해고자 최병승을 정규직으로 인정해야 한다. 이렇게 될 때만 사내하청 정규직화에 대한 특별교섭에서 신뢰에 기반을 둔 합리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다.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현대차 노동자는 물론, 사내하청 노동자 대부분이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의 '즉각적인' 정규직 전환이 얼마나 비현실적인가를 잘 알고 있다. 사내하청 노동자의 '단계적' 정규직화방안을 찾기 위해 현대차 노사는 물론, 사내하청 노동자와 시민사회세력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독일 폭스바겐(VW)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폭스바겐 노사는 기업협정을 통해 법률조항 보다 더 엄격한 도급과 파견의 구분기준을 기업협정을 정해 불법파견의 오해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또한 합법적인 파견노동에 대해서도 5% 제한비율(쿼터)제를 단체협약으로 합의하여 이를 초과하는 경우 노사가 합의한 채용규칙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2011년 노사협의를 통해 2012년에 총 2200명의 파견노동자를 분기별로 각 550명씩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또한 이번 현대차 노사합의는 재벌대기업의 노사가 청년고용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한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번에 합의된 교대제 전환으로 노동시간은 주당 50시간에서 42.5시간으로 약 15%가 줄어들지만, 고용창출효과는 제로이다. 현대차는 2016년까지 사내하청 3000명의 신규채용을 제시했지만, 그 대상자는 현재 현대차에서 일하고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다. 만에 하나 이들이 정규직 전환이 된다고 하더라도 사내하청 노동자의 소속이 현대차로 바뀔 뿐이지, '고용 없는 성장과 청년실업' 시대에 대기업의 사회적 책무로 인식되는 좋은 일자리 창출효과는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작년 연말 고용노동부의 기획이벤트로 난처한 처지에 봉착한 현대차가 제출한 '장시간근로개선계획'에서 약속했던 2012년 900명의 신규채용에 대해 이번 교섭에 어떠한 언급도 없다는 사실이다. 불법파견 해결과 청년일자리 제공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불법파견 사내하청 노동자의 신규채용으로 위장하는 현대차의 '꼼수'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러한 비난에 현대차 노동조합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노조집행부 뿐만 아니라, 수많은 현장조직까지 입으로는 신규인원충원을 매번 외쳤지만, 이를 관철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투쟁을 아직까지 해본 적이 없다. OECD 평균 보다 무려 900시간이 많고, 한국 평균 보다 약 500시간이 더 많은 현대차의 장시간노동체제는 전형적인 노사담합의 산물이다. 심야노동과 장시간노동으로 인한 노동자의 건강문제를 제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300% 이상 가산수당이 붙는 휴일특근을 보장받기 위해 사업부간 경쟁을 벌리는 현실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경기불황시 고용안정을 위한 노동시간단축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듯이, 경기호황의 고용창출여력을 새로운 일자리의 제공으로 현실화시키기 위해 장시간노동을 억제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기본 덕목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장시간노동체제에 대한 현대차 노사의 담합구조는 좋은 일자리의 고용능력을 소진시키고 청년고용의 가능성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90년대 이후 경기불황시기 마다 자신의 이해와 요구를 최대한 절제하고 미래세대인 청년들의 일자리 제공을 최우선 협약체결 목표로 삼았던 독일금속노조(IG Metall)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1993년 폭스바겐 노사가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할 때, 전제조건이 바로 약 6000명에 이르는 청년견습생의 '계속고용보장'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세계자동차산업의 불황기, 그리고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하에서도 독일금속노조는 임금인상에 대한 '일시적' 유보를 조건으로 하여 수만 명에 이르는 청년견습생의 일자리를 지키는데 성공하였다.

이와 같이 이번 현대차 노사합의는 고용에 대한 대기업 노사의 사회적 책임이 어떤 방향과 내용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를 반문해보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불법파견과 장시간노동의 확산에 대한 일차적 책임이 사용자에게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것이 재벌대기업의 조직노동자에게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내부노동자의 단결과 투쟁이 기업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공장 밖의 사회적 연대세력과 만나지 못하면 결국 기득권층으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지금 한창 현대차에서 총회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내하청과 청년고용에 대한 대기업 노사의 사회적 책임을 제기하는 것이 단지 외부자의 생뚱맞은 딴지로 오해받지 않기를 기대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