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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풀려도 예전같지 않은 중국 관광객,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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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사드' 풀려도 예전같지 않은 중국 관광객, 왜?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유커'(游客)가 떠나고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한국을 방문하는 유커는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한국관광공사의 통계에 의하면 1995년부터 2016년까지의 한국 방문 중국인의 연평균 증가율은 약 18%로 나타났다.

올해 중국 국가 여유국(중국의 관광청)은 아웃바운드(Outbound, 해외 여행) 단체 여행 시스템과 인터넷 데이터를 분석하여 황금 연휴기간(국경절 연휴, 10월1일부터 7일까지)동안 600만 명이 해외여행을 할 것으로 예측했다. 따라서 유커를 유치하기 위해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부, 시·도·지방자치단체, 한국관광공사 등 각종 기관들까지 치열하게 마케팅을 진행한다.

그러나 올해 유커는 기존과 조금 다른 분위기를 띠고 있다. 2017년의 중국 정부의 한국 방문 단체 여행객 제한 조치가 해제된 이후에도 유커에 대한 회복이 너무 더디다. 그 원인을 파악하는 데 있어 고려해야 할 대외적 변수 요인이 너무 많다.

환율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 타 국가의 반(反)중국 각종 시위 등은 유커를 한국으로 흡인하는 결정요인이지만, 결정적 판단 및 적용이 불가능한 환경요인이다. 그렇다면 한국 여행에 대한 상품성 유무로 판단을 해야 되는데, 이를 판단할 구체적 근거인 유커의 한국 여행 만족도는 매우 부정적인 결과로 나타났다.

설문 결과 관광자원이 부족하거나 서로 유사하여 흥미가 반감되고 있음으로 밝혀졌다. 또한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유커들은 한국인들에게 비하당하고 있으며, 바가지 요금으로 괴롭힘 당하고 있다. 그 결과 유커들은 점점 다른 해외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유커가 대규모로 방문하는 10월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커 현황과 문제제기


2010년 이후부터 유커들의 폭증에 힘입어 성장을 거듭하던 여행 관련 산업들이 크게 주춤했던 시기가 바로 2017년이다. 2017년은 주한미군의 사드(THAAD) 도입과 관련해 매우 혼란스러운 해였다. 여행, 무역 및 각종 산업 분야에서의 대(對)중국 의존도가 나날이 높아져 가고 있는 한국에게는 매우 곤혹스러운 시기였다.

중국 정부는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반대하며 즉각적으로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단행하였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단체 여행객에 대한 한국 관광 제한이다. 그 결과 2017년 한국을 방문한 유커 수는 416만 9353명으로 전년 대비 48.3%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2017년 이전을 살펴보면 2015년에는 598만 4170명, 2016년에는 806만 7722명의 유커가 한국을 찾았다. 문제는 유커 감소 현상의 영향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단체 관광 제한조치가 해제된 2018년 1월부터 8월까지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수는 305만 9075명으로 2017년 동기 대비 큰 폭의 향상이 있었으나, 2016년 활황기의 유커 수에는 미치지 못한다.

결국 유커 방문 수 하락에 대한 원인은 사드 사태 외에, 기존부터 존재했던 구조적 문제와 연관된 여러 사항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한국 관광 업계는 유커가 한국을 방문하는 이유와 그들의 트렌드를 고찰하여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한국 여행 산업의 구조적 문제

한국은 유커가 가장 많이 찾는 나라이다. 유커에게 한국은 지리적 근접성, 안정된 치안, 정식 명품 구매 가능, 비자 완화 등의 이유로 가장 방문하기 편한 여행지다. 따라서 한국은 유커들이 '치맥 파티'를 위해 대규모 여행단을 형성해 방문할 정도로 문화적 접근성이 우수하다. 한국이 타 국가 대비 유커 흡인요인에 대한 비교우위가 뛰어나다는 의미다.

그러나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이러한 환경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018년 중국 내 온오프라인 여행사가 밝힌 한국 방문 유커는 기존의 단체 관광객에서 개별·자유 여행자가 주된 계층으로 바뀌었으며, 이들은 전체 여행객의 약 70%를 차지한다.

이들은 오프라인 여행사보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여행 정보를 수집하고, 통번역 앱을 통해 기존의 여행지가 아닌 새로운 드라마 촬영지나 홍대, 신촌 등 젊은이들의 핫스팟(hot spot)을 여행하는 등 기존과 다른 형태의 관광 특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숫자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또한 유커의 약 59%가 여성들이며, 방문객의 약 30%가 21~30세, 약 27%가 31~40세의 젊은층으로 집계됐다(한국관광공사 여행산업보고서 2018 Vol.14 참조). 따라서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유커들의 변화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의 여행 산업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만큼 대처가 늦어지고 있다. 첫째, 아직도 지자체 및 관련기관에서 책정한 홍보 및 마케팅은 개별·자유 여행자보다 단체 관광객 유치에 방향을 주력하고 있다.

최근 유커들은 '80후(後)'세대로 불리는 밀레니엄 세대이다. 이들은 해외여행을 갈망하고 스마트폰을 통해 해외여행을 간접 체험하며 관련 정보를 습득한다. 즉, 유커들에게 접근하기 위해서 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을 통해 접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스마트폰과 같은 플랫폼을 활용하기보다 단체 관광객을 확보하기 위해 TV등 대중매체 광고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그나마 중국인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황금 시간대에 중국 관영 매체에서의 한국여행에 관한 홍보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 시간대에 홍보는 극히 드물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둘째, 한국의 기업들이 유커의 소비 트렌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중국인들의 소득 수준은 기존에 비해 전반적으로 향상되었지만, 해외여행에 대한 저변이 확대되면서 점차 실속형 관광을 찾는 추세가 급증하고 있다.

바이두(baidu, 중국 최대 검색엔진)에 한국여행에 대한 검색 결과로 '합리적 가격', '한국 여행 공략' 등의 문구들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이러한 문구들은 가성비있는 여행을 즐기겠다는 유커의 심리를 대변한다.

실제로 최근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유커의 구성에서 소득 수준이 비교적 낮은 도시의 20대 화이트 칼라와 연금 생활자 유커의 비중이 확대되었음이 드러났다. 따라서 유커의 구성 비율이 변했다면, 이들을 위한 상품과 각종 관련 사항에 변화가 필요하다.

기업들은 기존의 홍삼과 같은 건강식품이나 김 등과 같은 일반식품보다는 젊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화장품이나 액세서리 제품군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젊은 여성들이 향유할 수 있는 한류에 기반한 관광지, 음식, 패션 등과 같은 체험형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또한 실속형 여행이 될 수 있도록 숙박 및 음식에 관한 부분도 가격과 서비스를 다양화하고 이에 따른 지원과 관리가 이뤄지도록 노력해야한다. 그리고 정부나 지자체는 무료 와이파이(WIFI) 지역 확대, 중국 유니온 페이 등과 연동되는 스마트폰 결재 시스템의 구비 등과 같은 스마트폰 기반의 편의 제공을 확대하여 젊은 유커에 대한 흡인요소를 꾸준히 제공해야 한다.

셋째, '싼커(散客)'에 대한 대응책이 절실하다. 싼커는 유커 중에서 개별 여행객을 지칭하는 단어로, 단체 여행객에 비해 여행 지출비용이 월등히 높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유커에 대한 관광 지원책으로 추진된 제주도 무비자 입국 제도와 연관이 깊다.

즉, 중국에서 출발하여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가 김포공항을 경유해서 갈 경우 승객들에게 중간 경유지로서 서울 주변지역에서 5일간 무비자 체류를 허용해주는 제도이며, 싼커들은 이러한 제도적 장점을 활용하게 되면서 나타난 새로운 형태의 유커들이다.

이들의 주요 목적은 쇼핑이기 때문에 숙박비와 식비까지 아껴 교통이 편리한 곳의 비즈니스 호텔이나 게스트 하우스 등의 저렴한 숙소를 베이스 캠프로 하여 명품을 구입한다. 따라서 이들은 단체 관광객이 선호하는 면세점보다 백화점 이용을 선호하고, 기존의 관광코스인 '명동, 경복궁, 남산'에서 벗어나 '강남역, 청담동, 가로수길' 등으로 활동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그 와중에 식도락 관광, 콘서트나 공연 관람과 같은 체험형 상품에 대한 수요 역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즉, 이제는 다양화된 유커의 특성에 따라 그들의 주 소비에 대한 공간적 분석과 더불어 상품과 서비스를 집중 및 분산하는 효율적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우리는 상기와 같은 최대한 빨리 한국 여행 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자체 및 관련기관은 관광객의 특성에 맞은 홍보 접근방식을 계획 및 시행하고, 기업은 관광객의 니즈를 다시 파악하여 그에 맞는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부는 유커들이 여행 패턴을 면밀히 분석하여 관련 인프라를 정비, 기업-기관-지자체-관광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공간을 형성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유커를 돈벌이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구성하는 주요 인자로 인식하고 그들이 소비하는 돈에 대해 충분한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환경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커를 대상으로 하는 모든 행위자들은 유커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분석을 지속해야 하며, 이 정보를 연계 및 공유하여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구축해야 한다. 즉, 여행산업 전반을 둘러싼 구조적 개혁을 통해 떠나가는 유커들을 재흡인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미 이탈하는 유커를 잡기 위해 다른 국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중국도 관세인하 및 면세점 확충 등을 통해 유커들을 중국 내로 유도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유커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서둘러 실현해야 한다. 아무리 물건을 잘 만들어도 손님이 오지 않으면 그 가게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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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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