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에서 볼 수 있듯이 돈은 국정 시스템까지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부의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비상식적 행태는 더욱 확대되어 상식인양 행세한다. 그 양극화를 주도하는 주범은 바로 토지다. 양극화 문제는 토지로 시작해 토지로 귀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세 상인한테 불로소득 가져가는 건물주
인간은 본래 토지에서 태어나 토지의 생산물을 먹어야만 살 수 있는 존재다. 그런데 어느 날 그 토지에서 밀려나 도시 변두리의 작은 집, 그것도 내 소유가 아닌 타인의 집을 빌려서 살기 시작한다. 인간으로 두 발 딛고 잠자고 먹을 최소한의 땅조차 모두 누군가에게 빼앗긴 상태다. 우리 사회의 생산 능력이 부족한 탓이 아니다. 총 생산력으로 따지자면 오히려 풍족한 시대인데도, 여전히 빈자와 부자 간의 지배 관계가 존속한다. 새로운 지배구조다.
우리나라는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의 비율이 미국의 4배, 독일과 일본의 2.5배로 심각한 수준(25.4%)이니 건물 임대업의 기반으로 손색없는 시장이다(미국 6.3%, 스웨덴 9.8%, 독일 10.2%, 일본 10.4%, 프랑스 11.6%). 건물 수십 채, 수백억 원대 이상 부자들의 임차인을 향한 임대료 폭탄, 상권 빼앗기, 각종 갑질 등 사례들은 잔인할 정도다. 만 배 부자의 알량한 아량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가진 것 없는 자영업자는 생존 기반이 무너진 채 밀려나고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할만한 새 임차인으로 교체된다. 결국 임대료 상승과 함께 건물 가치도 동반 상승하면서 양극화는 고공행진이다.
부동산(주택, 빌딩 등) 폭등과 건물 임대 행위로 인한 불로소득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 활동 없이도 소득을 올리는 손쉬운 방법 중 하나다. 고리대금이 연상되는 불로소득이지만 지탄하기보다 부러워하는 사회 정서, 이런 나라에서 당연히 미래는 어둡다. 달랑 집 한 채 가진 일반 서민들까지 그 부동산 투기 대열에 합류시키며 부동산 가격의 급등을 주도하는 기세도 등등하다. 결국 만 배 부자만 남을 뿐 모두가 죽는 길임을 잊은 채 서로 견제하고 경쟁하면서 온 국민이 투기 열풍에 열공 중이다. 토지를 빼앗긴 사람들의 마지막 고혈까지 빨아들이는 형국이다.
토지 공개념 현실화하자
나라가 온통 부동산으로 들썩이고 있다. 인간이 살면서 누려야할 모든 가치들은 실종된 채 오직 내 집값이 얼마가 되는지, 얼마여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비싼 집을 소유할 수 있는지, 온통 여기에 몰두해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믿고 집값이 안정되기만을 기다리던 세입자들은 땅을 치고, 임대료 폭탄으로 길거리에 나 앉게 된 궁중족발 사장님은 급기야 건물 주인에게 망치를 들고야 말았다. 천문학적인 가상의 가치로 부풀려진 부동산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삶의 시선이 오직 이 부동산 가격의 등락에 멈춰버린, 그래서 언제 길거리로 나 앉게 될지, 언제 범죄자가 될지도 모르는 우울한 세상이다. 부동산이 천당과 지옥을 넘나들게 하는 거대한 신처럼 돼버린 것이다.
이제 되돌려야 한다. 토지(부동산)가 자본의 배를 불리는 도구여서는 안 된다. 양극화의 주범인 부동산을 통한 불로소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불로소득의 주범이 돼버린 토지를 본래의 기능으로 회복시켜야 한다.
보유세, 임대료 상한 규제가 단기 처방으로 그쳐서는 해결될 수 없다. 토지 공개념의 현실화를 집값 잡는 수단 정도로 인식해서도 곤란하다. 이번 9.13 대책이 강도 높은 규제라고 말하지만 수억 원대의 가치 상승에 많아야 수백만 원의 종부세 인상 정도로 불로소득의 욕망을 잠재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 여부와 상관없이 토지에서 비롯되는 불로소득은 공익 목적에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토지 공개념의 핵심이다. 지금의 부동산 대책이 일시적인 '집값 잡기'가 아닌 '삶의 기반 되찾기'에 초점이 맞춰진 대책인지부터 꼼꼼히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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