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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신공항 딜레마…'영남 화약고' 터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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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신공항 딜레마…'영남 화약고' 터지나?

[대선읽기] 남부권? 동남권?…박근혜 '입' 보는 '두 개의 영남'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연구와 관련해 10억 원을 내년 예산에 반영키로 하면서 대선을 앞두고 '신공항 전쟁'의 막이 올랐다.

국토해양부는 신공항 관련 항공 수요 등 다각적인 연구를 위한 예산 반영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정부의 신공항 건설 관련 계획에 비춰봤을 때 1년 가량 앞선 것이다. 정부의 추진 의사가 분명해진만큼 이 사안은 결국 "신공항이 어디에 들어서느냐" 하는 입지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재정 건전성'을 외치던 여당이 4대강 사업이나 동남권 신공항 추진과 같은 수십 조원 대의 국책 사업을 공약으로 내 놓는 등 국책 사업이 선거 때마다 쟁점이 되는 현실, 그리고 국책 사업 유치 경쟁으로 지역 민심이 찢기는 현실에 대한 분석과 별개로, 동남권 신공항 등 대형 국책 사업은 이번 대선에서도 여지 없이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수도권에서 약한 입지를 갖고 있는 박 의원의 경우 정치적 '베이스캠프'인 영남권이 신공항 문제로 분열하게 된다면 대선 승리로 가는 길이 어렵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지난 2010년 5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대구를 찾아 '대구경제살리기정책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토론회에서 박 전 대표는 "(대구 경제 살리기 정책들이)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하는 약속이 되어서는 안된다" 며 "국민 앞에서 한 약속것은 반드시 지켜야한다"고 말했다. 토론회 직후 박 전 대표는 참석자들과 밀양 공항 유치 결의대회에 참석했다. ⓒ뉴시스

여권에 '악재' 됐던 신공항 '흑역사'

동남권 신공항은 지난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빛을 본 후, 밀양과 부산 가덕도 유치를 두고 대구 경북과 부산이 격렬하게 대립했던 이슈다. 이명박 대통령은 결국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해 3월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이를 백지화시켰다. 결국 '표' 때문에 신공항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추진 3년 만의 백지화. 이미 TK와 부산 민심은 갈갈이 찢어진 상황이었다.

영남 민심이 들썩이면서, '영남의 맹주' 박근혜 의원이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됐다. 이 대통령이 백지화 결정을 내린 직후인 지난해 3월 31일, 박근혜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였던 대구 달성군을 찾아 "이번 결정은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라 유감스럽다"며 자신의 대선 공약에 신공항 재추진을 포함시킬 것을 시사했다.

그후 1년 4개월이 흘렀다. 대선을 불과 4개월 남짓 앞두고 있는 지금, 대선 주자들은 또 다시 '신공항 마케팅'에 시동을 걸고 있는 중이다. 박근혜 의원은 지난달 17일 대구 동구 안일초등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신공항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며 "대선 공약으로 기회가 된다면 하려고 마음먹고 있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도 경쟁적으로 신공항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의원, 정세균 의원은 부산 가덕도 유치를 천명했고,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도 "동남권 신공항의 필요성과 장소를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한다"며 대선 공약으로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제주 신공항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고 말했다.

남부권? 동남권?…'두 개의 영남'은 박근혜의 '입' 보고 있다

TK와 부산 지역은 이미 신공항 추진 실패의 좌절을 맛봤다. 다음 대선 주자들은 아마도 이같은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으로 추진했던 사업은 유권자들을 더욱 똑똑하게 만들었다.

입지 선정이 그 지역의 표를 결정한다는 것은 선거 공학이 아니더라도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박근혜 의원은 현재 '남부권 신공항'이라는 비교적 새로운 용어를 구사하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17일 신공항에 대해 얘기하면서 "남부권 신공항 건설에 대해 분명히 말하자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남부권 신공항'이라는 개념은 대구 쪽 인사들 사이에서 나온 것이다. 유승민 의원은 지난 2010년 박근혜 의원, 김범일 대구시장 등과 함께 한 간담회를 가진 후 "밀양으로의 신공항 유치는 광주, 대전, 전남, 전북까지 2000만 명이 넘는 수요가 예상되고, 밀양이냐 가덕도냐의 문제는 이들 지역에서의 접근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며 "영남권이나 동남권 신공항이 아닌 남부권 신공항으로 이름을 바꾸고 전략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남부권 신공항'이 이 개념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박 의원은 그러나 '남부권 신공항'과 관련해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그의 공식 입장은 "특정 지역을 염두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남부권 신공항'을 언급해놓고 '특정 지역'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는 상황은, 박 의원이 딜레마에 빠져들었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지난 총선에서 목격했듯, 여당에 대한 부산 민심은 극도로 악화된 상황이다. 부산 지역 정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새누리당은 지난 4.11총선 때 부산에서 진땀을 뺐다. 거의 여야가 '55대 45' 구도로 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부산 가덕도 신공항 유치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갈 경우 새누리당은 대선 때 부산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될지 모를 일"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박 의원이 부산 가덕도 신공항에 가까운 입장을 보일 경우 TK 민심이 악화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대선 경선이 끝나고 박 의원이 후보로 확정되면, 박 의원은 전국을 도는 여론전에 돌입하게 된다. 대구든 경북이든 부산이든 박 의원이 가는 곳마다 신공항에 대한 질문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영남 지역 민심은 박 의원의 한마디 한마디에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대통령이 백지화를 선언하자마자 재빠르게 대선 공약 추진을 시사한 것으로 보면, '동남권 신공항 재추진'의 저작권은 박근혜 의원에게 있다. 어떤 식으로든 그가 이 문제를 피해가기 어려운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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