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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 열망 대변해야 할 책임감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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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안철수 "국민 열망 대변해야 할 책임감 느낀다"

"구체제와 결별해야 할 시대…도전은 힘이 들 뿐 무서운 것 아냐"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선거 이후 특별한 정치적 행보를 자제해 왔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19일 내놓은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을 통해서다.

안철수 원장은 "이 책에 담긴 생각을 바탕으로 더 많은 사람과 힘을 모아 나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제가 생각을 밝혔는데 기대와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저는 자격이 없는 것이고, 제 생각에 동의하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겠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안 원장은 "도전은 힘이 들 뿐 무서운 것이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대선 출마선언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안 원장은 자신에 대한 "정치적 기대"와 "열망"의 지속성과 "허심탄회한 조언과 비판"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며 출마 결심의 '전제'를 달았다. 책 출간 이후 지지율 추이에 따라 "앞으로 책임 있는 정치인의 역할을 감당하든, 아니면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서 세상의 변화에 힘을 보태는 역할을 계속하든"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제 생각에 동의하는 분들 많아진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안철수 원장은 책 서문을 통해 자신의 고민이 깊어진 이유를 지난 4.11 총선 결과에서 찾았다. 안 원장은 "총선 전에는 야권의 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그렇게 되면 야권의 대선후보가 제자리를 잡으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수순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총선이 예상치 않게 야권의 패배로 귀결되면서 나에 대한 정치적 기대가 다시 커지는 것을 느꼈을 때,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 열망이 어디서 온 것인지에 대해 무겁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서울시장 선거 이후 "정치권에 국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울림통으로서 소임을 다하겠다는 마음"이었고, "특히 개인적으로 무엇을 얻거나 무엇이 되겠다는 욕심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제3당을 만들라거나 4월 총선에서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라는 말씀들에 응하지 않았"지만, 총선 결과는 새로운 고민을 만들어줬다는 것이다.

ⓒ뉴시스
그는 "살아오면서 진로에 대한 선택이 필요할 때마다 비교적 '짧고 깊은 고민'으로 결단을 내릴 수 있었지만 정치 참여문제는 혼자 판단할 수 있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문제는 국가 사회에 대해 너무나 엄중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게 기대를 거는 분들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하고, 내가 가진 생각이 그분들의 기대에 부합하는 것인지, 또 내가 그럴만한 최소한의 자격과 능력이 있는지를 냉정하게 판단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대선 출마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래서 이제는 많은 분들께 우리 사회의 여러 과제와 현안에 대한 내 생각을 말씀드리고 그에 대해 의견을 듣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며 "이 책을 시작으로 앞으로는 내 생각을 보다 많은 분들께 구체적으로 들려 드리고 많은 분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출판기념회나 북콘서트 등과 같은 대중 접촉 활동을 준비 중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나라당이 다시 시장직 차지하는 건 정의롭지 못하다 생각해"

안 원장은 잠재적이지만 유력한 대권 주자의 위치로 자신을 올려놓은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과정을 상세하게 밝혔다.

안 원장은 오세훈 전 시장이 추진했던 무상급식 주민투표, 서울시장 사퇴, 재보선 등 "일련의 사태가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오세훈 시장이 진정한 보수주의자라면 체제 유지와 사회 안정을 위해 소외계층을 따뜻하게 보듬어야 했고, 한나라당은 주민투표를 만류했어야 했다"고 평가했다.

자신이 서울시장 출마를 검토했던 이유에 대해 그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한나라당 후보가 다시 후임 시장이 될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고 위기감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행정 혼란, 세금 낭비 등 잘못에 대해 제대로 대가를 치르지 않고 한나라당에서 다시 시장직을 차지하게 된다면 정의롭지 못하다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후보 여론조사에서 제 이름이 거론된다는 얘기가 들리고 '나라도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10% 정도 들었는데 (중략) 덜컥 하나 매체에 출마를 기정 사실화하는 기사가 나왔다"며 "(박원순 변호사에게 양보하고) 당일에는 '지지자들 허탈', '교수 출신의 한계' 등 비판적 반응이 많으리라 각오를 했는데 다음 날 신문방송을 보니 망가지는 대신 유력한 대권 후보로 거론이 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충격도 받았고, 강한 책임감도 느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 열망 간단히 뿌리치기도 어렵다고 느꼈다"

ⓒ김영사
이른바 '안철수 현상'에 대해 그는 "국민들의 갑갑함을 풀어주지 못하는 정치 현실에 대한 실망이 저에 대한 기대로 모아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 눈에 '구체제'라고 느껴지는 것들, 즉 국민의 생각을 반영하지 못하는 정당과 계층 이동이 차단된 사회 구조,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경제시스템 등을 극복하고 희망을 줄 수 있는 '미래 가치'를 갈구하는 민심이 그런 형태로 나타난 것 아닐까"라고 되물었다.

그는 "제 자신이 부족하고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런 열망을 간단히 뿌리치기도 어렵다고 느꼈다"고 토로헀다. "정치에 직접 뛰어들어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든, 혹은 직접 나서지 않아도 기성 정치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든, 국민의 열망을 대변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책임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는 "제가 정치에 참여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제 욕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대선 출마에 대한 자신의 고민이 "성공 가능성"을 고려하기 때문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마다 '의미 있고, 열정을 지속할 수 있고, 잘할 수 있는가'의 세 가지만 생각했고 (대선 출마를 고민하는) 지금도 같은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고언해도 소용 없었고 민주당도 실망스럽기 마찬가지"

본인의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호한 태도를 취했지만, 안 원장은 기성 정치권 모두를 비판하며 날을 세웠다.

처음 정치 도전을 시작하게 만들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비롯해,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했을 뿐 아니라 민주통합당을 놓고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놓고 그는 "눈치 안 보고 정직한 고언을 했지만 소용 없었고 마음만 상했다"며 "청와대 미래기획위원으로 일하면서 친재벌 정책과 관련해 '규제철폐는 좋은데 감시는 강화해라, 안 그러면 약육강식의 정글이 된다'고 쓴소리를 했지만 달라지는 게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 집권 후 4대강, 친재벌 등 정부여당 정책에 문제가 많지 않았냐"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통합당을 놓고도 그는 "민주당 정권의 경우 처음 의도는 좋았지만 실제 선택과 행동이 국민에게 실망을 주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건전한 생각을 가진 것만으로는 곤란하며 결과를 잘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고, 정부를 책임지는 사람들은 열심히 했다는 것만으로 면죄부를 받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지난 10년 동안의 진보정권은 성과도 있었지만 아쉬움이 큰 게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은 지난 4.11 총선에서도 그렇게 판세가 유리했는데 끝까지 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총선에서 적극적으로 야당 편을 들지 못했던 이유는 후보 공천이 국민의 뜻을 헤아리기보다 정당 내부 계파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라며 "그런 상황에서는 서울 시장 재보선 때처럼 제 이름을 걸고 국민들에게 지지해달라고 말씀드리기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정치경험 부족, '나쁜 경험' 적어 다행 아닌가?"

자신을 둘러싼 여러 가지 오해와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설명했다.

안 원장은 지난 총선 기간 중 "정당이 아니라 인물을 보고 투표하라"고 말했었다. 이같은 말의 배경에 대해 그는 "어떤 분들은 제가 정당정치를 부정한다고 오해하던데 저는 정당정치를 믿는 사람으로 '정당정치'가 아니라 '정당'이 문제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유권자들이 정당 위주로 투표를 하다 보니 정당은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들 내부의 이해관계에 따라 후보를 공천하고, 정치인들도 국민보다는 소속 정당의 눈치를 보고, 그러니 정당 자체가 또 하나의 강고한 기득권이 되고, 민심에서 멀어지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 경험이 없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그는 "(나는) 실수를 안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실수를 하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타입"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보면 '누구보다는 낫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절대적 기준으로 보면 경험 부족이 단점인 게 분명하다"면서도 "그런데 한편으로는 '낡은 체제'와 결별해야 하는 시대에 '나쁜 경험'이 적다는 건 오히려 다행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과정'이며 리더십의 바탕은 진심"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생각도 털어놓았다. 그는 "민주사회에서 정치적 리더십은 국민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1세기에는 탈권위주의가 진행되고 위아래의 벽이 붕괴되면서 수평적인 구조가 가능한 세상이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따라갈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리더로 인정하고, 그런 사람에게 대중이 선물로 주는 것이 리더십"이라며 "이런 리더십은 자연스럽게 수평적인 리더십, 소통과 공감의 리더십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게 '과정'이며 리더십의 바탕은 진심"이라고 주장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내 개인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진심이 있어야 사람들이 믿고 따라온다"는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롤모델에 대해 그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을 꼽았다. 그는 "루스벨트는 대공황의 위기와 2차 세계대전이라는 엄청난 위기 상황 속에서 '뉴딜'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 경제를 재건했고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며 "이후 미국이 세계 최대의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토대를 닦은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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