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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학에는 '부실', '더 부실' 대학만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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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 사학에는 '부실', '더 부실' 대학만 존재한다

[민교협의 시선] '대학기본역량 진단평가'는 폐기되어야 한다

대학 기본역량진단 평가 결과가 지난 823일 발표되었다.


전체 323개 대학 중 4년제 160, 전문대 133개 등 293개 대학이 2018년 대학기본역량 진단에 대한 평가를 받았다. 정부 지원을 아예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평가 대상에서 제외된 대학은 4년제 27개 전문대 3개 합하여 30개 대학이다.

동 평가에서 교육부는 대학들을 총 4부류로 계층화로서 서열로 나열하였다. 자율 개선, 역량 강화, 재정지원대학 유형·유형로 구분한 것이다. 4년제 대학 중 자율개선대학은 120, 역량강화 대학 30, 재정지원제한대학유형 4, 재정지원제한대학 유형 6개 등이다. 전문대로는 87개 대학이 자율개선대학으로 포함되었다. 자율개선대학은 정원감축도 받지 않고 재정지원 제한도 받지 않는다.

자율대학 기본역량 진단 평가와 관련하여 많은 담론이 쏟아져 나왔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현행의 불합리한 평가 방식에 의한 '대학 줄 세우기'에 반대한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2015년에 실시되었다. 발전 계획 및 성과, 교육 여건 및 대학 운영의 건전성, 학사 운영, 산학 협력, 학생 지원 그리고 교육성과 등을 대상으로 평가한다. 그 항목이 지극히 추상적이고 자의적인 임의성을 내포하고 있어 교육부 관료들의 의중에 의하여 평가 결과가 조정될 수 있으며, 심하면 대학의 폐교로 귀착될 수 있는 부조리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되었다.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평가도 그 장점보다는 단점이 부각된다. 대학 평가는 시행하지 아니한 것만 못하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평가를 중단하고 대안적인 방안을 모색하자는 제안 등을 함과 함께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한 평가는 대학 현장을 황폐화시킬 수 있다고,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등 교육 단체 여러 차례 경고했다.

몇몇 교수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용기 있게 학내 비리를 고발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사학 경영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내부 비리 폭로를 그냥 덮고 넘어가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데,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낮은 평가점수를 받아 사학의 재정 지원이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뿐만 아니라 문제를 제기한 해당 대학교수들은 학교법인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동료 교수들에게도 받아서 안 될 모욕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정의로운 행동에 대하여 존경을 받아야 마땅함에도, 현장에서는 거꾸로다. 분명 교육부의 잘못된 관행에도 책임이 있다. 오히려 민주화 지표로서 교직원의 내부 고발은 높은 가중치로서 가점을 부여하여 내부 개혁을 추동해야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내부 비리를 덮은 사학은 재정계속지원대학으로 선정되고, 그렇지 못한 대학은 탈락되는 모순이 현재 대학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상지대학교와 조선대학교 구성원들이 대표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 상지대학교는 '족벌 사학'의 악습을 단절하고 구성원들이 합심하여 민주적인 대학으로 탈바꿈하는 희망을 품고 있는 중이다. 민주화가 진행된 지난 6년 사이에 교육부는 상지대다섯 번이나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낙인찍었다. 상지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불량 사학 운영자에게 되돌아갔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학교 운영에 대한 권한을 구성원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회복하는 과정에 있다. 사학 운영의 모범적인 사례로 진행되는 와중에 올해 발표된 자율개선대학 선정에서 제외된 것이다.

조선대학교도 자율 공영형 사립대학으로 준비를 하던 중 자율개선대학에서 탈락되었다. 지난해 평가 때도 전국 서열 34위 대학이 1년도 안 되어 하위 30% 안팎의 부실 대학으로 평가된 것이다. 상위권 대학이 1년도 안 되어 하위권으로 추락한 것은 평가 지표의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다른 대학들도 상황이 비슷하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라는 격한 분노의 표현이 '사학 적폐 청산'을 염원하는 사람들로부터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부의 '교육부 해체'라는 주장이 전혀 근거 없는 소리는 아니다.

오랜 기간 동안 사학 운영자들은 대학을 철저히 사유화하며 온갖 비리를 저질러 왔다. 사학 비리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운 좋게 상당수 대학들은 재정제한 범위에서 빠져나가고, 오히려 구성원들의 내부 폭로 등으로 자체적인 개혁을 위한 단계로써 노력하고 있는 대학들은 자율권 개선 대학의 범위 밖으로 밀려나는 상식 밖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민교협 등 교수 단체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평가 자체를 유보 내지 폐지하고, 근본적인 개혁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하였다. 현장 집회, 세미나 등 구체적인 행동으로 교육부에 그 뜻을 전달하였다. 그러나 교육부는 문제점이 있는 평가 기준 일부만 수정하여 예전처럼 진행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 사학에는 부실, 더 부실 대학만 존재하고 정상적인 대학은 없다'는 자조도 나온다. 언론에서는 연일 사학의 부조리한 행태를 고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부정직한 행태는 반복되고 있다. 사학이 이전 잘못에도 그 어떤 사과나 개혁의 기미도 없이, 기득을 유지하고 있다는 증표다.

사학은 한국 사회의 총체적인 부도덕한 행태의 단면이다. 사학이 얽힌 먹이사슬을 들여다보면, 합리와 정의가 실종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체험할 수 있다. 특히 교육부 관료들과 정치가, 향판 법조인, 사이비 언론 등 끈끈한 먹이사슬실존한다. 근원적으로 단절할 수 있는 혁신 없으면 효과없이 예산만 낭비될 것이다. 실속은 사학의 불량 운영자들만이 챙기는 최악의 경우처럼 반복될 뿐이다.

여전히 사학은 자신의 기득을 위해 정치권에 접근하여, 로비를 견고히 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집권기에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부정부패로 퇴출당한 60여 명의 부패사학 운영자들이 조선대 등 한두 대학을 제외하고 예외없이 전원 재복귀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 구성원들에게 견제와 감시로서 내부 고발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러나도 다시 돌아와 생살여탈권을 쥐는 그들의 절대 권력에 대항할 내부 구성원들이 존재하기를 바라는 것은 쓰레기 더미에서 장미가 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은 국공립과 사립의 구별 없이 일반재정지원, 특수목적사업, 국가장학금·학자금대출지원으로 나누어지고 있다. 대학의 고등교육정책은 설립 취지, 법적 효과 그리고 관습 등이 사립과 국·공립대학이 달라 재정 지원과 그 정책 방향도 다르게 설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평가는 획일적으로 자의성이 개입할 수 있는 기준을 적용하여 혼란을 자초하였다. 또한 교육부와 정치권의 입김이 거세졌다.

백 보 양보하여, 교육부의 재정에 대한 개입의 필요성을 일부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일반 재정지원 사업에 국한되어야 한다. 특수목적 재정사업은 인적구성, 항목 등 그 평가 자체에 중립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교육부의 직접 개입은 어떤 명분으로든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퇴임 후 노후 보장 확보, 재직 중 높은 직이나 돈이 생기는 자리로 인사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폐쇄적인 조직체의 문화에 수십 년간 익숙하게 처신해 온 자들 다수가 후진적 한국 관료 집단의 특징이다.

특히 교육부 관료들은 재직 중 외국 유학이나 국내 학위 취득을 이용해 대학으로 자동으로 이동하는 것이 현재의 악습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엄정중립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일반 재정지원의 경우엔 인증평가만 엄격히 하고, 이를 통과하면 특별한 하자가 없을 시 집행하고 감사 내지 감독권만 엄격히 수행하면 된다. 교육부는 자생적인 존립이 쉽지 않은 기초학문 분야 등에 그 지원에 집중하면 된다. 사립학교의 법인 책무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평가에 불이익을 부여하는 등 법인의 건강성 유도에 그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교육부의 직무이다.

이번 기본역량 진단평가에서 유리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외부에서 도움을 준 컨설팅업체들이 두둑한 호주머니를 챙기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어느 정도 사실이다. 평가를 받기 위해 대학이 컨설팅사에 과외를 수주한 셈이다. 이게 한국 대학의 현실이다. 이번 기본역량 평가는 대학 로비력, 평가의 모호성에 의한 행정 업무 전반에 대한 잔무라는 부정적인 측면이 두드러진 실패한 정책이다. 대학 기본역량진단 평가는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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