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매 순간, 당장, 오늘을 생각하며 지금보다 나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왔던 듯하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은 예상보다 담담한 어조로 그간 소회를 밝혔다. 아직은 "얼떨떨하고 현실인지 잘 구별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였다. 쌍용차 노·노·사(쌍용차노조·금속노조 쌍용차지부·쌍용차 사측)는 13일 저녁, 쌍용차 해고자 119명 전원을 내년 상반기까지 복직시키기로 합의했다.
그간 풍찬노숙하며 복직투쟁을 해온 해고 노동자들에게도 공장으로 돌아갈 길이 열리게 된 셈이다. 이로써 2009년 쌍용차의 구조조정 이후 9년간 지속해 온 노사 갈등에 종지부가 찍혔다.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최종식 쌍용차 사장과 홍봉석 노조위원장,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전날 합의한 내용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2019년 상반기까지 해고자 전원 복직하기로
이들이 합의한 내용을 보면 회사는 2018년 말까지 해고자 119명의 60%를 채용하고, 나머지 40% 해고자를 2019년 상반기 말까지 단계적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행여 2019년 상반기 대상자(40%) 중 부서배치를 받지 못한 복직 대상자가 있을 경우, 2019년 7월 1일부터 2019년 말까지 6개월간 무급휴직으로 전환한 후, 2019년 말까지 부서배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무급휴직자에 대한 처우 등 제반 사항은 이전에 시행한 사례를 따르기로 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이들 무급휴직자에게 교육, 훈련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합의 이후 회사를 상대로 한 일체의 집회나 농성(2009년 구조조정 관련)을 중단하고, 이와 관련된 시설물과 현수막 등을 자진 철거하기로 했다. 또한, 사측이 이번 합의를 위반하지 않는 한 회사를 상대로 집회나 시위, 선전 활동을 포함한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해고자 복직으로 발생하는 회사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 방안과 경영정상화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해고자가 119명이 된 이유
A4 한 장 분량의 이번 합의서가 의미 있는 이유는 해고자의 복직 규모와 시기까지 못 박았다는 점이다. 또한, 대통령 직속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중재를 섰다는 점도 이번 합의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대량해고에 반대하며 2009년 77일간 대규모 공장 옥쇄파업까지 벌였다. 하지만 사측은 음식물 반입을 막고 가스를 끊었고 경찰은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강제진압에 나섰다.
결국 980명의 정리해고 대상자를 무급휴직 462명, 희망퇴직 355명, 정리해고 165명으로 조정하는 것으로 노사협상이 타결됐다. 그러던 중 2010년 인도 마힌드라 그룹에 인수돼 이듬해 기업회생절차를 마친 쌍용차는 2015년 12월 노(기업 노조)·노(금속노조 쌍용차지부)·사 3자간 합의안을 마련했다. 2017년 상반기(6월)까지 전원 복직을 위해 노사가 최선을 다한다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기술직 신규인력 채용 수요가 있을 때마다 입사지원자 가운데 해고자 3, 희망퇴직자 3, 신규채용 4의 비율로 단계적으로 채용하되 복직점검위원회를 구성, 진행과정을 매 달 점검하기로 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노사가 최선을 다한다'는 두루뭉술한 합의안은 사측이 합의 이행 책임에서 회피할 수 있는 빌미를 만들어줬다.
결국, 쌍용자동차는 165명의 해고자 중 45명만을 복직시켰고 나머지 120명은 여전히 복직을 기다리고 있다. 노사 간 합의가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그렇게 기다린 복직자 120명 중 한 명은 지난 6월 27일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주중 씨다. 이번에 복직에 합의한 해고자의 숫자가 119명인 이유다.
해고자 복직 해결됐으나, 여전히 남은 숙제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이날 서울 대한문 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합의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은 "그간 연대해준 분들, 그리고 지금까지 버텨준 쌍용자동차 해고자 노동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며 "생각해보면 지난 10년을 어떻게 보내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연대해준 분들이 없었다면 오늘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지부장은 "쌍용자동차 사태를 통해 일방적인 정리해고는 안 통한다는 것은 물론, 무리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기업과 정부가 알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 지부장은 해고자 복직 문제가 해결됐으나 여전히 문제가 남아있다고 언급했다. 김 지부장은 "아직 2009년 파업 당시 경찰의 국가폭력에 대한 사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손배가압류는 그대로"라며 "또한 쌍용차 노동자 목숨을 담보로 양승태가 재판거래한 것은 아직 진실은 물론, 책임자 처벌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지부장은 "이러한 문제가 풀릴 때까지 이후에도 끊임없이 활동하겠다"며 "이후에도 함께 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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